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성호(어성호글쓰기연구소 대표)
어성호(어성호글쓰기연구소 대표)

세상에 되돌릴 수 없는 게 무엇입니까?”

지나간 시간과 과녁을 향해 날아간 화살. 대부분 이렇게들 알고 있을 듯해 여기에 하나를 덧보태고자 한다. 바로 우리가 한 이 첫 질문에 추가될 수 있다. 한 번 내뱉은 말은 허공에 흩어지기도 하거니와 시간과 함께 희석되기도 하며 더러 윤색되기도 한다. 이를 막고자 우리는 어떤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조직에서는 왜 기록물을 남길까요?”

회사나 조직에서는 여러 기록물의 형태가 있다. 회의록에서부터 보고서와 제안서, 기안서 등 여러 부속 서류철들이 보관돼 있다. 기록 담당자들에게 물어보면 왜 쓰는지도 모르고 그저 관행처럼 해 오던 일이니 업무인가 보다 하고 그냥 적었을 게 분명하다.

기록물의 형태가 꼭 이어야만 하는가?’ 누구라도 품어봄직한 의문일지 몰라도 아무도 이런 의심은 가지려 하지 않는다. 도로 주정차 위반 딱지를 뗄 때에라도 요즘에는 반드시 기록과 카메라 촬영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음에도 그저 무관심하게만 보인다. 이즈음에서 우리는 질문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 ‘순간영원한 형태로 남길 필요성이 있다면 어떤 기록 매체가 요긴할까?

로버트 카파. 사진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전설적 전쟁 사진가로 불린 로버트 카파의 이름을 알 게 분명하다. 그는 전설적인 포토저널리스트이자 세계적 보도 사진 매그넘의 창시자다. 사실 로버트 카파라는 이름은 헝가리 출신의 앙드레 프리드먼과 독일 출신 사진기자 게르다 타로가 만들어낸 가공의 이름이다. 로버트 카파는 스페인 내전, 2차 세계 대전 노르망디 상륙 작전, 중일전쟁, 중동전쟁, 인도차이나 전쟁 등에 참가하며 죽는 순간까지도 카메라를 손에 쥐고 있었던 일화로 유명하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기자들뿐만 아니라 많은 사진 애호가들로부터 카파이즘의 영원한 리더로 각인돼 있다.

그런 로버트 카파가 <그때 카파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Slightly out of Focus)>라는 유명한 책을 남기게 된다. 이 책의 제목이 의미하는 바가 있다. 노르망디 상륙 작전 때 물살을 가르는 한 군인의 모습을 로버트 카파가 목숨 걸고 초점 흔들리며 급박하게 셔터를 눌러 촬영했기 때문이다. 이 사진 한 장에 영감을 받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오프닝 장면을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로버트 카파는 왜 자신이 찍었던 사진들 외에 굳이 이야기를 써서 남기려 했을까?

사진은 임팩트의 최고치. 글은 이펙트의 최고치. 순간의 극한 상황을 모두 사진으로만 전달되기에는 역부족이다. 회의를 하면서 아니면 부서간 업무 협조문 등을 사진으로 어떻게 전부 주고받을 수 있겠는가. 그런 면에서 은 사진보다 더 월등하게 장시간을 두고 의사 교환 수단으로 자리매김 가능하다.

바로 이 대목에서 리더의 글쓰기능력이 필수적으로 작용한다. 중요한 순간대목을 사람들에게 영원히 사실로 남겨질 수 있도록 리더는 손수 글쓰기로 전달해야 할 책임이 있다. 최고의 순간을 사진으로 남길 수도 있겠으나 맥락의 숨겨진 이야기를 따로 글쓰기로 남겨야 했던 로버트 카파. 기록으로 남길 수 있었기에 영향을 미칠 영원한 리더로 손꼽히게 된다.

리더는 순간을 의식하지만 동시에 영원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순간 속에서 영원을 찾고 영원 속에서 순간을 떠올릴 수 있어야 한다. 리더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끊임없이 순간과 영원을 교차시킨다. 곧바로 글쓰기는 두 교차점의 중심에 놓여있는 이유로 충분하다.

 

- 어성호(어성호글쓰기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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