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때 기업을 효과적으로 운영하는9가지 노하우]

지금 같은 역사적인 전염병 확산과 경기 침체기 속에서 회사를 이렇게 운영해야 한다는 백신 치료제는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팬데믹 폭풍 속에서 고민해 봐야 할 중소기업 경영의 9가지 방법을 제안한다. 이권진 기자

 

정말 한편의 영화 같은 역사적인 경제 난국을 겪는 것은 곤혹스럽지만, 그렇다고 그저 수수방관할 수만은 없다. 행동을 취해야 한다. 하지만 정해진 시나리오는 없다. 요즘 혼란은 전례가 없는 것이라 과거의 위기대응 사례를 아무리 찾아봐도 마땅한 지침을 찾을 수 없다. 전 세계 경영자들과 청와대 경제팀의 최대 난제는 이제는 과연 무엇을 해야 하는가.

경기침체 위기 속에서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건 언제나 어렵지만, 이번이 특히 어렵다. 수많은 측면에서 과거와 다르기 때문이다. 먼저 가장 큰 차이는 고용시장 붕괴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31~19일 구직급여(실업급여) 신규 신청자는 103000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000명 늘었다.

실직자가 단기간에 폭증하고 있다는 의미다. 무늬만 취업자라고 할 수 있는 일시 휴직자도 늘고 있다. 지난 2월 일시 휴직자는 1년 전보다 142000명 늘었다. 장사가 안돼 문을 닫은 음식점의 종업원이 이에 해당한다.

미국은 지난 3월 셋째주 이후 2주만에 실업수당 신청자가 996만명에 육박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6개월간의 신청건수와 비슷한 수준으로 심각하다.

 

이와 동시에 전 세계적으로 소비 지출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미국의 세계적인 신용카드 회사 비자(Visa)가 코로나19로 고객들의 해외지출이 크게 줄면서 2020 회계 연도 2분기 수익증가 전망을 하향조정했다. 오프라인 뿐만 아니라 온라인 지출도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비자는 바이러스가 지난 수주 동안 확산하면서 지난 2월 아시아에서 나타난 영향이 이제는 전 세계에서 발생하고 있다해외여행 관련 지출의 급격한 감소가 온라인, 오프라인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공시했다. 국가들이 저 마다 사회적 거리두기, 자택근무 혹은 완전 봉쇄령을 내림에 따라 여행·외식·오락·연료 지출이 매주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전 세계가 연결돼 있는 세계경제에서 경기침체가 지니는 파급효과를 우리는 이제 막 보기 시작했을 뿐이라는 점이다. 이것이 바로 현재의 경영환경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통찰력이 있는 전문가들이나 경험 많은 기업가들은 몇 가지 조치를 제시하고 있다. 대부분이 얼마나 발 빠르게 행동을 취하는가에 달렸다고 분석한다.

보통 이럴 때는 인간은 본능적으로 나쁜 뉴스를 회피하고 어려움이 더 빨리 그리고 더 쉽게 지나갈 거라고 상상한다. 하지만 최근 중소기업뉴스가 취재한 전문가들의 조언 중에는 최선을 바라되 최악에 대비하라(Hope for the Best but Prepare for the Worst)”는 요시 셰피(Yossi Sheffi) MIT 교수의 말(중소기업뉴스 제225711)이 인상적이다.

생각보다 더 상황이 안 좋을 것이라 가정하라는 것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봄으로 효율성을 더 높일 수 있는 부분을 파악하게 된다. 결국엔 밑져야 본전 아닌가. 그거 한번 해보자하고 기업의 구성원들이 움직이게 될 것이다.

최근 같은 상황에서 준비된 강자는 더욱 강해지고 약자는 잡아먹히는 약육강식의 상황이 벌어진다. 다가오는 미래에 경쟁자 보다 앞서 대응할 수 있는 9가지 경영전략 점검 상황을 짚어봤다.

 

새로운 현실을 직시해 우선순위를 다시 매겨라

이는 말하기는 쉽지만 행동을 옮기기는 어려운 일이다. 한 회사의 세계관이 바뀌면 모든 것이 변하고, 그 변화는 심각할 수 있다. 호경기에는 새로운 시장으로 확장하고, 고용을 늘리고, 수익률을 15% 늘리는 것 등이 우선순위가 될 수 있다. 갑자기 방향을 트는 것은 너무 대담해 보일 수도 있으나 분명 해야 할 일이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살아남은 몇 안되는 견실한 주요 미국은행인 JP모건 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CEO(그는 200512월부터 JP모건을 이끌며 월가의 황제로 불리고 있다)는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경기침체와 관련해 당시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기차가 탈선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여전히 2009년 전략계획을 운운하며 걱정하고 있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니 충격적이다. 우리는 그런 건 모조리 없앴다. 회의, 출장, 그 무엇이든 다 취소했다. 우리가 진짜 위기의 한가운데 놓여 있다는 사실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대부분의 기업은 매년 10~11월이면 차년도 사업계획서 작성에 들어간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몇몇 기업들은 사업계획서를 작성하지 않고 약식으로 계획을 잡은 뒤 분기 단위로 수정 보완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는 이때에 사업계획을 전면 재검토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류종기 한국시스템안전학회 이사는 안정적인 비즈니스 환경 아래에서는 효율성이 기업에 가장 좋은 솔루션이라며 그러나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는 미래에는 기업에 있어 효율성보다 리질리언스(resilience)’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리질리언스는 회복 탄력성을 뜻하며, 역동적으로 변하는 환경 속에서 다양한 위기를 입체적으로 파악하고 빠르게 대응하는 역량을 말한다.

류종기 이사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발생 가능성이 낮아 리스크 담당자는 물론 위험을 살피기 위해 기업이 마련한 레이더에도 포착되지 않은 희귀한 사건이라며 그러나 이런 사건은 한 번 발생하면 큰 충격과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향후 기업이 비즈니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위기 감지력을 극대화하고 예방·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핵심 사업에 집중하라

코로나19 위기는 결국 끝이 난다. 그리고 경영학에서 말하는 침체관리(recession management) 기법의 상당 부분은 바로 이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앞으로 중소기업의 성패는 바로 오랜 불황이 끝난 후 과연 경쟁력을 갖출 것인가, 아니면 잃을 것인가에 달렸다.

성공하는 기업은 가장 중요한 역량에 투자하는 것을 결코 멈추지 않는다. 상품혁신, 고객서비스, 혹은 다른 어떤 것일 수도 있다. 정유업계 만년 3등인 현대오일뱅크는 불황 속 공격적인 투자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최근 SK네트웍스와 코람코자산신탁-현대오일뱅크컨소시엄은 직영 주유소 매각 계약과 이사회 의결이 최종 성사됐다고 밝혔다.

코람코가 매입한 SK네트웍스 직영주유소 199개를 현대오일뱅크가 10년간 임대 운영하고, SK네트웍스 임차 주유소 103개는 현대오일뱅크가 직접 인수하는 방식이다. 오는 6월이면 빨간색 주유소 간판 302(SK네트웍스의 상징)가 모두 파란색 배경의 현대오일뱅크로 교체된다.

이렇게 되면 현대오일뱅크의 주유소 수는 모두 2539개로, SK주유소에 이어 업계 2위로 올라선다. 2위였던 GS칼텍스를 제치게 된다. 정제마진 하락에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수요 급감까지 겹치며 정유업계가 실적악화라는 몸살을 앓는 와중에 현대오일뱅크는 내년 시장을 준비하고 있다.

광고와 마케팅도 마찬가지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 IMF 외환위기 직후 경기가 극도로 위축됐던 1998년 이야기다. 당시 기업들은 모두 허리띠를 졸라맸다. 광고와 마케팅 활동은 몇 년간 자가격리 수준이었다. 하지만 동서식품은 맥심의 광고비를 1997년 대비 30%나 늘렸다. 그 결과는? 199857%에 그쳤던 맥심의 커피 시장 점유율은 199964%로 상승했다. 2등이 넘볼 수 없는 독보적인 1등 자리를 굳혔다. 지금도 맥심은 커피의 대명사다.

제일기획은 200812월 흥미로운 연구조사를 발표했다. 먼저 1997년 기준 매출 1000위 기업 가운데 광고비 집행 상위 200개사를 추려 1998, 1999년 광고비 증감 내역을 확인했다. 98~992년 평균 광고비가 97년 대비 10% 이상 증가한 기업이 55개사였고, 10%이내로 줄거나 증가했다 하더라도 10% 미만인 기업이 26개사로 집계됐다. 광고비를 10% 이상 삭감한 기업은 119개사였다.

분석 결과 광고비를 늘린 기업은 1997년 매출을 100으로 볼 때, 981799921900262 01313 02346을 기록햇다. 4년 후 매출이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반면 광고비를 줄인 기업은 1997년 매출이 100이라고 가정할 때 1998년은 90으로 오히려 줄었고 1999년에도 98로 감소세를 이어갔다.

결국 외환위기의 폭풍이 거의 걷힌 2000년에서야 107을 기록하며 회복했다. 이후 0111002114를 기록해 광고비를 늘린 기업 매출의 3분의 1수준에 불과했다. 이처럼 불황기 기업들이 가장 먼저 광고와 마케팅 비용을 줄이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손해라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현실과 낙관의 균형을 맞추고 열심히 소통하라

불확실한 시기에 중소기업 경영자의 대부분은 본능적으로 움츠린다. 어느 정도 해결책을 손에 쥐었다고 생각될 때까지 잠자코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불확실한 시기일수록 정반대로의 행동이 요구된다.

경기침체기에는 회사의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불안해한다. 직원들은 해고될까봐 전전긍긍한다. 납품업체는 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할까봐 두려워하고 고객은 품질이 떨어지거나 제품 가격이 오를까봐 걱정한다. 투자자는 주식이 휴지 조각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며 지자체는 공장이 문을 닫을까봐 우려한다. 이때 경영자의 침묵은 이들을 더 불안하게 만들 뿐이다.

현명한 경영자들은 의사소통을 평소보다 더 많이하며 불확실한 상황에 대응한다. 그들은 모든 답을 가지고 있을 필요는 없지만 생각하는 바를 말하고 현 상황에 대해 솔직해야 함을 알고 있다. 캐주얼 레스토랑 아이홉(I-Hop)과 애플비(AppleBee)의 모기업인 다인에퀴티(DineEquity)CEO 줄리아 스튜어트는 이렇게 말했다. “비전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경영진이 직원들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알려야 한다. 또 그들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해 확신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직원들은 진실을 원할 뿐이다.”

구글·애플 등에서 조직 생활을 했던 킴 스콧은 최근 그의 책 실리콘밸리의 팀장들에서 관계를 훌륭한 상사에게 필요한 핵심 키워드로 꼽는다. 그리고 그 관계를 얻기 위해서는 완전한 솔직함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팀장과 팀원 모두 서로에게 불만이 생겼을 때 솔직하고, 신속하게 툭 터놓고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고 요약한다.

보통 안 좋은 소식이기 마련이지만 그러한 소식을 전할 때도 효과적인 리더는 희망의 불씨를 살려놓을 방법을 찾아낸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9000억원 규모의 지원책을 내놓으면서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5일 중소 협력회사에 총 9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중소 협력회사의 자금 운용에 도움을 주기 위한 조치다.

그는 최근에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렇게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놈은 가장 센 놈도 아니요, 가장 똑똑한 놈도 아니다. 가장 적응력이 있는 놈이다(다윈).” 이 말은 유통가에서 현재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이 침체된 상황에서 국내 굴지의 유통기업을 이끄는 오너가 남긴 글이기 때문이다. 모든 회사는 낙관적인 측면을 지니고 있다. 불황기에도 마찬가지다. 그런 측면을 반복해서 CEO가 상기시켜야 한다.

 

고객의 문제에 대해 해결책을 제시하라

성공적인 기업은 고객의 처지를 제대로 이해하고 현명하게 대응할 수 있다. 매킨지에 따르면 플라스틱 합성수지를 판매하는 매킨지의 한 고객사가 호경기에 사출기계의 생산성을 최대화하려는 고객을 위해 빠르게 경화하는 합성수지를 개발했다고 한다.

하지만 경기가 나빠지자 고객들이 이제 그만큼의 생산을 요구하지 않게 됐다. 그러자 이번에 이 회사는 더 저렴한 완속경화형 합성수지를 개발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고객들은 비용을 줄여 만족하고 이 회사는 신제품을 저렴하게 생산했기에 판매가를 낮춰도 계속 이윤을 유지할 수 있었다.

어떤 업계에도 통용되는 일반 원칙은 고객들의 소비심리 변화에 맞춰 최대한 빨리 적응하는 일이다.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의 경우 코로나19 여파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되며 매장을 찾는 고객이 줄자 비대면 매출을 늘리기 위한 다양한 언택트(비대면)’ 마케팅을 펼치며 매출 부진을 만회하고 나섰다. 스타벅스코리아를 비롯해 엔젤리너스커피, 투썸플레이스 탐앤탐스 등 커피 프랜차이즈 들은 지난 1~2월 매출이 20~30% 감소한데 이어 3월에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스마트오더와 드라이브스루 등으로 매출을 유지하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가격인하를 서두르지 말라

모든 사람이 싼 것을 좋아한다. 특히 불황에는 더 그렇다. 하지만 가격인하 조치는 생각보다 위험하다. 매킨지 연구에 따르면 전형적인 미국 S&P1500 기업의 경우, 가격을 5% 인하하면서도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판매량이 무려 19%나 늘어야 한다고 분석한다. 현실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이 분석이 시사하는 바는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면 판매가 어느 정도 줄어들 수도 있지만, 그 길을 택하는 것이 더 현명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 모든 것은 업계별로 가격역학에 달려 있는데, 이번 경기 침체에서 이 역학구도가 빠르게 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자칫 가격 인하 전략이 실패할 수 있는 대표 업종이 외식업이다. 외식업계에서 경쟁업체가 가격을 한 번 인하 하게 되면 판매 증진 효과는 바로 나온다. 문제는 경쟁사들이 너나 할 거 없이 나도 가격을 내려도 잘 되겠지라는 기대심리를 돋는다. 이러면 상품의 원가 비중 상승을 부추기고 곧 수익성 하락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외식업은 일반적으로 원가 비중이 70%를 넘기 때문에 무턱대고 가격 파괴 전략을 쓸 경우 업체에 위험이 올 가능성도 있다.
 

자본의 효율성에 초점을 맞춰라

경기가 좋고 특히 금리가 낮은 시절에는 자본관리를 느슨하게 하기 마련이다. 그런 때는 투자비용을 넘는 자본수익을 내야 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법칙 조차 간과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자본시장이 경색된 시기에 그런 오류는 치명적이다. 기업어음 시장이 전례 없이 얼어붙고 있다.

만기 도래가 임박한 회사채 규모가 역대급이다. 특히 4월은 1년 가운데 회사채 발행이 가장 많은 달로 통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4월 만기 도래하는 국내 회사채 규모는 65495억원에 달한다. 요즘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특정 산업의 기업들은 4월이 최대 고비가 될 수 있다. 기업이 모든 자본의 출처에 대해 다시 심사숙고할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동차 부품 개발 업체의 A대표는 코로나19 시기에 새로운 부품 개발을 위해 연구개발 비용을 치르지 않는다고 말한다.

A대표는 핵심 부품을 다른 회사로부터 구입하고, 그것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에 비용을 지불한다이전의 개발비용 보다 이러한 방식에 들어가는 비용이 10%에 불구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덧붙인다. “요즘 같은 시기에 재고는 결국 창고에 자본이 축적돼 있는 것이다. 재고 줄이기가 최선의 방편이며, 과잉 재고는 불황기에 제조업체를 무너뜨리는 원인이 된다.”
 

인재를 재평가하고 우수 인재를 훔쳐라

증시가 강세장일 때 투자담당자 대부분이 천재처럼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호황기에는 직원 대부분이 훌륭한 인재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제는 누가 가짜인지를 가려낼 때가 왔다. 제대로 가려내야 한다. 지금처럼 정리해고가 필요할 때는 현명한 선택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숨은 위험도 있다. 연봉이나 보너스를 깎아야 할 경우, 전체적으로 같은 수준으로 깎아 모두 한배를 타고 있음을 보여주고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가 최고의 성과를 내는 직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게 될지 상상해 보자. 자신의 훌륭한 성과에 대해 보상이 아니라 처벌을 받고 있다고 느낄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슬기롭게 이겨낸 최고의 기업들을 보더라도 가장 진취적이고 집중력이 뛰어난 직원들, 즉 반드시 잃지 말아야 할 사람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인사팀의 관리자들이 모두 별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

아무리 불황이라 하더라도 무조건 고통분담을 요구하기 보다는 일 잘하는 인재들에게 되레 상을 줘라. 그리고 나서 비슷한 어려움에 처한 경쟁사들이 보유한 최고의 인재를 빼내라. 불황의 시기일수록 수퍼 인재 영입의 최적기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거의 모든 기업에서 핵심을 이루는 부분이 바로 꾸준한 인재계발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많은 기업들이 불황에는 직원교육 관련 투자를 줄인다. 하지만 최고의 기업들은 불황 속에서도 절대로 인재를 줄이지 않는다.

 

해외 이전(offshoring)을 재고하라

비용 절감 압력이 높은 시기인 만큼 해외 이전 전략도 재고해봐야 한다. 상황이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졌다. 중국이나, 베트남, 말레이시아 역시 인건비가 뛰면서 이들 국가의 인건비 장점이 많이 축소되고 있다. 또한 한국의 실업률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일부 업계의 경우 임금격차가 더욱 줄어들 것이다.

그럼에도 해외 이전의 장밋빛 신호로 감지할 수 있는 현상이 벌어진다.

최근 국제 유가 하락폭이 심상치 않다. 저유가 시기에는 해외 운송비용의 이점이 상당히 높다. 공장의 해외 이전을 부추길 수 있다.

하지만 최근의 유가 폭락에 대해 골드만삭스의 애널리스트들은 현재의 석유 위기는 에너지 산업에 있어 절실한 구조조정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자본의 공급과 수요가 있는 한 어려운 기간을 견딜 수 있고 석유 시장은 항상 돌아온다고 분석했다. 저유가의 이점에 설득당해 성급히 해외 이전을 서둘러서는 안된다.

해외 이전을 결정할 때는 제조비용만 고려 대상이 아니다. 관세 등 세금, 신속성 등 큰 변수가 많다. 이전한 국가의 정치적 변수는 물론 이제는 코로나19와 같은 국가별 전염병 확산 위기도 문제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진원지인 중국에 공장을 이전했던 한국의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아직까지도 생산차질과 대책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여러 비용 요소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지금, 해외 이전이 최고의 대안이라고 속단해서는 안 된다.

 

인수합병의 기지를 발휘하라

중소기업에게 조금 대담한 제안일 수도 있다. 경기침체기는 싼 값에 자산을 매입하기에 더없이 좋은 시기다. 그런데 놀랍게도 실제로 이것을 실천하는 회사가 거의 없다. 경기가 호황일 때 기업 인수합병 건수가 정점에 이르는 반면 경기가 하강일 때 대부분 기업은 그저 현금을 쌓아두는 시기로 생각한다.

기업들의 인수합병 활동을 경기 하강기에 비해 상승기에 2배로 활발하게 벌어진다. 경영학 측면에서 보면 바람직한 방향과는 반대되는 양상이다. 쪼들릴 때는 다른 사람이 두려워할 때 욕심을 부려라는 워렌 버핏의 말을 따를 수가 없다. 하지만 자금사정이 꽤 탄탄한 중소기업이라면 지금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현재 침체기 속에서 낙관론을 강력하게 주장하기 어렵지만 우리에게 위기인 동시에 기회인 것은 분명하다. 1997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각의 시장에서 새로운 혁신기업과 담대한 CEO들이 등장했고, 눈부신 성장을 거듭했다. 지난 20여년 우여곡절이 많았던 한국경제의 기업사()가 증명한다.

마라톤 주자나 투르 드 프랑스(Tour de France)에 나선 사이클 선수들은 경기에서 가장 힘든 코스인 오르막에서 선두가 바뀐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지금 우리가 그 위치에 있다. 현재의 침체기가 끝나고 평지가 나오면 세상은 다시 한번 희망으로 가득할 것이다. 그때 경쟁 대열의 순위는 지금 얼마나 영리하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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