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김치 대부분 수준 이하
국산은 가격 비싸 언감생심
밥값 인상 어려워 진퇴양난

요식업을 꾸린다는 건, 사업이기도 하지만 식구들을 거느린다는 뜻이다. 회사 규모라면, 식구라는 말을 잘 쓰진 않는다. 쓰더라도 상징적이다. 하지만 요식업 정도의 소기업 내지는 자영업은 그야말로 식구다. 밥 식, 입 구. 같이 밥을 먹는다.

하루 보통 두 끼를 먹게 된다. 과거에 근무시간이 길 때는 세 끼도 같이 먹었다. 아침에 출근해서 가볍게 어제 먹다 남은 음식이나, 라면 정도를 먹는다. 누룽지를 끓여먹기도 했다. 점심장사가 끝나면 비로소 한 끼 잘 차려먹는다. 찌개도 끓이고 고기볶음이나 생선구이, 조림 같은 것도 나온다. 누가 밥을 전담하기도 하지만, 대개는 요리사들이 돌아가며 만든다. 이것은 그냥 한 끼의 밥이 아니라, 식구들이 모두 모여서, 그러니까 홀 직원들과 모든 요리사들이 모여서 먹는 중요한 자리다. 잘 먹고 힘내서 하루 또 버티자는 의미도 있고 즐거운 대화가 이어진다.

물론 요즘은 대화가 사라지고 있다. 한때 유행했던 개그프로그램 중에 대화가 필요해라는 게 있었다. 딱 요즘 내가 일하는 식당이 그렇다. 스마트폰을 보느라 다들 혼밥에 가깝다. 누가 말을 꺼내고 묻기라도 해야 대화가 잠깐 이어진다. 이것이 시대의 변화이고 대세라 어찌 할 도리가 없지만, 식구들끼리 말없이 밥을 먹노라면, 이건 정말 대화가 필요해!’라고 주장하고 싶다.

김장철이다. 한식당은 늘 김치를 담근다. 김칫거리 채소가 딱 떨어지는 오뉴월에도 어떻게든 김치를 담가야 팔 수 있다. 올해처럼 시중에 배추가 사라져버린 여름은 끔찍하다. 결국 김치를 사다가 팔아야 한다. 직원용 김치도 조달해야 한다. 그렇더라도 대개는 한식당이라면 김치가 여유 있다. 반찬 잘 만드는 중년 여성 요리사가 대개 찬모라는 직책으로 같이 일하기 때문에 그들 덕도 많이 본다.

여담이지만, 찬모라는 호칭은 사라져야 한다. 찬모는 조선시대 궁이나 관가에서 밥을 맡아 짓는 여성을 이르는 말이었다. 그게 무슨 상관이냐 하시겠는데, 문제는 그들의 신분이 노비였다는 것이다. 신분사회인 조선에서나 부르는 찬모 호칭을 지금도 쓰고 있는 셈이다. 지금 우리가 식모라고 부르면 아마도 다들 눈살을 찌푸릴 것이다. 식모도 약모, 찬모처럼 같은 계급의 여성이었다.

하여튼, 식당 종사자들도 한식이든 일식 중식이든 양식이든 밥 먹을 때 김치가 필요하다. 담그는 집은 한식당이나 할까 말까이고, 대개는 사서 먹는다. 문제는 그 김치의 질이 아주 낮다는 점이다. 예전에 김치 맛이 유독 나빠서 사입 직원에게 가격을 물어봤다. 1만원 조금 넘는 가격이었다. 속으로 생각했다. , 그 정도면 김치가 이 지경은 아닐 텐데. 알고 보니, 내가 생각한 1당 가격이 아니라 10한 박스 가격이었다. 지금 당장 인터넷을 열어 절인 배추 가격을 알아보면 1015000원이상 한다. 소금에 절이기만 한 배추도 그 가격인데, 완제품 김치가 그것보다 낮다. 바로 수입품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항변한다. 우리도 고급 김치를 납품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최저가를 요구하므로 하는 수 없이 그런다고 말이다. 전혀 틀린 말도 아니다. 우리 요식업 납품시장은 최저가 위주로 구성돼 있다. 따로 요청하지 않으면 시중에서 가장 싼 재료를 납품하는 게 기본이다. 보통 시중 밥값이 5000~8000원선인데 반찬이 대여섯 가지가 나와야 한다. 김치는 별도다. 그러므로 좋은 김치를 제공하기 어렵다. 김치는 게다가 한국에서 무한리필이다. 직접 김치를 담그는 집도 많다. 그런 곳은 그만큼 주인이 더 힘들게 일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밥값을 올리면, 저소득층의 타격이 크다. 이런저런 문제로 표준 식단제는 70년대에 시작된 지 아직도 표류중이고 내 생각에는 영원히 정착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김치라도 제대로 된 것을 팔고, ‘식구들이 그걸 먹을 수 있는 식당이면 좋겠다. 그러자면 밥값도 한번쯤 돌아봐야 한다. 무한경쟁으로 외식업에 몰려서 제살 깎는 현실에 이게 말이 되느냐고 하시겠지만, 슬픈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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