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선 운임 사상 최고치…내년까지 고공행진 이어갈 듯
한진해운 파산 후 위기 고조…항공운임도 지난해보다 2배↑
납기일 못 맞춰 위약금 내야할 판…정부, 임시선박 긴급투입

국내 중소기업들이 해상 운임비 급등으로 신음하고 있다. 게다가 일부 노선의 경우 수출 물량을 선적할 배를 구하기도 힘든 실정이다. 화물 특수에 따른 운임 고공행진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수출 중소기업의 고충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해상운임 매주 사상 최고치

해운업계에 따르면 해상 운임의 기준이 되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201938.32를 기록하며 전주 대비 80.99P포인트 올랐다. SCFI2009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고 수치다. 또 올해 초와 비교하면 2배 가까이 올랐다.

우리나라 수출기업이 주로 이용하는 미 서안 항로 운임도 1FEU(40피트 길이 컨테이너 1)3913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동남아 노선 운임은 미주 노선으로 선박이 몰리면서 같은 날 1TEU(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802달러를 나타내며 한 달 만에 5배 가까이 뛰었다.

해상운임이 급등하면서 항공운송으로 전환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하지만 항공업계도 코로나19로 화물 운송 공급이 지난해보다 감소한 상황에서 늘어난 물량(수요)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노선의 운임이 작년 대비 2배 이상 오르는 등 항공화물 운임도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부산항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부산항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수출 선박 부족 대란은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으로 연초 세계 물동량이 급감하자 각국의 선사들이 선박 공급량을 줄인 데서 출발했다. 그러나 국가별 경기부양 정책에 따라 물동량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세계 미운항 선박율은 8월 이후 4이하로 떨어졌다. 이는 사실상 모든 선박이 투입되는 수준이어서 선사들이 선박을 추가로 임대하기가 어렵게 됐다.

이런 가운데 한국에서 미주지역으로 수출하는 물동량은 지난달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6상승하는 등 수출 선박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한진해운 파산 이후 출범한 HMM이 수출 물량을 최대한 소화하고는 있지만, 아직 국적 선사만으로는 국내 수출물량을 모두 처리하기에 역부족이다.

 

정부까지 나섰지만 역부족

국내 수출 기업은 운임 급등에 따른 비용 증가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특히 자금력이 약한 중소기업들은 물건을 보낼 컨테이너선을 아예 확보하지 못해 수출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까지 처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작년과 비교해 3~4배나 높은 운임을 부르는데 배보다 배꼽이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달 25일 페이스북에 한 젊은 스타트업 대표가 요즘 배가 없어 수출을 못 한다. 주문은 밀려오는데 납기에 못 맞추면 위약금을 내야 하는데 큰일 났다고 하더라면서 배를 구한다는 것이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닌데 당장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에 중기부와 해양수산부, 한국선주협회,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등은 국적 해운선사가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 선적공간을 우선 제공하는 내용의 협약을 지난달 29일 체결했다.

해양수산부도 국적선사 임시선박을 투입하는 등 비상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국적선사인 HMM은 수출기업들을 위해 8월부터 지난달까지 4척의 임시선박을 미주항로에 투입했다. 이를 통해 모두 15944TEU를 추가 운송했다. 다음 달 말까지는 매주 350TEU 규모의 선적공간을 추가로 제공할 계획이다. SM상선도 3000TEU급 선박 1척을 긴급히 빌려 다음 달 7일 부산발 미국 서부 항로에 투입한다. 동남아 항로에 대해서도 연근해 국적선사인 고려해운이 지난 151척의 임시선박을 부산발 말레이시아 항로에 투입했다. 다음 달에는 2800TEU급 선박 1척을 부산발 인도네시아 항로에 배치할 계획이다.

지난 25일에는 외국적 선사도 임시선박 7척을 투입하기로 했다. 세계 3대 해운선사인 머스크, MSC, CMA-CGM이 중국에서 출발해 한국을 기항하는 미주항로에 다음 달까지 총 7척의 임시선박을 투입할 계획이다.

 

계약 앞둔 수출기업 내년엔 떨어지길

문제는 해상 운임비에 따른 중소기업 부담이 단기간에 해결되기 힘들다는 점이다. 특히 기업들은 연말을 맞아 선사들과 내년 장기 운송계약(SC) 협상에 나선 상황에서 운임 상승세가 멈추지 않자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계약은 대체로 전년의 평균 운임에 기반해 체결된다. 이런 가운데 현재의 운임 상승을 이끈 미주노선 물동량이 내년 초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수출기업들은 물량 감소가 운임 하락으로 이어질까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전미소매협회(NRF)는 올해 12월과 내년 1월의 미국 수입이 전년 대비 각각 8.2%, 3.7% 줄 것이라는 전망에 기반해 내년 초 수입 증가세가 누그러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 해운 전문 컨설팅업체인 드류리도 물동량 감소를 예상하고 내년 아시아-미주노선 운임 전망을 FEU2000~2500달러에서 1900~2000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수출기업 관계자는 미국 수입이 준다는 것은 미국으로의 물동량이 준다는 의미이기에 수출기업 입장에서는 해운 운임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로 한국경제가 위기에 쳐했지만 중소기업 수출로 선방하고 있다면서 중소기업계의 수출흐름이 꺾이지 않도록 정부가 지속적으로 현장과 연계해 환율을 모니터링 할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운임도 중요한 부분으로 제품 판매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정책 당국이 이와 관련된 문제를 신경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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