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라는 것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곳이 오대천 일원이다. 도로변 사이사이 이어지는 아름다운 계곡들과 막동, 장전 등. 무엇보다 그 길목에는 오며 가며 아주 편안하게 들를 수 있는 지인이 있었다. 하지만 지인이 다른 곳으로 옮겨가면서부터는 두 번 가게 될 것을 한 번으로 줄이게 됐다. 이미 이곳은 구석구석을 다 꿰뚫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어느 날 아랑치골을 찾게 됐다.

마랑치골의 부석사는 지난해 가을 도토리가 떨어질 무렵에 처음 찾았다. 산나물이 많은지 주민들은 산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팻말을 해 두었다. 부석사 가는 울창한 숲길도 좋고 계곡도 무척 아름답다. 절집 마당에는 도토리를 말리고 있었는데 실제로 주변으로는 수없이 많은 도토리가 떨어져 있었다.
오대천을 잇는 59번 국도를 따라 나전-정선 쪽으로 가다 보면 수항 계곡과 숙암 사이의 우측에 자그마한 팻말을 발견하게 된다. 화의리 부석사(033-333-7682)라는 절집 표시다. 비포장 입구에 들어서 작은 하오개 마을에 이르면 두어 채의 민가가 나타난다. 이곳에는 식당이 있다. 이내 부석사 가는 길목에서는 잠시 민가가 사라진다. 비포장도로를 따라 한참을 지나서야 전형적인 강원도 촌락 한 채를 만나게 되고 이내 절집 들어가는 울창한 숲길과 맞닥뜨린다. 직진하면 큰 하오개로 가게 된다.
이 절집은 지난 87년 9월에 건립된 연륜이 짧은 곳이다. 하지만 산속 깊숙한 곳에 위치한 절집은 마치 요새에 들어와 앉아 있는 듯 오롯이 숨어 있다. 절집 뒤편으로는 큰 바위가 방패막이를 하고 있고, 앞에는 보기에도 눈이 부시는 아름다운 계곡이 이어진다.
부석사는 생각보다 규모가 큰 편이며 당우는 거의 새로 지었다. 문화재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건물 뒤편으로 올라가면 큰 부처를 비롯해 커다란 암석이 위엄을 느끼게 한다. 무엇보다 절집 앞으로 흘러내리는 계곡이 예사롭지 않다.
이 골짜기는 백석산(1,365m) 중턱에서 발원해 동쪽으로 흐르다가 부석사 앞에서 동남쪽으로 굽이를 트는 아랑치골이다. 이 물줄기는 큰하오개 마을을 지나 오대천과 합류한다. 골짜기는 절집을 지나서도 한참 이어지고 있다. 산나물이 지천이고 야생화가 피어나는 천혜적인 자연을 간직한 이곳에 잠시 발길을 멈추는 것도 좋다. 취사는 불가능하므로 잠시 쉬는 것으로 만족하면 된다.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장전계곡의 이끼 감상이나 오대천변에서 래프팅을 즐겨도 좋다.

아람치골 산중민박

오대천을 사이에 두고 자그마한 다리를 건너면 레미콘 공장이 있다. 이 사이로 난 개울을 건너 산속으로 들어가면 아람치골 박영복 화가(033-333-0418)가 사는 집을 만날 수 있다. 첩첩 산중에 너와집 두 채. 서양화가인 박 화백이 손수 만들어 놓은 자연 친화적인 집이다. 그저 상업적인 집이 아니다. 박 화백의 작업이 주목적이고 손님은 두 번째다. 손님을 맞이할 수 있는 민박집이 있지만 주인의 ‘코드’에 맞는 사람들만이 찾기를 원한다. 그저 누리고 명령하는 사람보다는 같이 장작불을 지필 수 있는 훈훈한 정을 가진 사람들만을 받는 곳이다. 보이는 것은 하늘과 산 뿐. 산세가 높아서인지 햇살도 정오가 돼야 비치는 첩첩한 곳. 마당 앞으로는 맑은 계곡물이 흐르고 하늘은 별이 쏟아져 내릴 정도로 밤이 환상적이다. 하룻밤을 보내고 나면 금세 몸이 개운해진다. 장작불 향기 그윽한 이곳은 모든 것이 작품이 된다.

■자가운전 : 진부~59번 지방도 이용~레미콘 공장 쪽으로 들어서면 아람치골 산중민박~큰 길로 직진하면 막동할아버지 꿀 집~화의리 부석사 계곡~장전계곡은 이곳에서 5분 정도 달리면 우측에 매표소가 나타난다.
■별미집과 숙박 : 장전계곡 안쪽 깊숙이 자리한 우미정(033-334-0739)에서는 계곡물을 받아 기르는 싱싱한 송어회를 즐길 수 있다. 진부의 감미옥(033-335-6337)의 올갱이 해장국이 괜찮다. 산채전문 음식점도 여럿 있다.
숙박은 또는 진부에 있는 오대산호텔(033-330-5000)이나 진부의 모텔 이용.

◇사진설명 : 첩첩산중인 아람치골에는 낮과 밤이 모두 환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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