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IZ Insight] 전병욱(서울시립대학교 세무전문대학원 교수)
실패한 기업인 재기에 걸림돌
납세자 범위서 과점주주 빼야
선진국에선 ‘고의·과실’ 명시

전병욱(서울시립대학교 세무전문대학원 교수)
전병욱(서울시립대학교 세무전문대학원 교수)

매년 창업하는 법인의 절반 정도가 2년 내에 폐업할 정도로 전반적인 산업에 어려움이 계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 확산으로 인한 경기 침체는 소규모 중소기업에 치명적인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러한 경제적 난관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로 고착화할 경우 우리나라의 장기적인 성장잠재력도 크게 훼손될 수 있다. 다양한 방식의 정책적 대응이 필요한 이유다.

특히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많은 실패기업인들은 경영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다가 결국 세금을 감당하지 못하고 체납한 상태에서 폐업하고 있다. 체납 세금에는 3%의 가산금과 함께 매월 0.75%의 중가산금이 최장 60개월까지 부과된다.

그 결과 부담할 세액의 최대 48%까지 체납세액이 증가하고, 법원의 회생·파산에서도 면책되지 않는다. 이는 실패기업인의 재도전에 중대한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소규모 법인을 운영하면서 발행주식의 전부 또는 대부분을 보유해서 사실상 개인사업자와 동일한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기업인의 경우에는 폐업시 출자자 등에 대한 제2차 납세의무로 인해 사업 재기를 위한 노력에 매우 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2차 납세의무는 주된 납세의무자가 체납하고, 그 재산에 대한 체납처분으로 징수해야 할 조세에 부족한 경우 해당 납세의무자와 일정한 관계인 제3자에 대해 주된 납세의무자로부터 징수할 수 없는 세액을 한도로 보충적으로 납세의무를 부담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이는 조세의 징수 측면에서 효과적이지만, 납세의무자의 입장에서는 타인의 체납조세에 대해 우발적 납부책임을 부담하게 돼 사법상의 거래안전을 침해할 우려가 큰 제도이기도 하다.

주요 국가와의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출자자 등의 제2차 납세의무가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주요 비교대상 국가 중 우리나라의 출자자의 제2차 납세의무와 유사한 제도를 운용하는 국가는 일본인데, 일본에서도 제2차 납세의무를 부담하는 출자자에 무한책임사원을 규정할 뿐이고 우리나라와 같이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과점주주(발행주식의 과반수를 보유한 주주)는 규정하지 않았다.

, 일본을 포함한 모든 비교대상 국가에서 상법상 주주 유한책임 원칙에 따라 과점주주를 포함한 전체 주주에 대해 법인의 조세채무에 대한 제2차 납세의무를 부담하도록 하지 않는 반면 우리나라는 이를 예외적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또한, 대륙법계인 독일과 함께 영미법계인 미국에서도 출자자에게 제2차 납세의무를 부담시키지 않고, 특히 미국에서는 주된 납세자 외의 제3자에게 납세책임을 부과하기 위해서는 조세회피 우려 및 납세부족액 초래에 대한 고의·과실을 명시적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제2차 납세의무의 개선방안이 필요하다. 먼저, 출자자 등의 제2차 납세의무를 부담하는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과점주주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해 납세자의 예측가능성과 법적안정성을 제고해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우리나라에서 출자자 등의 제2차 납세의무가 과도하게 포괄적으로 규정돼서 납세자에게 과중한 부담이 발생하는 점을 해결할 수 있도록 일본과 같이 이를 부담하는 납세자의 범위에 과점주주를 제외하고 무한책임사원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