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훈(칼럼니스트 / ‘매일 희망의 별에 불을 지펴라’ 저자)
김광훈(칼럼니스트 / ‘매일 희망의 별에 불을 지펴라’ 저자)

아내는 쇼핑에 관한 한 철저한 현장주의자다. 실물을 보고 만져본 다음 물건을 구매해야 직성이 풀리는 듯하다. 그런 그녀가 코로나19 사태로 할 수 없이 온라인 쇼핑으로 장을 본지 몇 달째다. 첫날은 몇시간 이나 걸렸지만, 이제는 한 시간이면 충분하다. 오프라인으로 쇼핑하면 소위 타임 세일등을 통해 상품을 싸게 사는 전율을 경험하기도 한다. 허나 시공간을 뛰어넘어 여러 가지 상품을 앉아서 비교하며 사는 온라인 쇼핑의 재미를 따라갈 수 없다.

실제로 온라인 쇼핑의 편리함을 뒤늦게 알아버린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60% 이상이 오프라인으로 되돌아가지 않겠다는 최근 통계도 있었다. 아직 대부분 실감하지 못하겠지만, 오프라인 유통에 주력했던 상당수 유통 업계엔 사실 파천황적인 사건이다. 이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는 업체는 생존이 보장될 수 없는 건 쉽게 예상되는 일이다.

‘Contact’란 함께 라는 뜻을 가진 con과 만진다는 뜻을 가진 tangere(tact)에서 유래했다. 인류의 찬란한 문명은 사실상 협업의 산물이다. 협업의 꽃은 기업활동이다. 또 기업 활동은 고객을 포함한 이해 당사자들 간의 컨택트가 필수다. 그런데 요즘 Untact (비대면)이란 신조어가 생겼다. 바이러스 때문이다. 바이러스가 높은 지능을 가지고 있진 않겠지만, 1억년 넘게 생존 중인 개미와 마찬가지로 집단 지능의 위력으로 인류를 괴롭히고 있는 것 같다. 인류는 더 어려운 시기도 극복한 일이 여러차례 있었다.

사실 비대면이 낯선 상황은 아니다. 오래전부터 상당수 기업들이 국내외 고객들과 화상회의로 상담도 하고 각종 자료를 설명해왔다. 요새는 간편한 앱도 많이 나와 있다. 필자도 자주 애용했다. 고객 감사 등 현장 실사가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대면 회의가 필수는 아니다. 해외의 경우 태권도장 같은곳도 사범이 시범을 보이면 학생들이 집에서 따라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각 업종마다 특성에 맞게 대체 방안을 마련해야 할 듯하다. 최근 동네를 산책하면서 보니 손님이 매장 안에 들어 오지 않고 테이크 아웃할 수 있도록 가게 입구 자체를 개조한 사례도 있었다. 온라인으로 대체 가능한 업종이나 로봇을 이용할 수 있는 분야의 급속한 신장이 예상된다.

초창기엔 코로나의 여파로 우리나라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은 듯 했으나 사재기 같은 대란은 없었다. 성숙한 시민 의식의 공이 크지만 우리나라의 든든한 제조업 기반과 유통업의 발전 그리고 뛰어난 물류 시스템의 덕택이다. 물론 현재 시스템이 완벽하진 않을 것이다. 인력에 크게 의존하는 걸 탈피하는 등 뭔가 돌파구가 필요해 보인다. 물류업에 종사하는 보이지 않는 분들의 헌신이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한 축인 점에 대해 이용자로서 깊은 감사를 드린다.

국가는 물론 기업에도 비상계획(contingency plan)이라는 게 있다. 그 가운데는 전쟁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은 물론 노사분규, 자연재해, 전염병이 창궐하는 시나리오까지 포함돼 있다. 하지만 발생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고 준비가 소홀했던 것도 사실이다. 사태가 장기화되고 그 끝마저 보이지 않다 보니 기업 활동이 위축되는 것은 물론 너무나 평범하게 생각했던 소중한 일상이 사무치게 그립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다른 나라도 그렇지만, 이번 코로나 사태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주체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다. 이 초유의 사태를 극복하는 주체는 당사자가 되겠지만, 전국민의 응원도 절실하다. 당장 중소기업과 중소 상공인들의 제품을 사거나 이용하는 것은 어떨까 한다. 오래 전 미국산 제품이 그랬듯이 국산은 이제 브랜드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어떤 제품을 구입해 사용해도 기본 이상은 보장된다. 오랜 경험을 통해 품질과 고객의 중요성이 기업인과 직원들에게 뼛속 깊이 각인된 때문이다. 사소해 보이는 격려와 실천이 기업을 살리고 나라의 국격을 높이는 길이라 생각한다.

 

- 김광훈(칼럼니스트 / ‘매일 희망의 별에 불을 지펴라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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