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동향] 글로벌 빅2 거래소 ICE의 새로운 도전

애틀랜타에 본사를 둔 인터콘티넨털 익스체인지(ICE)는 현재 매출 기준으로 시카고 상업거래소 그룹(CME Group)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금융 거래소다. ICE12개 거래소와 6개 결제업체를 소유하고 있다. 하루 15억 주가 거래(모든 주식 거래 가운데 4분의 1이 이뤄진다)되고 있는 뉴욕증권거래소를 필두로 중소형주 거래소인 뉴욕증권거래소 아메리칸(NYSE American)과 세계 최대 ETF 거래소인 뉴욕증권거래소 아카(NYSE Arca)를 소유하고 있다.

ICE는 곡물과 설탕, 커피, 그리고 면화 등 소프트 원자재의 최대 선물 거래소이기도 하다. ICE 유럽 선물거래소(ICE Futures Europe)는 세계 유가의 기준 중 하나인 브렌트유를 가장 많이 트레이딩한다.

이처럼 대단한 ICE가 디지털 화폐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ICE는 비트코인을 주류 투자상품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수 천만 명의 현재 및 미래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소유하기 원한다는 점을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뮤추얼펀드와 ETF에 편입될 때만 가능한 일이다.

디지털 화폐가 어떻게 거래되는지 파악하기 위해, ICE2015년 초 미국 최대 디지털 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 Coinbase의 일부 지분을 인수했다. 지금까지 암호화폐는 자산 운용사들의 관심을 거의 끌지 못했다. 비트코인이 제대로 된 시장 구조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달러를 비트코인으로 교환하는 비용이 부담스럽다. 거래가 너무나 많은 거래소들에서 소규모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무려 200곳 이상의 거래소가 이더리움에서부터 리플, 라이트코인에 이르기까지 10여 개의 주요 디지털 화폐를 거래하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비트코인만 해도 거래소에 따라 고시 가격이 천차만별인 상황이다. 오늘날 암호화폐는 주로 투기 수단으로 전락해있다. 3000억 달러 규모의 전 세계 디지털 화폐 가운데 80%를 보유한 트레이더들과 헤지펀드들이 투기를 주도하고 있다(비트코인은 현재 1,340억 달러 시가총액을 가진 최대 암호화폐다) 게다가, 자유분방한 비트코인의 정신이 금융위기 이후 한층 신중해진 월가의 사고방식과 충돌하고 있다.

그러나 ICE는 비트코인에 대한 올바른 투자환경만 조성한다면, 신규 투자자들이 암호화폐 세계에 대규모 유입될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ICE에 따르면, 주요 자산 운용사들은 다음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디지털 화폐 펀드를 조성할 의사가 전혀 없다.

먼저, 연방정부가 규제하는 거래소에서 트레이딩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연방 규제기관이 감독하는 가장 안전한 계좌에 투자자들의 토큰을 저장할 수 있어야 한다. 오늘날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같은 암호화폐들은 주요 선물 혹은 증권거래소에서 트레이딩할 수 없다. 사람들이 달러나 유로를 디지털 화폐로 교환하는 장소들(코인베이스와 제미니 같은 대형 거래소들이 대표적이다)은 종종 거래소(Exchange)‘로 불린다. 하지만 그들은 실제로는 다양한 형태의 감독을 받는 시장에 불과하다.

그 동안 비트코인은 상품(Commodity)’으로 간주돼 왔다. 모든 상품의 선물 및 옵션-원유부터 콩, 그리고 금까지 모든 상품의 선물 계약으로 구성된 대규모 포트폴리오-을 규제하는 건 미국 상품거래위원회(CFTC)의 업무이다. ‘상품으로서 비트코인 선물은 CFTC가 규제하는 적격선물거래소에서만 거래될 수 있다. 상품 지위를 획득한 비트코인은 미국과 유럽 두 곳에서 세계 최대 상품 선물거래소를 운영하는 ICE에 많은 기회를 주고 있다. ICE에게 있어 이 거래소들은 기관 투자자들을 암호화폐로 유인하는데 꼭 필요한 보호장치를 제공하고 있다.

ICE는 상품거래위원회가 감독하는 비트코인 선물거래소를 활용함으로써, ICE 자회사인 백트거래소는 자산운용사들이 필수 요소로 여기는 2단계 보안 망을 제공할 계획이다. 두 번째 보안책은 규제를 받는 디지털 화폐 보관소이다. ICE의 접근 방식은 완전히 안전한 디지털 금고를 제공하는 것이다.

비트코인을 주류에 편입시키기 위해, ICE는 암호화폐의 주요 단점도 극복해야 한다. 바로 느린 거래 속도다. 비트코인은 수 백만 명의 개인 회원들에 의해 운영되는 블록체인이라는 네트워크상에서 작동된다. 그들은 거래들을 한데 묶거나 입증하기 위해 경쟁한다. 그 결과 기존 블록체인 시스템 상에선 초당 7건 거래 처리가 가능하다. 이 정도 속도로는 기관투자자 거래가 어렵다.

결론적으로 ICE는 대형 은행과 자산운용사들이 뉴욕증권거래소 같은 곳에서 주식과 채권을 트레이딩할 때 제공하는 보호장치를 비트코인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그렇게 되면 비트코인이 본격적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게 ICE의 생각이다. 물론 이건 한참 먼 이야기다. 비트코인이 완전히 주류자산으로 편입되려면, 뉴욕증권거래소 수준의 신뢰를 확보해야만 해서다. ICE의 노력이 어떻게 진행될지 시장에서 궁금해 하는 이유다.

 

- 하제헌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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