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은 상추에 싸 먹어야 맛있다. 입 안 가득 넣고 눈을 흘기며 먹어야 꿀맛이다. 식탁에 앉아 얌전히 먹어도 그 맛이 떨어진다. 자고로 쌈밥은 시골집 마당 평상에 옹기종기 둘러앉아, 서로 눈을 흘기며 먹어야 제 맛이다. 상추에 막된장 한 숟갈 푹 떠서 싸 먹으면 누가 하나 죽어도 모를 정도다. 마당 텃밭에서 막 자란 상추에선 대지의 땅 기운을 맛볼 수 있다.

쌈은 배춧잎이나 취나물 등의 입을 펴서 한입 가득 넣고 먹는 복쌈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풍년 들기를 기원하던 풍습 중 하나다. 

더위가 시작되는 요즘, 입맛을 잃었다면 비타민 가득한 채소로 ‘활기 충전 맛기행’을 떠나 보는 건 어떨까? 꽉 막힌 고속도로가 걱정된다면 서울 근교로 가자. 서울에서 멀지 않은 곳에도  맛으로 유명한 쌈밥집이 여러 곳 있다. 

◇벌레 먹은 쌈에 숯향 입힌 불고기 … 수락산 맛집 ‘목향원’

아늑한 고향의 초가집에서 쌈밥을 먹고 싶다면 수락산 인근 목향원이 제격이다. 

옹기종기 장독들이 늘어서 있고 작은 연못과 정자가 있는 초가집이라 들어서자마자 마음이 편안하다.

이곳 쌈채소는 양평 두물머리 유기농 단지에서 직접 농사지어 공수하므로 벌레 먹은 그대로 올라오기도 한다. 

다청채, 청로메인, 적로메인, 겨자잎, 케일, 적근대, 상추 등 일곱 가지 쌈채소가 무한리필로 제공되는데, 벌레 먹은 그대로 올라오기도 한다. 쌈에 들어가는 돼지불고기는 숯불에서 익혀 불향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서울에서 한 시간 거리인 경기도 남양주 덕릉고개 인근 흥국사로 진입하는 어귀에 자리해 있다.

◇밥집인가 촬영장인가 … 안성 맛집 ‘서일농원 솔리’

경기 안성 일죽면 화봉리에 자리한 ‘서일농원 솔리’에선 건강 밥상을 받을 수 있다. 그것도 실내가 아닌 고즈넉한 정원에서. 

1000여 개의 옹기가 나란히 줄지어 서 있는 이곳은 영화촬영장인지 밥집인지 헷갈린다. 장승과 솟대, 돌담, 원두막, 초가 지붕 아래 매달린 메주 등은 추억을 소환한다.

항아리에서 나온 묵은김치, 청국장, 된장은 그 어디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고향의 맛을 선사한다. 각종 장아찌들도 밥도둑이다.  

버섯요리와 삼채무침 등을 넣어 크게 한입 쌈을 싸 먹은 후 구수한 된장찌개 혹은 청국장찌개를 떠먹으면 그야말로 세상 부러울 게 없다. 콩비지찌개의 짜지 않으면서 부드러운 맛도 품위 있다. 

◇ 푸짐함에 놀란다 … 일산 애니골 ‘잎새’ 

경기 일산 풍동 애니골 카페촌에는 세련된 인테리어의 쌈밥집 ‘잎새’가 있다.

보혈채, 겨자채, 근대, 깻잎, 신선초, 치콘, 뉴그린, 적·백로즈, 향초, 홍채태 등 30여 가지 싱싱한 쌈야채들을 푸짐하게 먹을 수 있다. 철 따라 취나물, 달래, 미나리 생채, 박나물 등이 상에 오르고 콩나물, 시금치, 고사리, 표고버섯, 비듬, 무나물 등이 정갈하게 차려진다. 

두부김치, 김치전, 잡채, 탕평채, 해파리무침, 샐러드, 무냉채말이 등도 입맛을 돋운다.

소쿠리에 베 보자기를 깔아 나무주걱과 함께 나오는 보리밥은 귀한 대접을 받는 느낌을 준다.

통유리창 밖으로 펼쳐지는 논밭의 정경과 화초 향기 가득한 실내 분위기를 누리는 즐거움도 쏠쏠하다.      

 

- 노경아 자유기고가(jsjys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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