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액셀 밟는 LG]
LG-기술력, 마그나-경험 시너지 효과
합작 소식에 이례적으로 LG전자 상한가
LG화학, 전기차 배터리 점유 세계 1위
하우시스·이노텍·U+도 車전장 협업
애플카 출시 땐 부품공급사 유력 전망

새해 벽두부터 전기차 소식으로 뜨겁다. 애플이 2024년까지 애플카(가칭)’를 런칭할 계획이 알려지며, 모빌리티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LG는 전기차 파워트레인 분야 합작사 설립을 결정, 전기차 사업 확대를 노리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1223일 캐나다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합작법인 엘지 마그나 이파워트레인(LG Magna e-Powertrain Co., Ltd·가칭)을 설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마그나 인터내셔널은 세계 3대 자동차 부품업체로 독일 보쉬, 일본 덴소에 이어 매출액이 세번째로 크다.

설립방식은 이렇다. LG전자가 자동차 부품사업(VS·Vehicle Components Solutions) 본부 내 그린사업 일부를 물적분할해 신설 회사를 설립하고, 마그나 인터내셔널이 신설회사의 지분 49%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신설회사의 주식 가치는 92500만 달러 규모로, 지분 51%LG전자가 보유하고, 마그나 인터내셔널은 49% 주식을 45300만 달러(한화 약 5016억원)에 인수하게 된다. 합작법인의 설립 자본금은 300억원이다.

 

미래먹거리로 자동차 전장 낙점

LG전자는 이날 임시이사회를 열고 관련 내용을 의결했다. 20213월 주주총회에서 최종승인이 이뤄지면 7월쯤 합작법인을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본사는 VS사업부가 있는 인천에 마련되고, 임직원 1000여 명이 합작법인으로 이동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LG전자는 자동차 전장(전자장비)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점 찍고, M&A(인수·합병) 등 다양한 방식으로 육성해왔다. 2013VS사업본부를 신설하며 자동차 전장 사업을 시작한 LG전자는 2018년에는 11억 유로(1조원)를 들여 오스트리아의 ZKW를 인수했다.

ZKW는 차량용 프리미엄 헤드램프를 제조하는 기업이다. 고휘도 LED주간주행 램프, 레이저 헤드램프와 같은 차세대 광원을 탑재한 헤드램프를 세계 최초로 양산했다. 2019년 말부터 LG전자는 차량용 램프 사업을 ZKW로 이관해 통합 운영하고 있다.

이번에 설립하는 합작사에는 파워트레인 분야를 전담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LG전자는 전장 분야에서 3각 편대를 구성하는 셈이다. VS사업본부에선 인포테인먼트를, ZKW는 헤드램프를, 엘지 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은 파워트레인 사업을 각각 추진하게 된다. 파워트레인은 전기 모터와 인버터(모터 제어기), 차량용 충전기, 감속기 등을 모듈화한 구동 시스템이다.

파워트레인 분야에서 LG전자와 마그나 인터내셔널은 서로 윈윈할 여지가 많다. LG전자는 전기차 파워트레인의 핵심 부품인 모터, 인버터 등에 대한 기술력과 제조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마그나 인터내셔널은 파워트레인 분야에서 통합시스템 설계 및 검증 등 엔지니어링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고객 유치 면에서도 유리하다. LG전자는 현재 전기차인 쉐보레 볼트EV’, 재규어 ‘I-PACE’ 등에 탑재되는 주요 전장부품을 공급하며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만든 신차 대다수에도 LG전자의 인포테인먼트 기술이 포함됐다.

마그나는 파워트레인 외에도 새시 내외장 등 다양한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며, 글로벌 완성체 업체들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기존 사업 관계는 새로운 합작사 영업에도 큰 든든한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LG전자 측은 자동차의 전동화(Vehicle Electrification) 트렌드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규모의 경제를 누릴 수 있는 대량생산체제를 조기에 갖추면서 사업경쟁력과 성장잠재력을 높이기 위해 합작회사를 설립하게 됐다합작법인은 LG전자의 뛰어난 제조기술력과 마그나의 풍부한 경험, 글로벌 고객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전기차 시대를 이끌어 나가고 자동차 부품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도 후끈 달아올랐다. 관련 소식에 LG전자 주가는 지난 1223일 가격제한폭인 30%까지 솟아올랐다. 코스피 대형주로는 이례적이다. 이날 종가는 119500. LG전자 주가가 10만원 선 위로 올라선 건 20185월 이후 처음이다. 시가총액도 전날 195559억원에서 45000억원이 불어났다. 시총순위는 코스피 23위에서 16위로 껑충 올랐다.

 

내년부터 흑자전환 확실시

증권사들은 급히 목표 주가를 상향했다. 24일 주요 증권사들은 LG전자 목표 주가를 최소 13만원에서 최대 167000원까지 상향 조정했다. 전문가들은 수년째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VS사업본부의 수익성이 대폭 개선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조현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LG전자는 컨퍼런스콜을 통해 모터와 인버터 매출액이 20202500억원에서 20215000억원으로 50% 증가할 것이라 밝혔다“VS사업본부는 2021년부터 영업 적자 폭이 크게 축소되고 2022년부터 뚜렷한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메리츠증권의 분석도 흥미롭다. 주민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단기적으로는 LG전자의 전기차 파워트레인 부문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듯 보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LG그룹 전반으로 협업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LG그룹에선 LG전자 외에도 많은 계열사들이 전기차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LG화학은 일찌감치 전기차 배터리 생산에 뛰어들어 현재 글로벌 1위에 올라있다. 최근 조직개편에서 LG화학은 2차 전지 사업부문을 분사시켜 LG에너지솔루션을 신설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공격적인 확대를 노리고 있다. LG디스플레이(인포테인먼트), LG하우시스(자동차 시트), LG이노텍(카메라 모듈), LG유플러스(통신 네트워크) 등이 자동차 전장사업에 깊게 발을 들이고 있다. LG가 마음만 먹으면 완성차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전기차 산업 무한경쟁 가속

LG마그나의 파워트레인에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를 이어 붙이면 전기차의 기본 틀이 만들어진다. 이같은 하부 구조를 흔히 전기차의 스케이트보드라고 한다. 소니가 2020CES(가전쇼)에서 선보인 전기차 비전S’의 스케이트보드 플랫폼도 마그나가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스케이트보드에 상부 차체를 올리면 완성차가 되는 것이다.

마그나는 타이어와 유리만 빼고 모든 자동차 부품을 만들 수 있다. 마그나는 벤츠나 재규어의 전기차도 위탁 생산하는 등 완성차 제조 능력을 갖추고 있다.

전기차 산업의 합종연횡과 무한경쟁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파워트레인은 현대모비스의 핵심 사업이기도 하다. LG전자는 현재 현대기아차에 전장 부품을 공급하고 있지만, 앞으로 경쟁자가 되는 것이다.

애플은 또다른 변수다. 로이터 통신은 최근 애플의 전기차 소식을 구체적으로 전했다. 애플이 2024년 출시를 목표로 전기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일명 애플카. 로이터에 따르면, 애플은 2014년부터 프로젝트 타이탄이라는 이름으로 자율주행차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최근에는 대만 반도체 업체 TSMC와 차량에 들어갈 인공지능 칩 생산을 논의하고 있다.

애플카는 애플이 자체 설계한 획기적인 배터리를 탑재할 것으로 전해졌다. 모듈 없이 만드는 모노셀디자인 방식이다. 공간을 확보해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애플카는 테슬라나 현대기아차에게는 막강한 경쟁자가 될 수 밖에 없다.

한편 LG마그나는 애플카에 부품을 공급하며 협력관계를 맺을 것이란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삼성증권의 보고서에 나온 분석이다. 변화에 변화를 더하고 있는 모빌리티 산업. 레이싱 대회보다 더 손에 땀을 쥐게 한다.

 

- 차병선 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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