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용호(경북대학교 명예교수)

한국경제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 것인가? ‘조금 좋아지고 있다’ ‘곧 좋아질 것’이라는 주장도 있으나, 이는 극소수 의견이다. 

국내외 주요 경제단체나 연구기관에서는 올해의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계속 하향조정하고 있다. 

일본의 노무라 연구소에서는 1%대로 추락하리라는 예측도 내놓았다. 올 1분기의 성장률은 전기에 비해 -0.3%를 기록했으며, 생산·투자·수출·내수·고용이 전반적으로 부진하다. 특히 설비투자는 10.8%나 감소해 외환위기 이후 21년 만에 최악의 상태를 보였다. 

취업자는 쪼그라드는 대신 실업자수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4월 실업자는 124만5000명, 실업률은 4.4%를 기록해 두 지표 모두 4월 기준으로 19년 만에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일자리 창출을 경제정책의 으뜸으로 삼고 있는 현 정부에서 왜 이런 고용참사가 빚어진 것일까? 최저임금의 급속한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제의 강행 등 무리한 소득주도성장정책이 빚은 결과라는 의견이 많다. 

필자는 이를 투자부진과 일자리의 해외유출문제에 국한해 생각해보려고 한다. 한국수출입은행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우리나라 대·중소기업의 해외 직접투자액은 478억달러로 관련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7년의 438억달러보다 9.1% 늘어났다. 이 중 중소기업의 해외직접투자가 100억달러로 10조원을 돌파했다. 전년의 76억달러보다 31.5%나 크게 늘어난 것이다. 2015년부터 따지면 3년 만에 2배로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국내 기업들은 해외에 3540개 법인을 신설해 국내로 U턴한 기업은 불과 10곳에 지나지 않았다. 

삼성전자·LG디스프레이 등 대기업과 협력업체들이 떠난 구미국가산업단지에는 폐업하는 공장이 늘고 있으며, 중소기업의 가동률은 30%대에 불과하다. 창원을 비롯한 전국의 여러 공장지대엔 제조업의 무너지는 소리가 크게 들려오고 있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해외로 빠져나간 순투자금액은 2196억달러에 이른다. 이에 따라 국내 일자리가 이만큼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대한상의 자료에 의하면 2007년부터 2017년까지 해외로 나간 제조업 일자리만 92만1646개에 달했다. 해외진출이 불가피한 업체도 있었겠지만 국내의 불리한 경영환경 때문에 등 떠밀려 떠난 기업이 많을 것이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투자기업들도 원가와 납기 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어 더 이상의 한국 투자는 원치 않는다고 한다.

이 때문에 국내투자를 머뭇거리게 하고, 해외투자를 촉진하는 ‘투자 5적(敵)’이란 말이 생겨나고 있다. 지나친 규제만능주의, 탈원전과 법인세 인상에서 보는 일방통행식 정책추진, 강성 노조와 기울어진 노동정책, 기업을 적폐로 몰아붙이는 반기업정서, 기업을 볼모로 잡는 지역이기주의가 바로 그것이다. 

한마디로 투자마인드를 자극하고, 국내투자를 부추길 조건이 하나도 없는 것이다. 외국에 나가면 영웅 대접을 받는데, 악인이나 죄인 취급을 받아가며  국내 영업을 고집할 이유가 없지 않는가? 

일반 기업인들은 물론, 정책당국자들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과감하게 시정조치를 못하고 있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제부터라도 정책방향을 대선회해 모든 면에서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고, 신명나게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않으면 우리 경제의 앞날이 암울해진다. 그간의 정책과오를 인정하고, 투자 5적을 물리치는 일에 현 정권의 운명을 건다면 용기 있고 위대한 정부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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