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각자의 탄식
지금부터 꼭 70년 7개월 전에 한 선각자가 교육에 관해 개탄한 말이 마치 오늘의 일과 흡사해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
「학교 교육이 선한 사람을 양육할 수 없음은 온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다. (……) 수 년 전까지는 일종의 투자심리로 졸업 후의 취직을 기대하고서 학교에 보내는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수지가 맞지 않는 투자인 것은 작년과 올해의 취직난으로 판명되었다. 곧 인격 양성으로 보나 취직의 조건으로 보나 현대의 학교교육이란 그다지 신통한 것이 아님이 명확하다.」 이 글은 한국 기독교역사에 큰 획을 그은 김교신(金敎臣)이 1934년 5월≪성서조선≫에 발표했던 글 가운데 하나다.
70년 전의 교육환경이나 사회적 분위기가 지금과 비교해봐도 너무나 비슷해 전율을 느낄 정도가 아닌가.
「(……) 옛날 우리 조상들의 세계에서 유래가 없던 조상숭배의 열성은 이제 ‘자손숭배’의 형태로 바뀌었다. 선조의 무덤을 아끼지 않던 심정으로 최후의 땅 한 평을 팔아서라도 자식의 학용품, 후원회비를 합해 보통학교에 50여 원, 중학교에 1백여 원, 전문 대학에 수백 원씩 헌납하기를 서슴지 않는다. 여기에 교육을 위한 파산이 생긴다. (……)부정행위도 수단을 가리지 않고 목적을 이루려는 때에 생기는 것이다. 교육을 위한 비교육적 생활이 이에서 시작된다.」

“소금이 제 맛을 잃으면 무엇에 쓰이겠는가”
한 때 우리 사회에선 자식을 출세시키려는 일념으로 시골에서 논밭 팔고 농사에 없어선 안된 소까지 팔아 대학등록금을 보낸 것을 빗대어 대학을 상징하는 말로 쓰인 상아탑을 ‘우골탑(牛骨塔)’이라고 풍자한 말이 우리 사회에 유행되었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 일이다. 그런데 요즘엔 너무나 부끄러운 사실이지만 자식의 학원비를 벌려고 전화방이다, 노래방 도우미다 하면서 몸까지 파는 가정주부도 나타나 우리들을 경악시키고 사회의 타락을 개탄하게 되지 않았는가.
너무나 아픈 현실이 70년이란 시차가 있음에도 변함이 없다. 가슴을 치고 통곡할 일이다.
「(……)평일에는 엄정하고 공명하던 인사도 자식의 입학시험에는 파렴치하고, 청탁도 시도하니 그 아비에 그 아들이라 입학 후에는 부정행위를 하더라도 진급하기를 시도한다. 한 번 문제가 학교 교육에 미치면 늙으나, 젊으나, 똑똑한 자나 어리석은 자나 구별 없이 혼돈이요, 거짓되고 도리를 벗어난다. (이하 생략)」
요즘의 부끄러운 수능부정사건과 폭력 동아리 고교생들의 여중생 집단 폭행사건은 일차적으로는 일선 학교에서 교육의 지표를 인성을 계발하는 것이 아니라 지적 훈련만을 우선적으로 여기며 시험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최우선 목표라는 교육풍조가 팽배해 있기 때문에 비롯된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더해 오늘날의 사회적 풍조는 교육의 목적이 오로지 좋은 학교에 들어가고 좋은 회사에 취직해서 자신의 생계를 꾸리는 것 이외에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에 이런 불행한 사태가 일어났다고 본다.

기둥과 주춧돌
특히 우리사회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높은 교육열과 학교 그리고 수많은 교회가 있고, 또 그 역사가 오래된 절(寺)도 많으며 뛰어난 종교지도자가 다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의 공공질서를 파괴하는 반사회적인 범법자가 넘치고 있다. 어찌 보면 사회를 교란시키는 범법자들이 그 많은 학교와 교회나 종교에 반항하며 비웃듯 범죄행위를 자행하는 것은 사람들의 영혼을 정화하고 올바른 삶으로 이끌어야 하는 종교나 그 종교지도자들이 본래의 사명을 다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실망을 주기 때문이다.
국가의 명운을 좌우하고 장차 나라의 주춧돌이 되고 기둥이 될 후손들의 교육문제를 이제라도 다시 고쳐 바로잡지 않으면 한국의 미래는 없다.
나는 우리나라의 교육은 고도로 발전하는 사회에 적응하고 전문성이 요구되는 직장생활을 원만히 수행하기 위해서 전문적인 능력을 배양하는 것과 덕성이 있는 인간을 양성함으로써 전문지식이 사회정의와 복지 실현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인간성을 기르는데 그 목표를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육의 궁극적 목표는 참다운 인간이 돼 밝은 미래를 열어 인류문명에 이바지하는 것이므로 창조적·창의성을 자극하고 개발하는데 역점을 두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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