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사이트] 동네마트 전용 배달앱 ‘로마켓’
새벽 아닌 저녁배송으로 급부상
가까운 가게서 배달, 신선도 탁월
지역별 상품기획·할인행사 가능
입점업체 수수료 최소화에 방점

이커머스가 폭풍 성장하고 있다. 코로나19는 비대면 언택트 시대를 촉발시켰다. 우후죽순처럼 커가는 온라인 상거래 시장은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한다.

만년적자로 허덕이던 쿠팡은 드디어 흑자 전환을 눈 앞에 두고 있다. 마켓컬리는 새벽배송을 강조하며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네이버는 검색 공룡에서 쇼핑 공룡으로 변모 중이다. 오프라인 유통 공룡 롯데도 롯데온을 론칭하며, 심기일전, 온라인 강화에 사활을 걸었다.

이마트 등 주요 대형마트들 역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하이브리드로 엮는 시스템을 실험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SSG 등을 오프라인 매장과 연계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있다. 해외에선 오프라인 매장을 도심 내 물류센터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 중이기도 하다. 백화점 체인 JC페니는 미국 뉴욕 맨해튼 중심부의 백화점을 물류센터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온라인 러시는 대형 업체들 뿐만 아니다. 크고 작은 스타트업들도 이커머스 시장에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다. 네이버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본격화된 이후 네이버 쇼핑 내 신규 스마트스토어가 빠르게 증가했다. 전년 동기 대비 61% 늘었다. 월평균 33000개 스마트스토어가 오픈하고 있다. 올 상반기 기준이다.

언택트 서비스를 선호하는 사람이 늘어남에 따라, 신규 창업자들이 온라인에 집중된 것으로 네이버는 분석하고 있다. 위메프 역시 신규 입점한 업체 수가 전년 동기 대비 38% 가량 늘었다고 전한다. 1~5월 기준이다.

 

영역 급속확산하는 언택트 쇼핑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역대급으로 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2분기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15.2% 증가했다. 이는 정부가 온라인 쇼핑 동향을 집계하기 시작한 2001년 이후 가장 많은 액수다. 특히 음식서비스(73.8%)와 생활용품(41.1%), 음식료품(38.7%) 등에서 크게 증가했다.

이커머스 추세를 되돌리는 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무역협회는 이와 관련, 글로벌 전자상거래 트렌드 보고서를 냈다. 이에 따르면 과거 매장에서 실물을 직접 보고 사던 고령 인구가 IT기기에 익숙해지며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시장으로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고 밝혔다.

하반기엔 온라인쇼핑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잠시 잦아들던 코로나198월 기점으로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에 따라 언택트 쇼핑은 더욱 불이 날 것으로 점쳐진다. 이커머스 시장은 2020133조원에서 2022200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모두가 온라인으로 뛰어드는 이때, 먼발치서 바라만 봐야 하는 이들도 있다. 동네 마트가 대표적이다. 온라인 폭풍 성장은 남 얘기일 뿐. 코로나19로 줄어드는 손님만 아쉬울 뿐이다.

이들은 대형마트처럼 온라인을 병행할 여유가 없다. 시스템을 구축할 자금도, 운용할 인력도 없다. 또한 온라인에 특화된 스타트업처럼 전문성도 없다. 뿌리가 다르고 종자도 다르다. 일부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네 마트도 있지만 한계가 분명하다. 전화 주문을 받거나, 고객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한 장바구니를 배달해주는 정도일 뿐이다. 이들에게 온라인 쇼핑는 언감생심, 남의 떡일 뿐이었다.

그런 동네 마트에게 혜성 같은 존재가 등장했다. 동네 마트 전용 배달앱 로마켓이다. 로마켓은 동네 마트와 지역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앱 서비스다. 소비자는 가까운 동네 마트를 선택해 물건을 온라인이나 모바일로 구매할 수 있다. 동네 마트는 로마켓에 등록, 손쉽게 상품을 판매하며 지역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있다.

점주가 신청하면 20분 내에 모바일 앱이 설치되고, 포스(POS)와 자동 연동된다. 재고에 따라 자동 리스팅이 되고, 신선 식품 가격도 바로 업데이트된다. 오프라인에 멈춰있던 동네 마트가 이젠 온라인으로 손쉽게 확장되는 것이다.

가까운 마트에서 배달이 되니, 장점이 많다. 빠르고 신선하고 믿을 수 있다. 요즘은 새벽배송이 대세지만, 로마켓은 한 발 나아가 저녁 배송을 강조한다. 다음날 새벽이 아닌 오늘 오후, 오늘 저녁까지 배달이 가능하다는 것.

사실 적잖은 사람들이 내일은 뭐 해 먹을까가 아니라 오늘 저녁에 뭐 먹지?’를 고민한다. 새벽 배송만 하더라도 하루 앞선 계획이 필요하고, 준비가 요구된다. 하지만 바쁜 현대인은 즉흥적이다. 내일은커녕 당장 오늘 식사조차 만만치 않다. 퇴근 길에 몰리는 동네 마트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오늘 저녁 거리를 준비하는 것이다. 내일 저녁은? 내일 고민하자는 패턴이다. 이런 이들에게 로마켓은 더할 나위 없는 솔루션이다.

e커머스에 아날로그 감성 접목

동네 마트의 또 다른 장점은 신선하다는 점이다. 동네 마트는 신선 식품의 원조 강자다. 동네 마트에서 파는 신선 식품은 대개 당일 새벽에 가까운 산지에서 공급이 된다. 물류 창고에 오랫동안 보존되거나 긴 시간 먼 거리를 이동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로컬 푸드다. 그렇기에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 시간도 짧고 이동 경로도 짧다. 신선할 뿐 아니라 환경을 생각하는 윤리적 소비이기도 하다.

로마켓은 또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된다. 여타 마켓플레이스와는 큰 차이점이다. 동네 주민이 다같이 이용하는 곳이다보니, 소문이 빠르고 평판이 중요하다. 자칫 상한 식자재라도 팔았다간, 동네 부녀회에서 금방 소문이 난다.

그렇다 보니 동네 마트는 더욱 서비스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고, 그만큼 신뢰도가 높은 특징이 있다. 또 지역을 기반으로 한 정교한 타게팅도 가능하다. 지역 상황에 맞는 상품 기획이나 할인 행사가 가능하고, 이를 홍보하는 마당으로도 로마켓을 활용할 수 있다.

로마켓은 올 3월 런칭했다. 질경이 최원석 대표가 선보였다. 질경이는 여성용품 전문업체다. 여성용품 업체에서 온라인 마켓플레이스를? 다소 생뚱맞다. 코로나에 맞춰 급조된 걸까? 아니다. 이미 5년전 최 대표가 베타테스트를 시작했고, 그동안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며 플랫폼을 보완해왔다. 여성용품 업체에서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플랫폼을 오픈한 건 어떤 이유일까.

이는 최 대표의 사업 경험에 기인한다. 최 대표가 질경이를 운영하며 가장 큰 한계를 느낀 것이 바로 유통이었다. 많은 시간을 투자해 좋은 제품을 만들었지만, 막상 판매할 유통처가 없어 난감했다.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연결고리가 생기지 않으면 모든 게 헛발질 이라는 걸 뼈저리게 경험했다. 이후 온라인을 통해 판매를 시도했는데, 매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사업이 안정됐다. 유통이 없으면 사상누각이요, 온라인 쇼핑은 유통의 혁명임을 절실히 깨달았다.

여기에 최 대표 개인의 경험도 가미됐다. 퇴근길, 동네 마트에서 족발 하나 막걸리 한 병을 사다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하곤 하던 최 대표. 문득 이걸 퇴근 시간에 맞춰 집까지 배송 받으면 편리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로마켓 탄생의 시발점이 됐다.

단순한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로마켓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동네 마트에게 새로운 활로를 열어줄 수 있을까. 로마켓에는 현재 100개 동네 마트가 입점해 있으며, 올해까지 1000개 입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입점을 유치하기 위해 수수료를 낮게 잡았다. 거래액의 1%대다. 앞으로도 입점 업체들의 수수료 부담을 최소한으로 유지하고, 대신 별도의 다양한 수익구조를 만들어 내겠다는 계획이다. 배달 수수료도 낮추기 위해 제로배달 유니온에 들어갔다. 제로배달 유니온은 서울시가 10여개 사업자와 함께 만든 배달 서비스로 수수료는 2% 정도에서 유지된다.

로마켓 앱 다운로드 수는 10만을 넘었다. 코로나 이후 상반기 주문건수는 지난해 테스트 당시에 비해 2.3배 늘었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시킨 로마켓. 기존 이커머스가 갖고 있지 않은 정을 갖게 될지 주목된다.

 

- 차병선(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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