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지주회장 가운데 3연임을 한 CEO는 한 손으로 꼽을 정도로 적습니다.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정도 나열할 수 있습니다. 모두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금융권 대표 CEO들입니다. 이들은 각 금융회사에서 입지적인 이력으로 3연임을 해낸 스타 CEO들이기도 합니다.

이번에 금융지주 3연임 스타CEO가 또 탄생했습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입니다. 지난달 17일 차기 회장 최종후보자에 단독 선정되면서 3연임에 성공했고, 11월 임시주총을 통해 결정되면 202311월까지 KB금융그룹을 이끌어가게 됩니다.

금융권의 수많은 CEO들 소식 가운데 유독 윤종규 회장의 연임에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지는 것은 KB금융그룹이 규모면에서 국내 1등 금융플랫폼이기 때문입니다. 치열한 경쟁양상인 금융업계에서 KB금융은 줄곧 숫자로 자신들의 경쟁력을 증명했습니다.

윤 회장은 2연임에 성공하던 2017년에 비로소 신한금융을 제치고 업계 1위를 탈환했습니다. 지난 2008년 이후 9년 만이었죠. 이때 그룹 역사상 처음으로 3조원대 순이익을 거뒀습니다.

업계 순위는 당기순이익으로 가름이 납니다. 윤 회장은 취임 후 3년 만인 2017년 당기순이익을 2배 이상 성장시키면서 순이익 3조원을 열었는데요. 3조원 시대는 윤종규 회장의 대표적인 업적 중 하나입니다.

이후 간헐적으로 신한에 1등 자리를 내주긴 했어도, 지난 2분기 확고하게 1등 자리를 고수 중입니다. 윤 회장 재임 기간 동안 자산의 규모도 대폭 늘었습니다.

윤 회장이 첫 취임한 2014년 말 KB금융의 자산규모는 308조원이었는데, 올해 상반기 570조원으로 급증했습니다. 이 기간 KB금융의 연평균 자산 성장률은 12% 가량이 됩니다. 연 평균 자산 성장률은 금융 플랫폼 비즈니스에 있어 중요한 성장 지표입니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10.3%, 6.3%의 자산 성장률을 달성했습니다. KB금융이 확실히 압승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윤 회장 취임 후 KB금융그룹은 완전히 탈바꿈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나 비은행 계열사들의 성장세는 다른 경쟁 금융회사 대비 독보적인 속도입니다. KB국민카드, KB증권, KB손해보험 등 비은행 계열사의 총자산은 2014년만 해도 33조원 정도였지만 올해 1분기 143조원으로 크게 증가했습니다.

윤종규 회장은 2연임 기간 동안 과감한 M&A 전략으로 KB금융의 혁신을 꾀했습니다. 윤 회장은 2014KB캐피탈(옛 우리파이낸셜) 인수를 시작으로, 2015KB손해보험(LIG손해보험), 2016년 현대증권을 인수했습니다. M&A 전략의 핵심은 비은행 사업을 강화하자는 거였죠.

이어 해외 M&A도 적극 나섰습니다. 2018년 캄보디아의 토마토특수은행(TSB) 지분 90%를 인수해 해외 첫 자회사인 KB대한특수은행(KDSB)을 출범시켰는데요. 2019년에는 인도네시아에 여신 전문 금융회사도 인수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올해 KB금융은 대형 M&A 리스트에 이름을 또 올렸습니다. 생명보험업계 6위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에 참여해 무려 23000억원을 들여 최종 계약을 마무리했습니다. KB금융그룹의 종전 자회사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이 합쳐지면 수입보험료 순위가 기존 17위에서 9위로 껑충 뛰어 오르게 됩니다.

윤 회장의 기록적인 행보가 이번 3연임에 가장 큰 힘이 됐을 겁니다. 그러면 윤 회장은 새로운 임기를 준비하면서 대대적인 변화를 펼칠까요? 각 증권사들은 윤 회장 3연임에 대한 보고서를 내고 있는데요. 공통된 의견은 무조건적인 혁신을 추구하기 보다는 기존의 경쟁력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이뤄나갈 것으로 요약됩니다.

금융업계의 풍문으로는 윤 회장이 2014년 처음 지주 회장에 오를 때 이미 3연임 로드맵을 짜놓고 있었다고 합니다. 2023년까지의 ‘10년지대계가 포트폴리오로 마련됐다는 이야기인데요. 앞으로 이어질 윤종규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으로 KB금융이 얼마나 더 점프를 할까요? 요즘 코로나가 불러온 언택트 시대에 전통적인 금융회사들의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이 부쩍 늘고 있는데요. 윤 회장이 설계한 10년지대계 로드맵에 언택트 시대에 대응할만한 묘수가 있을지 궁금합니다.

 

- 장은정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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