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초 스위스 작은 휴양 도시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2020년대 진입을 앞두고 단골 메뉴로 다뤄왔던 유일한 과제가 있다. 바로 디스토피아(dystopia)’. 미국도 우리 국민, 우리 미래(our people, our future)’라는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에 제시됐던 미래 아젠다에서 날로 심각해지는 디스토피아 문제를 거론해 주목을 끌었다.

디스토피아란 유토피아(utopia)의 반대되는 개념인 반()이상향으로, 예측할 수 없는 지구상의 가장 어두운, 특히 극단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말한다. 디스토피아 사상이 담긴 문학 작품으로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1932)>와 조지 오웰의 <동물 농장(1945)> 등이 꼽힌다.

세 가지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하나는 환경 문제로 지구는 태양이 사라져 어두운 세계가 되고, 다른 하나는 돈으로 모든 것이 해결돼 치안과 시스템이 무너지고, 그리고 대도시와 위생환경이 사람보다 쥐에 익숙하도록 변한다는 것이다. 2020년대 진입을 앞두고 동물 농장이 베스트셀러가 될 만큼 관심을 끄는 것은 당시에 예상이 현실로 닥치고 있기 때문이다.

한상춘 (한국경제TV 해설위원·한국경제신문사 논설위원)
한상춘 (한국경제TV 해설위원·한국경제신문사 논설위원)

WEF는 앞으로 10년 동안 세계 경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위험 요인으로 경제·환경·지정학·사회·기술 등 5개 분야에 걸쳐 총 28개의 디스토피아 우선 과제를 발표했다. 28개 디스토피아 우선 과제를 발생 가능성과 파급력 등의 기준으로 각각의 순위를 매긴 점이 특징이다.

발생 가능성이 가장 높은 다섯 가지 위험은 국가 간 분쟁 극단적 기상이변 사이버 테러 국가 거버넌스 실패 높은 구조적 실업과 불완전 고용이다. 발생 시 파급력이 가장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다섯 가지 위험으로는 수자원 위기 신종 코로나와 같은 급속한 전염병 대량 살상무기 국가 간 분쟁 기후변화 대응 실패 순이다.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지 30년이 다 되가는 시점에서 국가 간 분쟁 등 지정학적 위험이 최상위권으로 진입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글로벌화에 대한 환멸은 국가 거버넌스 실패 국가 간 분쟁 대규모 사이버 테러 공격 등으로 촉발된 국민감정과 함께 각국의 이기주의와 군축 경쟁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지정학적 위험은 사이버 테러 공격 등 기술적 위험의 대두와 새로운 경제 환경의 영향으로 종전과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지적한 점도 눈에 들어온다.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과 신흥국 가릴 것 없이 경제성장과 고용창출이 이전만큼 회복되지 않음에 따라 앞으로는 국가주의의 동인이 강화돼 국가 간 혹은 국가 내 갈등을 더 조장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적인 위험의 경우 대규모 사이버 공격은 파급력과 발생 가능성 면에서 해가 지날수록 상위권으로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사물 인터넷(IoT 기술은 혁신을 가져왔지만 동시에 새로운 위험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인터넷과 SNS 환경은 해킹, 정보 유출 등 보안해야 할 점이 많다.

1990년대 이후 교토의정서 등을 통해 각국이 노력해 왔지만 뚜렷한 성과와 대응책 마련이 없어 환경 디스토피아가 날로 높아지는 추세다. 2020년대 들어 파급력이 가장 큰 환경적 디스토피아로 수자원 위기 기후변화 대응실패 생물학적 다양성 손실과 생태계 붕괴 등이 꼽힌다. 식량자원, 수자원, 에너지, 기후변화 등을 미국 국가정보회의에서 2030년 가장 중요한 메가트렌드로 선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회적 위험의 경우 경제적·사회적·환경적 발전으로 인해 시스템 상 취약성이 높아지고 있는 점을 우려한 것도 주목된다. 사회 경제적 불평등이 국가 간에는 차이가 좁혀지고 있지만 국가 내에서는 높아지는 것이 사회적인 디스토피아를 더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는 지적이다. 특히 개도국에서는 빠른 기술 변화로 만성적인 실업을 발생시킬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대책이 시급하다. 방치할 경우 아랍의 봄(Arab spring)’과 같은 폭등 사태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디스토피아 시대에 있어서는 종전의 규범과 제도보다 정의와 도덕 등과 같은 이른바 행동주의 가치와 기본이 더 중시될 가능성이 높다. 디스토피아, 그 자체가 불확실성을 내포해 위험이 상수항이 되는 2020년대에 모든 경제주체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위기관리 능력이 최고 덕목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상춘 (한국경제TV 해설위원·한국경제신문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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