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 새우젓·남도식 토하젓
​​​​​​​사라져가는 지역별 젓갈문화
다양한 김장문화 되살렸으면

며칠 전, 김장하다가 모인 친지들 간에 코로나가 감염됐다는 뉴스가 나왔다. 김장은 품앗이고, 전통적인 우리 관습이다. 어찌 어찌 김장은 다들 하셨나 모르겠다. 보통 추운 지방은 일찍, 남쪽은 늦게 한다. 아는 실향민 아저씨가 한 분 계신데, 기억으로는 10월이면 했다고 한다. 이북처럼 날씨가 매서운 강원도에서도 10월 김장이 드물지 않다. 고랭지 배추가 10월이면 나오기 때문이다. 남쪽은 씨를 늦게 뿌리고 그만큼 늦게 수확하는 경우가 많다. 김장도 여유 있게 12월에 하는 경우도 많다.

김장은 비슷비슷하면서도 지역별로 미묘한 차이가 많았다. 요즘은 김장도 전국통일분위기다. 지역성이 강했던 젓갈 문화도 서로 섞이고 있다. 경상도 출신에 서울서 살았던 우리 어머니는 멸치젓과 새우젓을 섞어 쓰셨다. 멸치젓은 경상도의 상징 젓이고, 새우젓은 역시 서해권과 서울의 대표 젓갈이다. 실제 새우젓을 생산하는 곳도 아닌 마포 새우젓이라는 고유명사가 있을 정도다. 서해안 새우젓이 배를 타고 마포로 올라와서 집하되던 조선시대부터 생겨난 이름일 것이다. 내가 알기로는, 80년대 이후 호남권 김치가 대도시에 크게 퍼졌다. 이주민도 많았고, 전라도 음식 맛이 좋다는 세평이 더해졌던 까닭이다.

서울 김치도 더 진해지고, 젓갈 사용량도 늘었다. 순 서울내기였던 친구들 집에 가서 김치를 먹으면 싱겁고 순했다. 경상도 출신인 우리 어머니 김치가 훨씬 자극적이었던 셈이다. 황석어젓과 조기젓, 갈치젓, 까나리젓도 대도시 김치에 자연스레 녹아들었다. 서울김치는 황해도와 경기도 김치와 유사했다고 하는데, 이제는 이주민과 매스 미디어의 영향으로 김치 만드는 문화가 혼재되면서 성격을 뚜렷하게 설명할 수 없는 김치가 되고 있는 듯하다.

그 이유로 김치냉장고를 드는 사람도 있다. 김치냉장고는 한국인의 삶을 바꾼 결정적 가전제품으로 꼽아도 된다. 텔레비전, 세탁기, 냉장고를 보통 신문명의 3대 기기라고들 하는데 한국은 뒤늦게 김치냉장고가 추가됐다. 사실 김치냉장고는 능동적으로 개발된 게 아니다. 아파트 등 집단 주거시설이 일반화되고, 마당이 없는 주택이 많아져서 자연스레 필요성이 생겨난 것이다. 항아리 없애기 운동이 부녀단체를 중심으로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김장이라는 오랜 관습이 사라지지 않았다.

김치냉장고는 묵은지 열풍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어지간히 깊게, 온도를 보존할 수 있게 묻지 않으면 김치는 삭아서 못 먹게 된다. 묵은지가 만만치 않았던 이유다. 하지만 김치냉장고가 생겨나자 강력한 저온으로 몇 년이고 보관할 수 있는 기술이 만들어졌 묵은지의 대중화를 가져왔다.

김장은 다행히도, 한국인의 유전자로 오래 살아남을 것 같다. 기왕 보태자면 더 다양한 김장을 복원했으면 좋겠다. 지역성이 더 강한 김장문화도 지켜지고 되살려냈으면 한다. 이북식의 심심하고 차가운, 젓갈을 최소한으로 쓰거나 안 넣기도 한다는 그 시원한 김치도 이제는 김치냉장고가 있으니 시도해볼 수 있겠다. 남도의 친구가 토하젓으로 담근 남도식 김장을 했다. 익으면 부르겠다고 문자를 보냈다. 이런 김치는 어떤 맛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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