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두번 바닷길 열릴 때면 아빠와 함께 ‘갯벌 탐구생활’

갯벌체험
갯벌체험

여행 경험이 쌓이다 보면 발길은 자연스레 섬으로 향한다. 번잡한 육지에서 발을 떼고 드넓은 바다 너머로 향하는 길, 떠나보지 않고는 알기 어려운 설렘이고 희열이다. 게다가 험한 뱃길 대신 신비의 바닷길 건너라면 더욱 반갑다. 수도권에서 넉넉잡아 두 시간 남짓. 부담스러운 거리는 아니지만, 일상에서 그리 가깝지도 않은 곳에 서산 웅도가 있다.

이름에서 짐작하듯 웅도는 곰을 닮은 섬이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곰이 웅크리고 앉은 모양이라는데, 지도로 찾아보니 강아지 꼬리처럼 조도를 달고 있어 꽤 앙증맞다. 그런데 웅도로 들어가는 길목에 독특한 표현이 보인다. ‘웅도 바다 갈라짐그 유명한 진도와 무창포처럼 이곳 웅도 역시 하루 두번 바닷길이 열린다.

매일 조금씩 달라지는 바닷길 시간 때문에 가기 전에 국립해양조사원 홈페이지에서 바다 갈라짐 체험 시간을 확인해야 한다. 바닷길 너머 섬이지만 웅도와 육지의 거리는 불과 700m. 수심이 얕은 편이라 만조 때도 징검다리를 놓아 건넜다고 한다. 지금은 다리가 연결돼 바닷물에 잠겼다 떠오르기를 반복한다.

바닷길이 열리면 웅도 주변으로 거대한 갯벌이 모습을 드러낸다. 서해에서도 생태계의 보고로 평가되는 가로림만이다. 풍요로운 가로림만에 둘러싸인 웅도는 예부터 바지락과 굴, 낙지가 마를 날이 없었다. 금세 자루를 가득 채운 바지락을 마을까지 옮기느라 소달구지가 늘어선 장관을 연출하기도 했다.

최근까지 소달구지로 바지락을 옮겼다는 마을 어르신은 달구지 나무 바퀴가 갯벌에 빠지거나 염분에 쉽게 부식되지 않아 유용한 운송 수단이었다고 전한다. 게다가 웅도는 섬이지만 곳곳에 논과 밭이 흔하다. 갯벌이 없으면 전형적인 농촌이라고 해도 믿을 풍경이다. 집집마다 일꾼 대신 소를 키웠고, 웅도의 소는 자연스레 땅과 바다를 오갔다.

웅도 여행의 중심지는 웅도어촌체험마을이다. 전국 1위 어업 공동체답게 마을 주민이 주도적으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웅도의 특산물인 바지락 캐기를 비롯해 낙지잡이와 망둑어 낚시, 족대 체험이 가능하다.

가족 단위 여행객도 전화로 예약하면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아이가 낙지잡이에 관심을 보이자, 이장님이 또 다른 바닷길 너머 조도로 안내했다. 발을 떼기 조심스러울 만큼 굴과 고둥이 지천이다.

트럭에서 삽을 가져온 이장님이 갯벌 구석구석 매의 눈으로 살핀다. 부지런히 삽질한 끝에 제법 실한 낙지 한 마리를 손에 넣었다. 아이는 섬이 떠나갈 듯 환호성을 질렀다. 그 뒤로 한참 낙지잡이에 열중했지만, 더 잡지는 못했다. 예전에는 한나절이면 낙지 수십 마리를 잡아 올릴 만큼 갯벌이 넉넉했지만, 간척 사업 영향으로 지금은 한 마리도 귀한 대접을 받는다.

이번에는 깡통열차를 타고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사람이 탈 수 있도록 개조한 드럼통을 사륜 바이크에 기차처럼 줄줄이 연결했는데, 아이는 물론 어른에게도 색다른 체험이다. 운전하는 어르신이 해설사 역할도 겸한다. 주민 사랑방인 마을 회관과 1952년에 세운 웅도분교, 400년 넘게 제자리를 지키는 소나무까지 마을의 소박한 역사를 고스란히 품은 공간이 깡통열차 곁으로 지난다. 아담한 건물 사이로 황금빛 논이 펼쳐지는가 싶더니, 매섬이 보이는 선착장까지 섬 구석구석을 달린다.

여유가 있으면 웅도어촌체험마을 사무실 옆으로 난 데크를 따라 천천히 걸어도 좋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은빛 바다와 광활한 갯벌, 오붓한 마을과 가을에 물든 논밭이 눈과 마음을 한 템포 차분하게 만들어준다. 갯벌에 기대 살아가는 칠면초의 자줏빛은 이국적인 정취마저 느끼게 한다. 바닷물이 빠진 자리에 덩그러니 남은 배도 훌륭한 피사체가 된다.

웅도는 밖에서 바라봐도 아름답다. 웅도를 마주 보는 대로리에는 카페와 캠핑장이 자리해 느긋하게 전망을 즐기거나 특별한 하룻밤을 보내기 좋다. 해 질 무렵에는 웅도를 배경으로 붉게 여문 가을 저녁을 눈에 담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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