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영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장)
박기영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장)

지난해부터 한 분기 마다 매출이 10%씩 줄어듭니다. 폐업하겠다는 가맹점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음주운전 처벌기준을 강화한 윤창호법 시행 이후 9시 넘어 매장에서 술을 시키는 고객이 확 줄어들었습니다. 그전에는 1~2시까지 영업을 하던 매장들이 이제는 10시에 문을 닫기도 합니다.”

최근 모임에 참석한 회원사 대표들의 표정이 한결같이 어둡고 무겁다. 요즘 프랜차이즈 업계만 힘든 것은 아니겠지만 이 정도로 심각할지는 몰랐다.

상황 파악이 필요했다. 8월 초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인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봤다. 급하게 실시하다보니 조사 표본수가 44개사로 많지는 않았지만 커피, 피자, 한식 등 각 분야별, 규모별로 대표적인 회원사들을 선별했기 때문에 업계의 대략적인 상황을 파악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예상은 어느 정도 했지만 숫자로 본 상황은 우려 수준을 넘어섰다. 55% 가량은 올해 매출이 전년에 비해 10%가량 줄었다고 답했고, 반 토막이 났다는 가맹본부도 있었다. 가맹점이 줄었다는 본부는 55%인데 늘어난 곳은 18%에 불과했다. 가맹본부 39%는 종업원 수를 줄였다고 답했다.

더 큰 문제는 갈수록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고, 향후에도 회복 전망이 어둡다는 점이다. 조사대상의 3분의 2가 넘는 가맹본부(75%)가 향후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었다. ‘긍정적으로 답한 곳은 9.1%에 불과했고, 심지어 매우 부정적이라고 답한 곳이 27%나 됐다. 비교적 큰 규모의 회원사들의 사정이 이러하니 작은 규모의 영세 가맹본부들의 어려움은 이보다 훨씬 심각할 것으로 짐작된다.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산업은 역설적으로 불황기인 1997IMF 위기와 2008년 세계금융위기에 성장, 발전했다. 업계의 경쟁과 노력도 있었지만 대기업 등에서 구조 조정돼 나온 퇴직자들이 프랜차이즈 창업으로 몰려왔던 것도 큰 원동력이었다.

이 때문에 최근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은퇴가 본격화되기 시작하면서 일부에서는 프랜차이즈 업계의 호황을 다시 기대했던 시각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희망은 아직 섣부른 기대에 그치고 있다. 최근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를 가보면 창업정보를 얻으려고 찾아오는 관람객 수도 예전에 비해 줄고, 관심과 열기도 예년만 못하다는 게 참여업체들의 분위기다.

프랜차이즈는 한국경제가 위기를 겪을 때마다 등장했던 구원투수이자 힘없는 서민들이 기댈 마지막 버팀목이었다. 하지만 지금 프랜차이즈는 위기와 기회의 진정한 갈림길에 서 있다.

경기 침체 장기화와 규제 강화 등으로 대내외적인 경영환경이 크게 악화되면서 많은 산업인들이 위축돼 있다. 여기서 주저앉는다면 위기 극복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반면 의지와 희망을 잃지 않고 가맹본부와 가맹점이 힘을 합치면 포기가 아닌, 시련을 딛고 위기를 극복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 수도 있다.

극한 환경에서 공생하며 살아가는 그린란드 상어는 우리 프랜차이즈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 준다. 그린란드 상어는 아주 차가운 심해에서 살아남기 위해 신진대사를 일부러 낮추고 매우 느리게, 하지만 꾸준히 성장하며 무려 500년 이상을 살아간다. 특히 신체 활동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생충의 일종인 요각류에게 자신의 눈을 내어 주는 대신 요각류의 빛으로 먹이를 사냥한다고 한다. 혹독한 추위 속에서 살아남는 지혜를 터득한 그린란드 상어처럼 프랜차이즈 업계에도 협력과 상생이 절실한 시기다.

정부와 국회의 따뜻한 관심 속에 산업인들이 희망과 의지를 갖고 이겨 낸다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우리 프랜차이즈 산업이 써 내려온 영광스러운 위기 극복의 역사가 이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희망과 의지가 없는 이에게 남는 것은 포기뿐이다. 혹시 지금이 이런 상황이 아닌지 모두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박기영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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