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한 기운이 대기를 감싸 안은 장마철. 여름철 뜨거운 햇살보다 더 몸을 지치게 하는 것은 습도가 큰 영향을 주는 듯하다. 남해안 일원을 들러보는 날은 태풍, 폭우와 희뿌연 안개에 뒤덮여 있었다. 단지 풍광만 바라보는 여행지로는 그다지 큰 매력이 없지만 역사적인 배경이나 인물 등을 통해 보면 마치 한편의 옛날이야기를 보는 듯 필름이 돌아간다. 여행의 묘미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들러보면서 사람 향기를 물씬 맡아보는 일이다.

완도수목원-갈문 바닷가에서 고동채취-소세포 해신 촬영지-정도리 구계등-어촌 민속박물관-화흥포 낙조-완도 활어시장-보길도
완도여행은 완도대교를 건너 군외에서 77번 국도를 타고 서남쪽을 향해 여행하는 것이 좋다. 가는 길에는 아직 미개장이지만 구경이 가능한 완도 난대 수목원(061-552-1544, 군외면 대문리)을 들러볼 수 있다.
완도의 상황봉과 백운봉(600m) 자락에 자리 잡고 있어 시원한 물줄기가 흐르고 있다. 동백나무, 붉가시나무, 후박나무, 황칠나무 등의 천연 상록활엽수림이 형성 돼 있으며, 난대성 희귀식물인 사철란, 금새우난, 약난초 등 700여종이 자생하고 있다. 하지만 도보로 여행을 해야 하기 때문에 더운 것을 감안해야 한다.
수목원을 벗어나 화흥포로 향하는 길에 만나는 갈문리부근에서는 물이 빠지면 갯벌에서 바다 다슬기를 잡는다. 남해안이라서 조개가 흔치 않은 것이 특징. 진흙갯벌이라서 장화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계속 해안도로를 타고 드라이브를 즐기면 전망 좋은 곳이라는 팻말이 있다. 잠시 고갯길에 멈춰 서서 바다 쪽을 내려다보자. 대신리 소세포구에는 장보고의 일대를 다루는 드라마 해신의 대형 촬영 세트장이 내려다보인다. 완공되지 않은 세트장 건설이 한창이면서 촬영도 강행하고 있다. 더 가면 보길도 들어가는 화흥포에 들어가는 길이다. 화흥포 가는 길목에는 2002년 5월 개관한 어촌민속전시관(061-550-5558)이 있다. 여러 전시품은 물론이고 관광객이 직접 어선에 승선 항해체험을 할 수 있어 한번쯤 들러보길. 화흥포는 핏빛보다 더 진한 낙조가 아름다운 곳으로 손꼽는 곳이다. 넓게 펼쳐진 바다여서 따로 포인트는 없지만 멀리 땅 끝으로 넘어서는 낙조는 하루의 시름을 녹여 내린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완도여행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정도리 구계등이 있다. 굵은 바윗돌이 바다를 장식하고 있는 모습이 특이하다. 파도에 씻겨진 둥그런 갯돌이 바다에 펼쳐져 소리를 내고 있다. 바윗돌 위에 그늘을 만들어 주는 나무 하나가 있어 쉼터를 만들어주고 뒤쪽에는 40여종의 상록수림 산책로가 있다. 이곳까지 들러 찾아볼 것은 장보고가 숨결이 살아 있는 청해진 유적지(사적 308호)다. 완도읍내에서 2백리길인 장좌리라는 곳에 장보고의 유적지가 있다. 이 곳은 828년 통일신라시대의 유명한 무장이자 상업가인 장보고 대사가 청해진을 설치하고 신라가 일본, 당나라 3국과의 해상 교역에서 신라가 주도권을 장악하는데 큰 공헌을 했던 곳이다. 1200년 전 동남아 해상권을 장악했던 해상왕 장보고의 청해진 본영으로 장도가 위치하고 있는데 지금 한창 그때의 모습이 재현되고 있다. 완도 여행은 이것을 끝을 내기에는 아쉽다. 완도군에 속해 있는 보길도를 들러봐야 한다.
화흥포에서 배가 하루에 7회 정도 운항된다. 배는 소안도를 거쳐서 보길도 청별항에 도착하게 된다. 섬은 그다지 넓지 않아서 3~4시간이면 충분히 들러볼 수 있다. 우선 찾아야 할 곳은 조선 인조 때의 고산 윤선도 유적지다. 세연정, 낙서재 동천석실. 곡수당 등이 있다. 특히 세연정의 아름다움은 대단하고 자연용출수속에 피어난 백수련이 볼거리다.
특히 산 200m 즈음에 자리하고 있는 동천석실은 다소 힘들기는 하지만 올라가서 바라보는 풍광이 가히 장관이다. 한 칸짜리 복원된 석실에 들어앉아 잠시 윤선도를 떠올려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윤선도 유적지 뿐 아니라 이름난 해수욕장이 예송리 해수욕장이다. 까만 자갈돌이 인상적이다. 바로 앞에는 예작도라는 작은 섬이 있고 활처럼 휜 해안가에 소나무가 그늘을 만들어 준다. 무엇보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일출이 대단하다. 다시마가 많아서 바닷가에서 말리는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또 빼놓을 수 없는 곳은 중리 해수욕장이다. 해변이 완만해서 가족동반객들이 많이 찾아든다. 무엇보다 송시열의 글쒼바위(백도리소재)는 빼놓을 수 없는 명소중 하나다.
소안도가 바라보이는 동쪽 선백도 마을에 있는 유적으로 조선 숙종(1639년 2월)때 왕세자의 상소를 올린 것이 화근이 돼 제주도로 유배 가던 중 잠깐 정박해 자기의 심정을 토로한 시를 바위에 새겨 놓았다.
“팔십세 늙은 몸이 거치른 만리길을 가노라. 한마디 말이 어찌 큰 죄가돼 세 번이나 쫓겨나니 신세만 궁하구나. 북녘하늘 해를 바라보며 끝없이 넓은 남쪽바다 믿고 가느니 바람뿐이네. 초구(임금이 하사한 옷)에는 옛 은혜 서려 있어 감격해 외로이 눈물 흘리네”
글씐바위 가는 길에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놀라지 말아야 할 터. 산에서 사는 붉은 게가 구멍을 내고 살면서 풀숲을 흔들어 내는 소리기 때문이다. 끝으로 망끝전망대에서 일몰을 바라봐야 한다. 맑은 날에는 제주도까지 볼 수 있는 곳. 시원하게 확 트인 바다가 깎아지른 듯한 벼랑위 도로변에 펼쳐져 장관이다. 도로 끝에 있는 보옥리의 보죽산(일명 뾰족산)이나 공룡알 해변도 볼거리다. 보길도는 전반적으로 섬이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자가운전 : 완도대교~77번 지방도~수목원~갈문리 다슬기 줍기~소세포~어촌 민속전시관-화흥포항 낙조~정도리 구계등~완도읍내에서 13번 국도 이용해 8km정도 해남방면으로 올라가면 청해진 유적지. 보길도는 화흥포에서 배를 타면 된다. 1시간 30분 소요.
■별미집과 숙박 : 완도항의 활선어 위판장에 가면 싱싱한 자연산 회를 싼값에 즐길 수 있다. 비수기철에는 가격이 저렴해지는 것을 기억해두면 좋다. 완도 활어회센터 14번(011-613-6115)에 가서 신진도 여객터미널의 매표소 아가씨가 보냈다고 하면 특별대우를 받을 수 있다.
또 보길도의 청별항 주변으로는 새로 상권이 형성되고 있다. 바위섬 횟집민박(061-555-5612)은 싱싱한 회를 맛볼 수 있으며 민박도 가능하다. 가장 최근에 지어 깨끗하다. 특히 이 지역 특산물인 전복은 빼놓을 수 없는 먹거리중 하나다. 그 외 다시마와 보옥리의 멸치, 멸치젓 등을 꼽을 수 있다. 멸치구입은 보길도 특산품(061-554-1602)에 문의.
숙박은 완도 구계등 산언덕에 고즈넉이 자리 잡고 있는 산호모텔(061-552-4004)을 추천할만하다. 모텔이지만 시설이 깨끗하고 친절하다. 음식도 괜찮다. 완도 읍내에는 훼미리 찜질방(061-554-5210) 등이 있다.

◇사진설명 : 세연정은 고산 윤선도가 생을 마칠때까지 13년을 머물며 작품을 집필했던 곳으로 인공으로 만든 세연지와 어울려 호방한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