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의 타계를 계기로 상속세를 손질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상속세를 폐지하자는 글이 올라오고 정치권에서도 기업승계를 가로막는 상속세 개편을 주장하고 나섰다.

지난 12일부터 이틀간 중소기업중앙회가 개최한 장수기업 희망포럼에서도 불합리한 기업승계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우리나라는 산업화 역사가 짧고 압축성장의 그늘로 인해 기업승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존재한다. 이로 인해 중소기업이 장수기업으로 성장하는데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은 업력이 200년 이상 된 기업이 3800개에 달하지만 우리나라는 한 곳도 없다. 100년 이상 된 기업만 겨우 9곳이 있을 뿐이다.

한 나라의 경제가 탄탄한 기반 위에 건실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장수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독일의 히든챔피언은 업력이 평균 61년이고 수출 비중이 62%에 달한다.

2000년부터 2010년까지 히든챔피언들이 해외시장에서 선전하면서 수출액이 30%가 증가해 독일경제의 턴어라운드를 견인했다. 독일은 히든챔피언 같은 장수기업 육성을 위해 기업승계 공제 혜택을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지원해 주고 있다.

상속공제 한도도 사업유지 기간에 따라 85%에서 최대 100%까지 공제해 준다. 영국도 모든 기업승계 기업은 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고 사후관리 요건도 없다. 일본은 2018년부터 비상장 중소기업 오너가 후계자에게 주식을 상속 증여할 때 상속세의 100%2027년까지 납부 유예하는 특례제도를 도입했다. 반면 우리나라 기업승계제도는 선진국들과 차이가 크다. 50%에 달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도 문제지만 가업상속제도를 웬만한 중소기업들은 활용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상속세 과세대상자 대비 가업상속공제를 받은 비율은 1.3%로 집계됐다. 20161.03%, 20171.3% 등 가업상속공제 비율은 연평균 1%대에 불과하다. 이는 제도 자체가 현실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선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인이 10년 이상 기업을 경영해야 하고, 지분율이 50%를 넘어야 한다.

또한 최대 500억원의 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경영기간이 30년을 넘어야 한다. 기업상속 이후 지켜야 하는 요건들은 더 비현실적이다. 가업상속공제를 받은 뒤 7년 이상 사업을 유지해야 하고 자산도 최소 80%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상속 당시 정규직 근로자의 최소 80% 이상을 매년 유지해야 함은 물론 사후관리 기간 중에는 업종 변경 범위를 표준산업분류상 중분류로 제한하고 있다.

독일과 일본, 영국 등 제조업 강국인 선진국들이 기업승계를 장려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경제를 성장시키고 일자리를 만들기 때문이다. 21대 국회에는 이미 기업승계 개편을 위한 많은 법안이 상정돼 있다. 합리적인 기업승계제도 개편을 위해 국회와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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