김기문 “이젠 법 공포 이후 대비할 때”
유예기간 동안 규제완화 활동 역설
경제 6단체와 ‘기존법안 저지’공조
중앙회·경총 반대성명서 국회 전달
처벌보다 예방 중심 정책 강력 촉구
박영선, 반대입장 내며 中企 뜻 동참

지난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대형 참사나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를 예방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으로는 산재 예방에 한계가 있어 사망자가 발생한 경우 별도의 특별법으로 사업주를 처벌해야 한다는 노동계의 요구에 따라 제정된 법안이다.

한달 가까운 극렬한 노동계의 단식농성

특히 고 이한빛PD의 아버지 이용관 씨와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지난해 1210일부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해 국회 본관 앞에서 29일간 단식농성을 주도했다. 청년 건설 노동자 고 김태규 씨 누나 김도현 씨와 특수 고용 노동자인 김주환 전국대리운전노조 위원장도 단식농성에 참여했다. 정치권으로써는 유가족과 노동자들의 단식농성이 중대재해법 제정에 있어 큰 부담을 안게 하는 행동이었다.

실제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들이 중대재해법 제정 촉구를 위한 단식농성 14일에 접어든 지난해 1224일에 김미숙 씨와 이용관 씨가 단식 중인 국회 본청 앞 농성장을 찾았다. 이 자리에는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과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도 함께 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야당도 설득하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까지 건넸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도 지난 15일 중대재해법 제정 촉구 단식농성장에서 병원 치료를 마치고 농성장에 복귀한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를 찾았다. 강 원내대표는 20일 넘게 동조 단식농성을 하다 지난 2일 병원으로 실려 간 뒤 다시 복귀를 한 참이었다. 이처럼 여야의 수뇌부가 방문을 자처할 정도로 정치적 압박을 느끼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여야 지도부가 단식농성에 얼마나 부담을 느끼는지 경영계와의 면담과정에서도 여실히 나타났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이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대한 경제계 입장 발표기자회견장에서 국회 여야 지도부를 만났고 경영계의 입장을 호소했지만, 단식농성 이야기를 하면서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고 답했다.

 

경영계 국회항의 방문·대국민 호소에 전력

1) 지난달 9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계 주요현안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오른쪽에서 네번째)을 비롯한 중소기업단체협의회 대표들이 업계 입장이 담긴 피켓을 들고 있다.  2) 지난달 22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대재해법 제정 반대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김기문 중기중앙회장(가운데)이 경제단체를 대표해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3)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오른쪽)이 지난 4일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에게 중대재해법 관련 입장문을 전달하고 있다. 4) 지난 4일 여의도 국회에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왼쪽에서 두번째)이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왼쪽)를 만나 중대재해법 관련 업계 입장을 호소하고 있다.
1) 지난달 9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계 주요현안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오른쪽에서 네번째)을 비롯한 중소기업단체협의회 대표들이 업계 입장이 담긴 피켓을 들고 있다. 2) 지난달 22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대재해법 제정 반대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김기문 중기중앙회장(가운데)이 경제단체를 대표해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3)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오른쪽)이 지난 4일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에게 중대재해법 관련 입장문을 전달하고 있다. 4) 지난 4일 여의도 국회에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왼쪽에서 두번째)이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왼쪽)를 만나 중대재해법 관련 업계 입장을 호소하고 있다.

노동계의 극렬한 단식농성 속에서 경영계는 나름의 돌파구를 찾아야 했다. 수차례의 공동기자회견·여야 원내대표 및 법사위원장에 입장문 전달 등 지난해 11월부터 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를 비롯한 경제단체들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반대를 위해 다방면의 노력을 집중했었다.

지난해 1119일에는 중기중앙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를 비롯한 경제단체 30곳이 법안을 반대하는 공동 성명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이에 앞서 1117일 중기중앙회는 더불어민주당 민생경제 TF(위원장 양향자 의원)를 초청해 3차 노동인력위원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김문식 노동인력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중대재해처벌법 등 기업의 부담을 늘리는 정책은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산업안전 정책을 선진국과 같이 사전예방 기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122일 중기중앙회에서 열린 산재예방 선진화를 위한 입법과제 토론회에서도 이러한 문제점이 지적됐다.

이어서 129일 중소기업단체 16개가 모인 중소기업단체협의회가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中企 주요 현안 관련 입장을 기자회견 형식으로 발표했다. 이날 중소기업계의 호소는 여론의 관심을 이끌었다. 주요 종합지·경제지·방송사 등 30여개 언론사가 참석해 현안 이슈에 대한 심도 있는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마침 국회가 129일 본회의를 열어 경영제도 3(일명 기업규제 3,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금융그룹감독법)을 비롯해 친()노동법 등 ()기업법을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중기단체협의회가 중대재해법의 문제점을 대대적으로 지적한 것이다.

중소기업단체협의회는 1215일에도 서면 호소문을 배포하면서 중소기업계에 미칠 피해와 절박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16, 22일에는 각각 30·8개 경제단체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입법 중단을 호소했다.

 

1)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지난 7일 국회 앞에서 중대재해법 관련 규탄 시위를 하고 있다. 2)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왼쪽)이 지난달 31일 국회 본청 앞 단식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1)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지난 7일 국회 앞에서 중대재해법 관련 규탄 시위를 하고 있다. 2)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왼쪽)이 지난달 31일 국회 본청 앞 단식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박영선 장관도 반대의견 동참 등 희망 불씨

하지만 경영계의 숨 가쁜 움직임에도 국회는 중대재해법 추진을 강행했다. 여권에서는 18일 국회 본회의 마지막 일정까지 본 법안을 처리하겠다 입장을 밝혔다. 이에 14일에는 중기중앙회를 비롯해 대한전문건설협회,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소상공인연합회, 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 등 5개 중소기업단체가 국회를 방문해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각각 만나 법제정을 재고해 달라고 강하게 요청했다.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 개최가 임박하자 5일에는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을 비롯한 대한전문건설협회,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소상공인연합회 단체장이 윤호중 법사위원장을 방문해 소위원회에서 중소기업계의 입장을 반영해 줄 것을 호소했다.

이어 다음 날인 6일에는 경영계의 마지막 읍소로 중기중앙회 등 10개 경제단체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기문 회장은 마지막까지 사업주 처벌 조항의 하한만이라도 상한으로 바꿔달라고 강조했지만, 7일 중대재해법은 법사위에서 의결된 후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렇지만 중소기업계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중대재해법 제정 후속 대응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 우선 입법 과정에서 전방위적인 입법저지 노력으로 처벌 형량을 다소 완화(당초 2·3·51)하는 등 일부나마 경영계의 의견을 반영시켰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여당 출신 장관이지만 중대재해법 대상 사업장 단계별 축소 등 중소기업계를 위한 반대의견을 내며 동참해 줬다는 것도 상징적이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이제는 이법 이후 상황을 대비해야 할 때라며 다행히 법 시행은 공포일로부터 1년 후이고 50인 미만 사업장은 공포 후 3년간의 유예기간이 부여됐다고 강조했다.

중기중앙회는 그동안 일관되게 사업주 징역 하한상한 변경 반복 사망시만 법 적용 의무 구체적 명시 등을 요구해 왔다.

김기문 회장은 앞으로 법 공포후 시행일까지 1년 동안 규제수준이 보다 완화될 수 있도록 경제6단체 및 중소기업단체협의회와 공동으로 보완 입법 활동과 동시에 헌법소원까지도 추진해 중소기업인들이 안심할 수 있을 정도의 법으로 시행될 수 있게 힘쓰겠다고 역설했다.

중대재해법 제정 저지를 이뤄내지는 못했지만 중기중앙회는 향후 중소기업계와 함께 중대재해법의 보완 입법을 반드시 이끌어내겠다는 의지다. 특히 핵심 쟁점 사항으로 사업주의 징역 하한규정을 상한규정으로 바꾸고 사업주 처벌은 반복적인 사망재해로 한정하며 사업주가 지킬 수 있는 의무를 구체적으로 법에 명시하고 해당 의무를 다했을 시 면책될 수 있으며 50인 이상 중소기업도 산업안전실태의 열악함을 고려해 최소 2년 이상의 준비기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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