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환(KBIZ중소기업연구소 정책연구단장·단국대학교 산학부총장)

나경환
나경환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제조·서비스 융합R&D 촉진 내용을 담은 산업 R&D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제조·서비스 분야 정부R&D를 확대하고, ‘서비스R&D 특례를 마련해 제조·서비스 R&D과제에 인센티브를 지원한다는 것이 골자다. ‘산업 R&D 혁신방안 기획위원회공동위원장으로 참여하고 있는 필자는 이같은 정부의 정책 추진 과정을 보다 면밀히 검토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정부의 혁신방안을 살펴보면 정부는 우리 주력산업이 활력을 잃어가고 있으나 신산업 창출은 더디다고 평가한다. 또한 디지털 전환, 제품과 서비스의 결합 등 산업전반에 대변혁이 일어나고 있으나 정부의 R&D 정책은 통제와 관리 중심의 제도를 운영함으로써 R&D 성과가 저조하다고 진단한다. 특히 연구혁신과 창의성을 제한하는 안정적 과제 위주의 R&D, 투입중심·공급자위주의 R&D, 폐쇄성이 강한 인하우스(in-house) 중심의 R&D를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이처럼 혁신방안은 정부 스스로 산업 R&D 정책을 통렬하게 비판하고 R&D 혁신의 절박함을 역설하는 데서 출발한다. 진정성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또한 정부는 시장과 성과 중심의 산업연구개발 체계 마련을 위해 가치사슬 상 전후방 기업이 협력하는 대규모·통합형 연구개발을 도입해 대혁신(big innovation)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후방의 중소기업들과 전방의 대·중견기업을 포함해 관련 산학연이 함께 참여하는 대규모 통합형 연구개발을 신규과제의 20% 이상 추진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통합형 연구개발 참여를 유인하기 위해 참여 대·중견기업의 매칭 부담을 현재의 2분의 1수준까지 대폭 경감해 중소기업의 협동연구가 활성화되도록 하고, 총괄기관에 목표변경, 사업비 변경 등의 자율성을 부여할 계획이다. 이처럼 세계시장에서 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 개발을 위해 통합형으로 연구개발을 추진하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시도라고 생각한다.

연구개발의 개방형 혁신은 지난 10여 년 동안 세계적인 화두다. 플랫폼 기반의 경제가 확대되면서 기술의 선점과 속도가 매우 중요해졌다. 자유무역협정 등으로 우리나라의 경제영토는 세계 어느 나라에 뒤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대부분 자체개발(84.5%)을 통해 기술을 획득하고 있으며, 공동개발은 11.7%에 불과하다. 이는 양질의 연구개발자원 활용과 재빠른 기술획득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기술의 복잡성이 엄청나게 커진 상황에서 내부자원만을 활용한 폐쇄적인 자체개발은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기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혁신적인 연구성과를 마련하고, 이를 많은 기업에서 활용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국내에서 벗어나 해외 기술도입이나 인수합병 등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그 중 아세안은 미래 우리 경제 발전의 새로운 돌파구다. 아세안은 성장성이 큰 시장이자 제조 아웃소싱의 적격 지역이며, 우리나라에 양질의 연구인력을 제공할 가능성도 존재하는 지역이다.

산업부도 아세안 국가들과 기술협력을 위해 -아세안 산업혁신기구2021년 말까지 설립해 기술이전·사업화, 공동기술개발 등 협력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아세한 산업혁신기구는 향후 아세안과의 기술혁신 협력을 위한 중요한 플랫폼이 될 것이다.

혁신의 본질은 새로운 아이디어나 상품이 시장에서 가치를 발휘하는 데 있다. 산업부가 이번에 내놓은 혁신방안이라는 상품을 정책고객인 기업들이 잘 활용해야만 진짜 기술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와 같이 불확실성이 큰 시기는 기업과 정부 모두에게 위기이자 기회다.

기업은 스스로 시장을 면밀하게 파악하고, 도전적인 자세로 기업혁신에 나서고, 정부는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을 적재적소에 마련한다면 개방적 협력을 통한 기술축적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다. 그렇게 축적된 혁신기술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큰 자산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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