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철(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사무총장)
김순철(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사무총장)

한일간 통상마찰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2일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를 수출심사 우대국(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내리자 범정부 차원의 여러 대책이 발표되고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일본으로부터 소재부품을 공급받던 대기업들은 비상사태를 맞이했고, 급변한 대내외 여건으로 중소기업들의 어려움도 예상되고 있다.

한일 관계는 흔히 ‘일의대수(一依帶水)’라고 비유된다. ‘옷의 띠와 같이 좁은 물’이라는 뜻인데 좁은 해협을 두고 두 나라는 가까운 이웃이라는 좋은 뜻을 담고 있다. 

그러나 지리적으로 워낙 가깝다보니 쉽게 건너가 정복할 수 있다는 침략의 함의를 가진 말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국제분업체계(GVC)에서 ‘일의대수’처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발전해왔다. 그동안 우리는 일본의 주요 소재·부품을 수입해 중간재나 최종재를 생산해 세계경제 발전에 기여해왔다. 

하지만 일본의 이번 조치는 글로벌 공급망에 큰 혼란을 가져오고 있으며, 세계경제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우리는 일본의 소재부품산업에 의존도가 높았다. 따라서 해당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늘 있었다. 그러나 대기업은 국내 중소기업과의 기술개발 협력보다는 값싸고 가장 안정적인 공급업체를 찾아 소재부품을 조달하면서 가격경쟁력 확보에 몰두해왔다. 

게다가 2018년 말 30대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은 950조원에 달하며 2년 만에 140조원이 급증했다. 사내유보금의 증가는 새로운 투자처를 찾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는 반증이고 이러한 투자 위축은 국내 중소기업의 경쟁력 약화로 연결될 수 있다.

지금의 일본 수출규제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기술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를 위해 중소벤처기업부는 기술력 등 잠재력을 가진 기업을 강소기업으로 지정하고 대기업과 함께 기업역량 강화에 나서기로 했다. 특히 협력재단에서는 소재부품 국산화를 위해 대·중소기업이 기술개발, 신뢰성 검증, 판로확보에 있어 적극 협력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한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이 국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기술혁신 동반성장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사업을 연결하고 있다. 이 온라인 플랫폼에 참여하는 기업은 R&D과제 참여, 온라인 구매상담회, 중소기업 맞춤형 성과공유제, 혁신지원을 위한 테스트 베드, 생산설비 등을 활용할 수 있다. 

특히 R&D 과제는 개방형 공모를 통해 많은 중소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참여한 수요 대기업은 R&D 요구사양, 수행 적격요건 등 구체적인 수요를 공개해 기술협력 과제를 제안하고 있다. 

이를 통해 중소기업은 대기업이 제안한 R&D 수요에 맞춰 준비할 수 있고 대기업이 필요로 하는 R&D과제를 역으로 제안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지금 현해탄의 파도는 어느 때 보다 높다. 일본이 촉발한 수출규제는 우리 기업만을 타깃으로 삼아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으며 일부 품목의 경우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일본은 가장 가까운 나라다. 하지만 역사적으로나 이번 경제조치를 볼 때 쉽게 건너와 우리 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일본의 수출규제에 맞서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눈앞의 가격 경쟁보다는 중장기적인 기술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이를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협력과 동반성장은 어떤 것보다 중요한 화두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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