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버크셔해서웨이, JP모간 체이스 등 3개사가 모여 출범한 의료벤처 헤이븐 헬스(건강 안식처라는 뜻)’가 사업을 접는다. 지난 4(현지시간) 포춘,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은 의료벤처업체 헤이븐이 2월 운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설립 3년 만이다.

헤이븐은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최고경영자(CEO)가 제안해 시작됐다. 헤이븐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와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의 지원 속에 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헤이븐은 2018년 출범했다. 더 낮은 비용으로 3개 회사의 직원들에거 투명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이윤 추구보다는 투명한 구조로 각 사 직원의 건강관리·의료비용을 낮추겠다는 취지였다. 아마존 직원 110만명을 비롯해 세 회사에서의 직원수만 150만명에 달했다. 헤이븐의 등장에 한때 경쟁 관계에 놓인 글로벌 보험사들의 주가가 내려가기도 했다.

다만 회사가 미국 의료시스템의 대대적인 변화를 이끌기엔 3사 간 유기적 관계가 부족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한 관계자는 헤이븐은 투자한 세 회사의 문제를 다 다루기엔 버거웠다직원과 인프라에 기반을 둔 회사들의 우선순위가 달랐고, 이들은 자기 회사에 맞는 의료 시스템 수정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헤이븐이 모든 요구에 따라 변화하려 했지만, 이들은 결국 회사를 닫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헤이븐은 하버드대 교수이자 외과의사이며 작가이기도 한 아툴 가완데를 CEO로 앉혔지만 순조롭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5월 코로나19에 집중하겠다며 경영일선에서 후퇴했다. 아툴 가완데가 빠져나간 것 말고도 경영진이 잇달아 탈출했다. 세르칸 쿠탄 최고기술책임자, 잭 스토다드 최고운영책임자(COO)가 회사를 떠났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세 회사가 얼마나 비용을 지급한지는 모르겠지만, 비용 부담이 폐업의 중요한 요인은 아니었다며 업무적 측면에서 문제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헤이븐이 결국 사업을 접게 된 것은 아마존이 딴 주머니를 찬 것도 주된 배경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다. 사업의 중추 역할을 하는 아마존은 고유 의료사업을 추진하려는 야망을 갖고 있어 합작벤처를 하는 와중에도 소규모 자체 실험들을 지속했다.

2019년에는 워싱턴주 시애틀 아마존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이른바 아마존 케어라는 가상 병원 문을 열었다. 이 병원은 환자들이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의료진이 환자를 방문하는 옵션도 포함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아마존이 온라인 약국을 출범하면서 자체 의료 부문이 확대됐다.

다이먼 헤이븐 CEO는 직원들을 아마존 등 회사로 양도할 계획이다. 다이먼 CEO가 은행들에 보낸 서한에서 우린 아이디어를 키우고, 파일럿 프로그램을 테스트하는 등 회사 전반에 걸쳐 모범 사례를 잘 공유해 왔다면서도 앞으로 각자에 맞는 프로그램을 설계하기 위해 공식적인 협력을 줄일 것이라고 전했다.

포춘은 헤이븐 설립 소식은 미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로 꼽히는 의료체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져왔다헤이븐 해산은 매년 35000억 달러(3789조원)에 달하는 비용이 드는 미국 의료서비스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증거라고 전했다.

 

- 하제헌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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