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라도 대·중소기업 공정경제 만들자] 서오텔레콤 김성수 대표
세계 첫 ‘긴급콜’기술 빼앗긴 뒤 2004년 소송 제기

아이디어, 저작권, 산업재산권, 기술 등의 분야에서 권리침해를 당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문제는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대기업의 갑질로 인해 오랜 기간 법적분쟁에 매달리거나 진실을 밝히고자 고군분투하는 중소기업계 현장의 목소리는 절박하다. 이에 중소기업뉴스가 재단법인 경청과 공동기획으로 불공정거래, 기술탈취, 기술도용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 CEO들의 현장 인터뷰를 6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김성수 서오텔레콤 대표
김성수 서오텔레콤 대표

서오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오랜 분쟁은 이제 일반인들도 인지할 만큼 유명한 사건이 됐다. 16년째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는 김성수 서오텔레콤 대표에게 남은 건 희끗희끗해진 머리칼과 소송으로 쌓인 빚 그리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느라 낡은 구두뿐이다. 그럼에도 실낱같은 희망을 결코 놓을 수 없다고 하는 그. 배상금이 아니라 기술 강국 대한민국의 미래를 원한다는 김 대표를 만나보았다.

 

세계 최초 긴급콜기술 빼앗기다

김성수 서오텔레콤 대표는 혼자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사무실 사방에 쌓여 있는 낡은 서류들, 오래된 핸드폰 모델들, 그 와중에 자리한 수많은 특허증이 즐비했다. 김성수 대표가 지내온 시간을 증명하는 듯한 빛바랜 흔적이 사방에 가득하다.

서오텔레콤의 전신은 1986년 설립한 주식회사 서오기전이다. 김 대표는 이곳에서 원자력발전설비 국산화 개발에 참여해 150가지 정도의 대체재를 개발하며 승승장구했다. 거래처였던 현대중공업으로부터 5년 연속 최우수기업 표창을 받았고 대통령표창, 훈포장 등도 줄지어 수상했다.

그러나 모종의 사건들로 인해 현대중공업과 결별하고 IT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면서 김 대표는 서오텔레콤을 새롭게 세웠다. 출발은 순조로웠다. 중국과 470만 대 단말기 계약을 체결했고 김 대표와 개발자들은 세상에 없던 기술을 차곡차곡 내놓았다.

그러던 중 개인의 가슴 아픈 사연과 겹치면서 긴급콜이라는 기술이 탄생했다.

긴급콜은 세계에서 최초로 저희가 개발한 기술입니다. 휴대폰 소지자가 위급한 상황에서 비상버튼을 길게 누르면 미리 등록된 번호 또는 112에 사용자 위치와 위급하다는 문자가 전송되며 호출음이 울려요. 이때 전화를 받으면 도청모드(벨소리 진동으로 자동 전환)가 실행돼 사고 주변의 긴박한 상황을 범인 모르게 청취할 수 있어 신속한 대처가 가능해지는 기술입니다.”

이 기술은 2001년 특허로 출원됐다. 그 후 LG유플러스(LG텔레콤) 측에서 기술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다며 김 대표의 방문을 요청해왔다. 그리고 그로부터 1년 뒤, 김 대표는 자신들이 전달한 특허기술과 동일한 제품을 판매 및 서비스하는 LG유플러스 광고를 보고 기술 탈취 사실을 알게 됐다. 수차례 협상을 제의했지만 LG유플러스에서는 전혀 응하지 않았다.

결국 김 대표는 특허권침해혐의로 검찰에 LG유플러스를 고소했고 LG유플러스 역시 특허등록 무효소송으로 대응해왔다. 대법원까지 올라간 이 소송은 서오텔레콤 특허 12개 청구항 모두가 유효하다는 승소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특허 침해를 근거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에 대해서는 대법원이 느닷없이 LG유플러스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 과정에서 김 대표는 서오텔레콤에 유리한 내용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기술검토의견을 제출했으나 소용없었다.


신기술 48건 사라지는 게 가장 고통

재판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국제이동통신 표준규약 배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공식적인 기술검증 배제 등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는 점이었습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분쟁이 발생하면 중소기업은 모든 것을 걸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대기업에서는 일개 부서 업무로 다루며 끊임없이 시간을 지연시켜요.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소송에 들어가는 순간 모든 걸 다 내려놓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김성수 대표 역시 16년 넘게 계속된 송사에 강남 37평 아파트 매각, 송파 5층 사옥 매각, 연구소 폐쇄라는 극한 상황을 겪었다. 그러나 김 대표를 가장 고통스럽게 한 것은 따로 있었다. 17개 국가에 출원 및 등록된 175건의 발명특허와 동반성장위원회에 임치해놓은 48건의 신기술이 하나둘씩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미래의 성장동력을 모두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는 것으로 개발자인 김 대표를 가장 아프게 하는 사실이다. 김 대표의 싸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오직 기술 하나로 버텨온 중소기업으로서 미국, 브라질과의 사업 불씨가 아직 살아 있을뿐더러 무엇보다 여기서 포기하면 중소기업의 R&D는 영원히 빛을 잃을 거라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제가 바라는 것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사법부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대기업들의 생각이 바뀌고 이를 통해 우리는 공정한 사회로 가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는 것입니다. 둘째, 중소기업의 기술 보호는 개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가 미래를 위해 불가피한 것입니다. 글로벌 시대에 살아남는 길은 오직 기술뿐입니다. 미래의 먹거리로 가장 중요한 중소기업 과학기술에 대한 보호가 더 적극적으로 이뤄지길 바랍니다. 셋째, 기술 관련 재판에 대해서는 전문가로 구성된 배심원제도를 도입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거기서 기술 검증이 이뤄진다면 판사님들이 더욱 정확한 판결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진짜 소망은 대-중기 협업·상생

김성수 대표는 최근 LG유플러스에서 제공하는 알라딘 그룹콜 서비스 오작동에 대해 한국소비자원에 민원을 제기해 재현(조사)을 실시했다. 그 결과 한국소비자원은 알라딘 그룹콜 서비스 기능이 제품 사용설명서와 다르게 오작동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LG유플러스에 대해 단말기 오작동에 대한 통신요금을 김성수 대표에게 배상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김성수 대표는 이를 근거로 서울동부지방법원에 부당이득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동부지방법원은 LG유플러스에서 제공하는 알라딘 그룹콜 서비스 기능이 약정에 정한 서비스 중 일부가 이행되지 않음에도 전부 이행됨을 전제로 받아온 서비스요금을 김성수 대표에게 지급하라는 승소 판결을 내렸다.

김성수 대표는 승소 판결을 근거로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LG유플러스를 상대로 전기통신사업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이용자이익 저해행위에 대한 민원(조사)을 접수했으나 LG유플러스의 일방적인 해명만을 그대로 전달할 뿐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했다. 이는 국민의 권리 보호를 철저히 도외시한 무책임한 답변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그의 얼굴에는 모든 걸 초월한 담담함이 엿보인다. “저의 진짜 소망이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업 그리고 상생입니다.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기술은 유일한 생명줄이니까요.”

 

정리=이권진 기자

자료제공=재단법인 경청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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