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사이트]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
D램과 시너지로 경쟁력 극대화
메모리 반도체 글로벌 톱2 등극
코로나로 비대면 수요 급속 증가
D램시장 슈퍼 사이클 도래 예고
DDR5 주도권 잡기 ‘넘어야할 산’

코스피 3000 시대. 지난 6일이었다. 코스피 지수가 꿈의 숫자로 불리는 3000선을 밟았다. 다음날인 7일에는 3100마저 뚫었다. 지난 20077월에 2000선을 돌파한 이후 135개월 만에 앞자리가 2에서 3으로 바뀐 것이다. 코스피가 활황인 것은 상장 기업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기에 그렇다. 특히 코스피 상장 기업 중에 새로운 기록 갱신을 하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SK하이닉스다.

지난 7SK하이닉스는 4% 이상 오르며 사상 처음으로 시가총액 100조원을 돌파했다. 이 회사가 지난해 8월 한때 시총 2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으나, 현재는 시총 3위인 LG화학보다 30조원 이상 많은 규모로 2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코스피 시총 1위인 삼성전자(497조원)에 이어 선두권을 탄탄히 유지 중이다.

 

1년 채 안돼 시총 2배로 껑충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어떻게 회사를 기업가치 100조원에 올려놓았을까? 이석희 사장이 진두지휘하면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연초부터 시총 100조원대 시대를 예견하고 있었다. 인텔의 낸드사업부를 인수하면서 경쟁력을 강화했고 기존에 주력이었던 D램 사업과 함께 균형잡힌 메모리반도체 사업구조를 갖춘 것이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여기에 미래성장동력인 시스템반도체사업까지 더해지면 SK하이닉스 기업가치는 충분히 100조원 이상으로 커질 수 있을 것으로 시장에서는 전망해 왔다. 기업가치 100조원이 됐다는 건 한국기업으로는 새로운 전환점에 올라선 것을 말한다. 국내 기업 중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SK하이닉스가 두 번째 달성이기에 더욱 그렇다.

이석희 사장은 취임 첫 해인 지난 2019년 신년사에서 3년 뒤 시가총액 10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당시만 해도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은 44조원이었다. 그리고 불과 2년만에 시가총액 100조원의 비전이 현실이 된 것이다. 지난해 3월만 해도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은 48조원에 그친 걸 보면, 1년도 안돼 SK하이닉스의 시총이 2배 이상 올랐다는 것이다.

사실 시총 100조원의 도약대는 지난해 10월말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를 발표하면서였다. 이때 이석희 사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기업가치 100조원 달성에 한걸음 더 다가서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됐다며 고무된 메시지를 던졌다. 2019년 기업가치 100조원 비전을 제시한 이후 확실한 성장 모멘텀을 발굴하지 못했었다.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는 그 신호탄이었다.

반도체 기업의 가치가 100조원이 됐다는 건 글로벌 시장에서도 상징적인 일이다. 지난해 기준 100조원 이상 기업가치를 형성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은 총 7곳이었다. TSMC, 삼성전자, 엔비디아, 인텔, 브로드컴, 텍사스인스투르먼트, 퀄컴 등의 순이었다. 이들은 대부분 시스템반도체기업이고, 삼성전자만이 유일한 한국기업이자 메모리반도체기업이었다.

삼성전자의 시총이 지난해만 해도 440조원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가운데 절반이 반도체 사업에 나온다. 그렇다면 삼성전자의 순수한 반도체 사업의 가치는 200조원 수준이다. 이 역시 대단하다. 메모리반도체 최대 경쟁사인 미국 마이크론은 시총이 85조원 가량이다. 삼성전자를 빼곤 전 세계 메모리반도체에서 100조원의 가치를 내는 곳이 없는 것이다. 그런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낸드와 D램으로 메모리반도체 시장에 있어 두 번째 100조 가치 기업이 된 것이다.

SK하이닉스는 D램에선 삼성전자와 글로벌 투톱이다. D램 사업만 보면 매출이 삼성전자의 70% 가까이 나오기도 한다. 글로벌 D램 시장의 점유율도 30%에 육박한다. 문제는 낸드 쪽이었다. 인텔의 낸드사업부를 인수하기 전까지 글로벌 시장 점유율도 4~5위인데다 8분기 연속 적자였다.

이러한 약점을 타파하기 위해 옛 도시바메모리인 키옥시아 인수를 시도했지만 성과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이석희 사장은 국내 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빅딜로 인텔 낸드 사업부를 인수한다. 인수액이 103000억원이었다. 이석희 사장이 지난해 인텔 낸드사업 인수를 발표하면서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 제목은 “D램과 낸드 양 날개로 4차 산업혁명의 중심으로 비상합시다였다. 100조원 기업가치 시대를 여는 시작이었다.

 

5년내 낸드시장 30%점유 정조준

반도체 업계에서 인텔 인수는 이석희 사장이 아니었다면 쉽지 않았다는 평가를 한다. 답은 간단하다. 이석희 사장이 인텔 출신이었다. 실제로 이번 인수 과정은 2년 정도 걸렸다. 이석희 사장이 SK하이닉스에 취임한 2019년부터 인수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이석희 사장이 인텍 낸드사업부 인수에 공을 들였다는 건 그가 직접 협상 콘퍼런스콜에 나서서 인수 배경과 목적 등을 설명했다는 데서도 드러난다. 향후 인수 과정, 인수 후 통합(PMI) 등에서도 이석희 사장은 자신의 비전을 제대로 제시했다.

그렇다면 이석희 사장은 인텔 낸드사업 인수로 어떤 성장세를 기대할 수 있을까? 일단 낸드사업에 있어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졌다. 10% 수준의 SK하이닉스와 인텔의 낸드시장 점유율을 합하면 약 20% 수준이 돼 업계 2위로 올라선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석희 사장은 5년 내 낸드 매출을 3배 이상 늘리겠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 점유율 30%대의 삼성전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겉으로 드러나는 효과 외에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두 회사의 낸드사업 결합에서 오는 시너지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석희 사장은 두 회사 사업이 상호보완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SK하이닉스와 인텔의 낸드 주력기술이 조금 다르다. 전문적인 용어지만 SK하이닉스는 전하트랩플래시(CTF) 방식의 모바일 낸드를, 인텔은 플로팅게이트 방식의 서버용 제품에 강점이 있다.

SK하이닉스가 트리플레벨셀(TLC) 기술을 사용하고 인텔은 쿼드레벨셀(QLC) 기술을 사용한다는 점도 차이가 있다. 포트폴리오가 겹치지 않기 때문에 시장 잠식위험이 없이 사업기회 확대를 도모할 수 있다. 여기에 이석희 사장이 그동안 SSD 등 낸드 솔루션 분야에도 많은 힘을 기울였는데 인텔이 기업용 SSD 생태계와 컨트롤러 기술 등을 보유하고 있어 사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됐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에 버금가는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기업이다. 그런데 아직 그 만큼의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기업가치도 저평가된 부분도 있다. 이석희 사장이 예고한 대로 낸드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면 D램과 낸드의 균형 잡힌 메모리반도체 사업구조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것으로 보인다.

 

시총 116조까지 상승 지속 전망

이석희 사장이 낸드를 키우겠다고 전략을 짜고 있어도 결국 현재로서 사업의 무게중심은 D램에 있다. 주력사업 D램 없이는 100조원대 기업가치를 유지할 수 없는 것도 자명하다. SK하이닉스 낸드사업이 아직은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 회사를 먹여살리는 사업은 D램사업이다. D램사업의 매출은 낸드사업의 3~4배 수준이다. 한동안 D램 업황이 부진하긴 했지만 최근에는 “D램 슈퍼사이클이 도래한다라는 말이 많다.

코로나19가 비대면 수요를 폭발적으로 늘리면서 앞으로 서버용 제품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에 이를 공급할 업체들의 증설투자는 매우 제한적이다. 한마디로 빠듯한 수급이 이어지면 공급부족으로 올해 D램 가격이 오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대략 시장 전문가들은 2022년까지는 D램 시장의 업황 호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특히 서버용 D램이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SK하이닉스는 서버용 D램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18D램 호황으로 매출의 절반 수준인 영업이익 20조원을 거둔 적도 있는 만큼 D램 슈퍼사이클의 수혜가 기대된다.

그래서인지 최근 증권가에서 SK하이닉스의 시총이 더 높게 점프할 걸로 예상한다. 시총 116조원까지 평가하는 곳도 있다. 사실상 이 대부분이 D램의 사업가치에서 나온다고 봐야한다.

SK하이닉스도 과제는 있다. 향후 D램 시장에서 경쟁력을 지속하기 위해서 해결해야 하는 여러 도전들이 남았다. 그 중에 하나가 차세대 D램 규격인 DDR5 시장의 주도권을 잡는 것이다. DDR5는 현재 시장의 주력제품인 DDR4보다 속도와 용량이 개선된 제품이다. 2021년부터 인텔 서버에 DDR5가 본격적으로 탑재되면서 시장이 전환될 조짐이다.

이석희 사장은 개발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10DDR5 제품을 세계 최초로 발표했다. 인텔 등 주요 고객과 호환성 검증 등을 마쳐 시장이 활성화되는대로 제품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D램 선도기업이 SK하이닉스라고 해도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치열한 기술경쟁이 필요하다.

이석희 사장이 인텔 사업부 인수와 차별화된 신제품 출시로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면 말 그대로 SK하이닉스는 양 날개를 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의 기업가치 상승은 어디까지 높아질지 아무도 모른다. 2021년은 그 성장의 가능성을 점칠 수 있는 중요한 원년이 됐다.

 

- 차병선 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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