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등의결권 인정 등 제도적 지원
포드·도요타 ‘가업승계’성공사례

한국경제의 지속가능성은 장수하는 중소기업들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해외 선진국을 들여다봐도 특정 가족이 소유와 경영권을 갖는 가업승계 기업이 일반기업에 비해 훨씬 높은 성과와 업력을 달성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100년 이상 된 장수기업이 거의 가족기업에서 출발했다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까지도 가업승계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하다. 재벌기업은 물론 중소·중견기업의 가업승계까지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해외는 다르다. 미국의 포드, 일본의 도요타, 스웨덴의 발렌베리와 같이 그 국가를 상징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모두 가업승계를 통해 이룩했다.

아울러 이들 해외 기업들은 정부로부터 제도적 지원까지 받는다. 한국과 달리 미국과 일본 등은 오너의 차등의결권을 인정해 준다. 차등의결권제도는 창업주 가족이 가진 지분 1%가 의사결정에서 10만표 혹은 100만표의 영향력을 발휘하게 인정하는 제도다.

가업승계를 통해 지속가능한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돕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한국에는 그러한 제도적 장치가 전무하다. 그래서 일부 기업들은 지주회사를 두고 순환출자구조를 통해 경영권을 지키려는 것이다.

가업승계의 기본적인 속성에는 두 개의 바퀴가 굴러간다. 바로 소유와 경영이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과거 한 언론에 다음과 같은 칼럼을 썼다. “부모 세대만 소유경영을 하고 자식세대는 경영에서 손을 떼거나 전문경영을 하라는 것은 사적자치(私的自治)와 사유재산권 행사를 제약하는 것이다.”

세계적인 경영학자인 독일의 헤르만 지몬이 주창한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60%도 가업승계 기업이다. 헤르만 지몬은 몇년전 한국에 방문해 한 기업포럼에서 이렇게 말했다. “히든챔피언은 대부분 가족기업입니다. 다른 기업의 평균 보다 높은 이익을 내고 있습니다. 자기자본조달 비중이 높고 자금조달에 관해선 전반적으로 보수적입니다. 이것이 히든 챔피언의 독립성을 유지시키는 비결입니다.”

한국에서도 중소벤처기업부가 중소기업의 히든 챔피언을 양성하기 위해 명문장수기업 확인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업력 45년 이상 기업 중 사회적·경제적 기여도가 높은 중소기업을 명문장수기업으로 확인해 중소기업의 바람직한 성장모델을 제시하는 것이다. 2017년부터 지금까지 12개의 기업이 엄선됐다.

국내 수많은 중소기업이 가업승계라는 중대한 과제를 풀어야 한다. 중소기업 입장에서 자체적으로 철저한 가업승계 준비를 해야 하지만, 정부가 보다 세밀한 세재개편과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가업승계의 실패는 한 창업자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소기업 대표는 복잡한 승계 조건을 보면 차라리 회사를 매각하고 쉬고 싶다하지만 그동안 같이 기업을 일군 직원들의 일터도 없어질 수 있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직원들의 안정적인 고용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가업승계는 단순하게 가문의 영광을 잇는 부의 축적이 아니다. 장수 중소기업은 국민의 고용 유지·창출에 기여하는 사회적 자산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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