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IZ 인사이트] 김대식(한국조달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민간 아이디어 공공부문에 구현
플랫폼 마련·구매기준 제시 필요
혁신구매 우수기관 포상 바람직

김대식(한국조달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대식(한국조달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코로나19로 인한 국내외 경제상황 악화로 정부 재정정책의 적극적 역할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기업의 고용, 연구·개발 활동에 중요한 마중물 역할을 하는 공공조달시장의 중요성 또한 증대되고 있다. 국내 공공기관은 연간 약 123조원 규모(2018년 기준, 공공구매종합정보망 자료)의 물품·서비스·시설공사 구매를 실행하고 있고, 그 중 중소기업제품에 대한 공공구매 비중은 약 94조원으로서, 전체 구매의 76.2%에 이른다.

하지만 민간시장에서는 기업이 이익극대화를 위한 혁신을 위해 원자재 구매, 생산, 판매기획·관리 등 전후방 공급체계 참여자의 조정 및 협업을 주도해 나가는 것과 달리, 공공시장에서의 정부는 기존 구매예산 패턴을 수정하기 어렵고, 시장참여자와의 교류를 최소화한 투명·공정한 계약 업무에 집중하게 되면서, 혁신활동의 필요성과 시급성을 인식하기 어렵다.

이러한 공공시장과 관련해, 최근 주요 선진국들은 중요 재정정책 부문인 공공시장의 혁신을 추구하는 공공혁신조달정책에 주목하고 있으며, 그 핵심적 내용은 공공시장의 수요에 기반해 민간의 혁신적 아이디어를 공공부문에 구현한 혁신기술 제품 및 서비스의 발굴로 새로운 혁신성장의 기반을 구축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최근 서울의 한 자치구와 정보통신 관련 국책연구기관이 협업해 범죄가 일어날 가능성이 큰 장소와 시장, 인물 패턴을 AI 영상 분석을 통해 종합적으로 판단해 범죄 확률이 높은 상황이 인식되면 상황실에 경고가 전달되도록 하는 범죄예측 CCTV 개발추진 사례나, 국내 수자원 관련 공기업이 고령자의 고독사를 방지하기 위해 수돗물 사용량이 전혀 없는 상태로 24시간 이상 유지되는 등 이상 패턴이 발견되면 보호자 등에 알림 문자가 전달되도록 하는 스마트 수도계량기를 도입하는 내용 등이 공공혁신조달의 일례라 할 수 있다.

더불어 이러한 공공시장의 혁신 활동의 확산을 위해 공공시장 관련 예산 및 공공계약제도를 총괄하는 재정부처와 감사담당 기관과 공공기관 등 발주 구매자,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공공시장 공급자 등 시장 이해관계자들은 각자의 새로운 역할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먼저 공공계약제도를 관리하는 재정부처는 수요에 기반한 혁신조달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현할 지에 대해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발주기관과 공급자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플랫폼 마련과 함께, 혁신조달을 집행할 수 있는 구매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최근 조달청이 구축한 혁신장터(혁신조달종합포털)’는 하나의 교두보가 될 것이다. 이에 덧붙여 추후 공공혁신구매 우수 기관과 기업에 대해 각각 구매예산 인센티브나 포상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편, 전문적인 아이디어 및 제안을 위주로 평가되는 협상에 의한 계약제도가 추정가격 대비 60% 정도의 낮은 가격에도 낙찰될 수 있도록 운영되는 현행제도를 일신해, ‘가격보다는 품질’, ‘기술력위주의 공공계약제도가 좀 더 제고되도록 개편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구매행정의 감사 민감도를 감안하면, 발주기관의 고의·중과실 없는 혁신구매 활동에 대해서는 감사 면책 방안이 구체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구매자인 발주기관 측면에서는, 공공혁신조달을 위한 플랫폼에 내부의 시장수요상황을 적극적으로 제공해 공급업계를 통한 혁신적 제품 개발의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발주기관 내부에서 계약상대자인 공급자와의 다양한 불공정계약 조건(계약특수조건 포함)이나 불공정 계약관행 등을 선별해 개선하는 상생의 활동은 공공시장 혁신의 기반요소라 할 수 있다.

공공시장에서는 일반적으로 수요자인 정부에 비해 공급업계가 현재의 시장상황 및 기술지식에 밝은, ‘정보비대칭 문제가 상존한다.

현재의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중소기업의 혁신적 아이디어와 제품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처럼, 공급자인 기업은 혁신장터등 다양한 통로로 공공기관의 다양한 수요에 대응되는 적극적 혁신 아이디어를 수요자인 정부에 제공할 필요가 있다. 또한 개발 단계부터 국내 공공시장뿐만 아니라 해외공공조달시장을 고려한 창의적제품 연구·개발 활동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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