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IZ 인사이트] 김남주 법무법인 도담 대표변호사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서로 몸 밀착, 체온저하 최소화

공동 기술개발·납품단가 협상
中企, 위기탈출 유대협력 절실

김남주 변호사
김남주 변호사

펭귄에 관한 재미있는 다큐멘터리를 봤다. 극한의 남극에서 지극정성으로 알을 부화시키는 황제펭귄의 이야기다. 특이하게도 수컷펭귄이 발등에 알을 올려놓고 배로 품어 부화시킨다. 남극의 추위는 아기펭귄의 탄생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잠시라도 발등에서 알이 떨어지면 곧바로 얼어 버린다.

또 남극의 맹렬한 강풍, 블리자드가 불어오면 아무리 추위에 적응된 펭귄이라고 하더라도 혼자 견뎌낼 재간이 없다. 이때 펭귄은 집단 대응을 한다. 수백마리의 펭귄 무리는 한 덩어리처럼 서로의 몸을 밀착시켜 체온을 유지하고 바람에 노출되는 면적을 최소화 한다. 펭귄 집단은 서서히 회전하면서 맨 바깥에 있는 펭귄이 안으로 들어가고 안에 있는 펭귄이 순차적으로 맨 바깥으로 이동하면서 교대한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격언을 펭귄도 알고 있다.

코로나는 중소기업에게 남극의 블리자드와 같은 매서운 시련을 안겨주고 있다. 자칫 잘못하면 중소기업은 도산할 수 있다. 이미 많은 중소기업들이 폐업이나 도산을 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올해 세계 기업들의 파산이 지난 해 보다 2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한다. 실제로 올해 7월까지 국내 법인파산 접수 건수가 지난 해 보다 35.5%나 증가했다. 중소기업의 경영상황이 어려워질수록 수주경쟁은 치열해지고 납품단가는 더 내려가게 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해야 할까.

재정 투입을 통한 중소기업 지원정책 등 다양한 대책들이 필요하다. 다양한 대책 중에서도 중소기업이 펭귄 집단처럼 공동 대응을 촉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공동으로 기술개발, 구매, 물류, 거래조건 합리화 등을 할 수 있도록 대폭 허용하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 그런데, 공정거래법은 공동 대응을 할 수 있도록 공동행위 인가제도를 마련하고 있지만 사실상 사문화됐다.

이 제도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사전에 공동으로 공동행위를 인가한 경우에는 부당한 공동행위, 즉 담합과 같은 위법행위로 보지 않는다. 공정거래법은 공동행위를 할 수 있는 사유로 산업합리화 연구·기술개발 불황극복 산업구조 조정 거래조건 합리화 중소기업의 경쟁력향상을 들고 있다. 그런데, 1987년부터 30년 넘게 공동행위 인가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2019년까지 총 3(그 중 1건은 부분 승인)만 인가됐다고 한다.

또 다른 공동 대응을 허용하는 제도인 일정한 협동조합의 행위도 사실상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에는 소규모 사업자로 구성된 일정한 조합의 공동 행위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 적용을 배제하고 있다. 하지만 이 규정도 너무 엄격하고, 법원도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는데다가, 소규모 사업자의 기준이 법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보니 그 기준도 모호하다. 개선이 필요하다.

현행 공동행위 인가제도를 일정한 공동행위에 대해 적용면제를 하는 제도로 개선하자는 논의가 있다. 법 개정 전까지 공정위가 공동행위에 관한 심사 지침을 개정해서 중소기업의 공동행위에 대해 폭넓게 허용할 필요가 있다. 소규모 사업자 조합에 공정거래법 적용제외 제도는 기업인들이 기준을 알 수 있도록 소규모 사업자 기준을 공정위가 고시로 정할 필요가 있다.

이때 소규모 사업자를 너무 낮게 잡는다면 유명무실하게 될 수 있으므로, 대기업을 대상으로 교섭력을 확보하고 시장에서 활동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입법 취지를 살려 그 기준을 적정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고, 소비자 이익에 미치는 영향 정도를 고려해 거래상대방 즉 소규모 사업자가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지, 아니면 대기업에 납품하는지에 따라 기준을 달리 정할 필요가 있다.

이에 추가해 이 두 제도가 개선되더라도 중소기업 입장에서 가장 핵심적인 납품단가를 공동으로 협상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제품의 가격을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해서 인상하는 것은 어느 경우에도 허용될 수 없겠지만, 그렇지 않고 대기업에 중간재나 부품 등을 납품대금을 공동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본다. 납품단가 공동 협상을 허용할지에 대해 전향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펭귄처럼 중소기업도 스크럼 대형으로 시련의 시기를 이겨내길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