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동향] 대규모 구조조정 나선 HP

지난 3일 컴퓨터 하드웨어 제조사 휴렛팩커드(HP)3년내 최대 9000명을 감원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포춘은 새로 HP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하게 될 엔리케 로레스가 연례 증권분석가 회의에서 감소하는 프린터 판매를 회복시키고 내부 구조 조정을 위해 55000명인 전체 직원 중 최대 16%를 감원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8월 가족 건강을 이유로 사임을 결정한 디온 와이즐러 CEO의 후임이 된 로레스는 HP프린터 사업부를 이끈 경험이 있다.

HP는 감원이 완료되면 연간 10억달러(12000억원)를 절감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HP는 현재 최대 5000명을 감원하는 기존의 3년 계획 중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P의 이번 감원 결정은 그간 HP의 주요 수입원이었던 프린터와 잉크 사업 실적의 부진이 장기화함에 따라 이뤄졌다. 프린터 가격 하락과 모바일 기기 보편화에 따른 잉크 판매량 감소 등이 맞물리면서 관련 사업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지난 2015년 휴렛팩커드(HP)와 서버와 데이터 저장 장비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휴렛팩커드 엔터프라이즈(HPE)로 분사됐다. HP는 지난 2015년 이후 세계적인 PC 판매 감소와 자사 제품 출하 규모가 줄어들었는데도 시장점유율을 넓혀왔다.

다른 업체들과는 반대로 HP는 프린터를 할인 가격에 판매한 후 수익은 주로 잉크 카트리지 판매에서 거두면서 가정과 기업 고객들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사용에 변화가 나타나 잉크 카트리지를 싼 곳을 찾아 구입하고 문서 프린트를 더 신중하게 하면서 HP의 프린터 사업부도 타격을 입었다. 오는 111일 취임하는 엔리케 로레스 CEO이 모델은 더 많은 소비자 가정과 사무실에 프린터를 판매하는 것이 목표였을 때 부합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앞으로 HP는 할인된 프린터는 자사 잉크만 사용할 수 있도록 일종의 잠금장치를 적용하고, 고가의 프린터는 타사 잉크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판매 모델로 바꾼다고 설명했다.

HP는 다음 달 4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회사 관계자는 구조조정 계획으로 인해 초기비용 1억달러(1196억 원)가 들어가게 된다며 단기적으로는 회사에 부담이 되지만, 구조조정을 통해 전용된 추가 자금은 회사 성장이나 주주 배당금 수익 등으로 쓰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투자자들과 분석가들은 HP가 급격하게 변화하는 시대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 진화할 수 있다고 확신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 시장조사 기관 아거스 리서치(Argus Research)’의 선임 기술 분석가인 짐 켈러는 특히 상업용 계정에 의한 대체 잉크 카트리지 구매가 가장 큰 문제라고 말한다. HP는 소매 판매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상업 고객들은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온라인으로 대체 카트리지를 구입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그는 “PC사업보다 마진이 높은 사업 부문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부문(잉크 사업)이 현재 집중 공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는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태블릿과 같은 모바일 기기가 대중화되면서 언제 어디서나 디지털 문서나 사진을 볼 수 있다. 종이 문서나 사진에 대한 수요가 당연히 줄어들었다. 올해 초 한국IDC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프린터(복합기 포함) 출하량은 2017년에 비해 7.3% 줄었으며, 특히 잉크젯 제품의 출하량이 13.0%나 감소했다.

2017년 기준, 세계 프린터·복합기 시장에서 HP의 시장 점유율은 39.2%, 2위 캐논(20.0%), 3위 엡손(18.3%)에 비해 높았다. 하지만 더 이상 시장의 시장 규모 확대를 기대할 수 없어 마냥 현실에 안주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과연 HP는 이 위기를 구조조정이라는 단순한 처방으로 헤쳐나갈 수 있을까?

 

- 하제헌 객원기자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