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뉴 LG 선도하는 구광모 회장

잘 되는 가게에는 비법이 많습니다. 가게 인테리어는 다양한 조명으로 이뤄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조명이 없으면 아무리 공간을 세련되게 꾸며도 소용이 없습니다. 밝게만 해서도 효과가 전혀 없습니다. 어떻게 비추느냐가 관건입니다. 비가 내리듯, 쏟아지듯, 쓰다듬듯 빛의 형태를 구체적으로 상상하면서 조명 방식을 결정해야 합니다.

조명이 비출 대상도 신중히 생각해봐야 합니다. 광택이 어느 정도 있는지, 어떤 색깔을 지니고 있는지, 빛을 투과시키는 성질은 있는지 등 각 대상의 특성을 고려해 거기에 알맞게 비추는 방법을 찾아내야 합니다. 또한 조명기구를 다는 위치 등 조명에 대한 검토는 디자인을 고려해 함께 진행해야 합니다.

올해 취임 3년차를 맞은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그 동안 선대가 구축해왔던 LG 무대에서 사방등처럼 은은한 백라이트를 자처해왔습니다. 고 구본무 회장이나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이 외향적으로 알려진 반면 구광모 회장은 대외 노출이 거의 없어 조용한 편이라는 말뿐 알려진 바도 별로 없었지요. 다만 재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그가 실용주의적 면모를 갖춰 형식에 얽매이지 않으며, 업무 진행에 있어 결단력과 실행력, 통찰력이 뛰어나다는 말이 돌곤 했었습니다. 그는 아마도 LG를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을 겁니다. 그래서였을까요. 구 회장은 평소 인공지능(AI)에 관심을 많이 보였다고 합니다. 취임과 동시에 미래 먹거리 분야 중 AI에 특별한 관심을 가진 티를 냈을 정도인데요. 고객의 삶을 더 가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 LGAI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여겼습니다.

지난해 정기 인사 때 세대교체로 방점을 찍었던 구 회장은 지난달 정기 인사에선 독보적인 빛을 쏟아내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LG 체제로 전환할 본격적인 모멘텀을 마련한 것이지요. 먼저 구 회장의 삼촌인 구본준 LG그룹 고문이 그룹에서 LG상사·LG하우시스를 떼어갔습니다. 이와 별개로 구 회장은 올 한해 23명의 외부 인재를 들여오는 한편, 경영진을 제외한 핵심 임원들의 세대교체를 이뤄냈습니다. 그만의 실용주의 면모가 신구(新舊) 조화를 주문한 셈입니다. 계열사별 임원 승진자는 지난해보다 18명 늘어난 124명으로, 그중 45세 이하 신규 임원은 24(19.4%)입니다. 올해 가장 어린 나이의 임원 승진자는 지혜경 LG생활건강 중국디지털사업부문장이며, 37세의 나이에 상무로 승진했습니다. 지 상무 외에 1980년대생 신임 임원은 총 3명입니다.

또한 지난 7일에는 LG AI(인공지능)연구원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는데요. 구 회장은 최고의 인재와 파트너들이 모여 세상의 난제에 마음껏 도전하면서 글로벌 AI 생태계의 중심으로 발전해 가도록 응원하고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습니다.

이곳에 구글 AI 연구조직 구글 브레인에서 리서치 사이언티스트를 역임한 1977년생 이홍락 미국 미시건 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를 영입했습니다. 이 교수는 업계 처음으로 신설된 ‘C레벨의 AI 사이언티스트(CSAI, Chief Scientist of AI)’ 직책으로, AI 원천기술 확보 및 중장기 AI 기술 전략을 수립하는 역할을 맡게 됩니다.

LG AI연구원장에는 LG사이언스파크 AI추진단을 맡았던 배경훈 상무가 선임됐습니다. 1976년생인 배 상무는 이홍락 CSAI와 함께 LGAI전략 수립과 실행을 전담하도록 했습니다. 연구원은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유플러스, LG CNS 16개 계열사가 참여해 LG경영개발원을 산하에 두고 3년간 글로벌 인재 확보, AI 연구개발 등에 2000여억 원을 투자할 계획입니다. 연구원은 내년에도 AI 분야의 중량급 우수 인재를 영입하며 핵심연구인력 규모를 100여 명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하네요. 이번 AI연구원 설립을 시작으로, 관련업계에서는 구 회장이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그룹의 미래사업 개발을 위한 빅딜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습니다.

시대가 흐를수록 사람들의 취향은 다양화돼가고 있고, 개인마다 가치나 생활양식이 급속히 바뀌고 있습니다. 이미 LG는 클로이 서브봇 브랜드 등을 통해 AI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는데, 새로운 이들이 모여 어떤 난제를 풀고 헤쳐 나가며 어떻게 더 진화하게 될까요. 앞으로 LG만의 AI 모습이 더욱 기대됩니다.

젊은 총수인 구광모 회장은 이제 막 제 빛을 쏟아내는 중입니다. 다양한 사람들과의 융합을 통해 잘 하는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낯선 시험대에 올라선 순간이기도 합니다. 타사 대비 차별화된 AI 신사업을 준비하며 글로벌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나선 구 회장이 자신만의 연출법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 나갈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 : 김진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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