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체 수입선 확보 전폭 지원”…중기부, 규제대응 TF 가동 본격화

▲ 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왼쪽 두번째)는 지난 15일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중소기업인 간담회’를 개최했다. 황교안 대표(맨 왼쪽)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 등을 빌미로 한국에 대한 일부 소재 수출 규제 조치를 단행한 지 보름이 넘었지만 해결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이어 일본의 수출 규제 확대 가능성까지 점쳐지면서 국내 기업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와 업계는 민관 공조 체제를 구축하고 중장기 산업 육성 방안을 마련하며 장기전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국내 기업 피해 최소화에 방점”

이에 정부는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국내 기업의 피해 최소화를 위해 범정부적으로 가용 자원을 총동원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지난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일본 수출규제 대응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우리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런 내용의 임시적·한시적 조치를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조명래 환경부 장관, 최종구 금융위원장, 노형욱 국무조정실장 등이 참석했다.

우선 불가피한 경우 특별연장근로를 인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 정부는 먼저 시급한 국산화를 위한 신속한 실증테스트 등으로 연장근로가 불가피한 경우 특별연장근로를 인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 다만, 대상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일본 수출규제 품목 관련 업체로 확인한 기업으로 한정한다.

정부는 또 R&D인력 등의 재량근로제가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이달 말까지 재량 근로와 관련한 지침 등도 제공하기로 했다.

또한 조속한 기술개발이 필요한 핵심 연구개발(R&D)과제를 중심으로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해 내년 예산에 반영을 추진하고, 제품개발을 위한 R&D 등 꼭 필요한 부분에 한해 화학물질 등에 대한 인허가 기간을 단축한다. 

정책금융기관 등을 통해 피해 우려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접수하고, 필요한 금융지원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핵심 소재·부품·장비 관련 기술에 대해 신성장R&D 비용 세액공제 적용을 확대한다.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우리나라가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되는 경우에 대비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주요 품목들을 중심으로 관련 상황과 대응방안 등을 점검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경제 부처들이 종합 대책을 수립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7월 말 또는 8월 초께 핵심 부품·소재·장비 산업에 대한 경쟁력 강화 방안과 예산 지원 방안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중기부, ‘일본 수출규제 애로신고센터’ 본격 가동

피해 중소기업을 위한 방안도 마련 중이다. 중기부는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한 중소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긴급경영안정자금과 전문가 컨설팅 등의 지원을 추진한다. 중기부는 지난 15일부터 전국 12개 지방청에 ‘일본 수출규제 애로신고센터’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지난 9일부터는 유관기관과 민간단체가 참여하는 ‘일본수출 규제대응TF’를 가동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애로신고센터에 피해 현황을 접수하면 중기부와 범정부 TF가 기업의 어려움을 덜어줄 수 있는 정책 방안을 모색하게 된다.

아울러 중기부는 일본 수출규제로 매출 감소 등 구체적인 피해를 본 기업에는 ‘긴급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한다. 이를 위해 중기부는 매출 10% 이상 감소 등과 같은 긴급경영안정자금의 지원 요건을 완화하고 지원 횟수 제한에도 예외를 두기로 했다.

또 민간전문가를 활용해 수출규제 회피, 대체 수입선 확보 등과 관련한 컨설팅을 신규 운영할 계획이다. 중기부는 이와 관련 이번 추경에 긴급경영안정자금 1080억원과 컨설팅 지원사업 36억원 등을 신청한 상황이다.

김영환 일본수출 규제대응TF 팀장(중소기업정책실장)은 “현장의 중소기업과 긴밀히 소통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이번을 계기로 소재부품장비 분야 글로벌 수준의 중소벤처기업이 육성될 수 있도록 가용한 모든 정책수단을 최대한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시와 부산경제진흥원도 지난 17일 일본 수출규제 피해접수센터를 설치하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일본 수출규제 피해접수센터는 자동차 부품 등 지역 중소기업의 일본 수출입 피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다. 센터는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내 기업의 애로사항과 건의사항을 받아 수출 영향을 파악하고 기업 피해 대비책을 지원할 계획이다.

 

지자체, 日 수출규제 피해 中企에 금융지원

일본 수출 기업이 많은 지자체에서도 자체적인 지원책 마련에 나섰다. 서울시 영등포구는 일본의 수출규제 사태로 피해를 입게 될 지역 내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50억원의 긴급자금 지원에 나섰다. 이를 위해 우리은행, 서울신용보증재단과 함께 ‘특별신용보증제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구는 ‘특별신용보증제도’를 활용해 연 2.5%의 저금리로 지원한다. 이번 협약을 통해 ‘특별신용보증제도’ 의 총 지원 규모를 지난해 17억원에서 200억원으로 크게 확대하고 구청을 방문하는 등의 불필요한 행정 절차를 대폭 축소했다.

구는 총 지급액 200억원 가운데 연말까지 피해 기업을 위해 50여억원을 우선 지원하고, 1년에 50억원씩 4년 동안 배분 지원할 계획이다.

각 기업의 보증한도액은 5000만원이며, 상환조건은 △1년 거치 3년 균등 분할 상환 △1년 거치 4년 균등 분할 상환 △1년 만기 일시 상환 중 선택할 수 있다.

충청남도 천안시는 수출 규제 등으로 경영악화가 우려되는 관내 중소기업에 경영안정자금 40여억원을 긴급 지원한다고 지난 18일 밝혔다. 

시에 따르면 이번 경영안정자금은 일본의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수출 품목 규제 등으로 어려워진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와 완성차 업체의 내수·수출부진에 따른 자동차부품 업체의 경영 악화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원하게 됐다. 현재 천안지역 기업체 가운데 자동차와 반도체 관련 업체는 약 23%가량이다. 

지원 방식은 1.75% 이자가 지원되는 이차보전으로, 경영안정자금 지원을 희망하는 기업은 시 기업지원과에 신청해 승인을 받아 KEB하나은행 또는 NH농협은행(협약체결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으면 된다.

 

“日 수출규제로 업계 매출 83% 떨어질 것”

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일본 수출규제가 장기화 할수록 업계 피해가 커진다는 우려를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14일 일본 교역·투자 기업인, 증권사 애널리스트, 학계·연구계 통상전문가 50명을 대상으로 한 ‘일본의 수출제재 영향 긴급 설문조사 결과’ 일본의 조치가 장기화하면 한국이 더 큰 피해를 본다는 답변이 62%로, 반대로 일본 피해가 더 크다는 답변(12%)보다 훨씬 높았다. 

특히 일본전문가 10명 중 9명은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제재에 대해 한국기업의 피해가 높다고 밝혔다. 일본의 수출통제로 인한 한국 기업의 피해 정도를 묻는 질문에 ‘매우 높다’(54%)와 ‘약간 높다’(40%)는 답변이 90%가 넘었다. 응답자의 70%는 이번 수출통제 조치 원인으로 지목되는 일본의 참의원 선거(7월 21일) 이후에도 조치가 지속할 것으로 봤다. 

엄치성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수출통제가 장기화할 경우 다른 소재에서도 추가조치가 예상된다”며 “일본이 세계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는 소재가 많으므로 조속히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의 가장 바람직한 대응방법으로 외교적 대화(48%), 부품·소재 국산화(30%), 세계무역기구(WTO) 제소(10%), 2차 보복 대비(6%) 등을 꼽았다.

중소기업계도 지난 15일과 17일 각각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와 간담회를 갖고 일본 수출 규제 장기화에 입법적 해결을 당부한 바 있다. 

이번 사태의 장기화가 한일 양국 모두의 미래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으며, 앞으로 일본의 추가 조치 등 모든 가능성에 면밀히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간담회에서 “일본이 반도체 부품소재 수출을 규제한데 이어 한국을 화이트 국가 리스트에서 제외하겠다고 예고했다”며 “이 조치가 시행되면 대부분의 품목이 개별 수출허가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화학소재, 전자푸붐, 공작기계 등의 수입은 더 어려워질 전망”이라며 “중기중앙회가 국내 중소제조업 269개사를 상대로 벌인 의견조사에 따르면 59.9%의 기업이 일본 수출규제로 타격을 입고, 장기적으로는 업계 매출이 83.2%, 영업이익은 68.3% 감소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아울러, 중소기업계는 자구안으로 △소재부품 전문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대·중소기업 협업체계 구축 △일본 수출규제 피해구제 프로그램 마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및 통과 △정·경 분리 투트랙 외교전략 등을 정치권에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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