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성용(서울여자대학교 명예교수)

최근 일본 주간지 슈칸 포스트에는 ‘한국은 불쌍한 나라… 내버려두는 것이 손해 없는 현명한 일’이란 제목의 글이 실린 바 있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과 한일 초계기 레이더 문제 등으로 양국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대놓고 한국에 독설을 퍼부은 인물은 바로 일본의 대표적인 경제학자 오마에 겐이치다.

오마에는 한국이 분노만할 뿐 일본에게는 큰 손해가 없는데다가 일본에 가장 많이 찾아와 주는 고마운 손님인 만큼 그저 관망하는 게 가장 현명한 선택이라는 독설까지 퍼붓는다.

 그 근거는 상당수 한국 국민들이 자국을 지나치게 싫어한 나머지 ‘헬조선’을 떠나고 싶어하며 일본을 ‘외부의 적’으로 세우고 있는데다가 자국이 못나서 일본을 미워하는 것이니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폄하했다.

우리가 저주에 가까운 그의 평가와 독설에 귀 기울일 필요까지 없다고 하더라도 한국에 대한 일본의 대표적 저격수 노릇을 하는 것은 세계적 경제평론가 답지 못한 행위로 밖에 볼 수 없다. 

그는 더구나 “한국에선 돈과 연줄이 없는 인간에게는 꿈과 희망도 없고, 재벌계 대기업 사원이나 정부 관료가 아니면 풍족한 생활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국민들이 한국을 싫어한다”며 “그 불합리한 현실을 비난하는 단어인 ‘헬조선’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라고 했다. 또 그는 “그렇게까지 국민들로부터 미움 받고 있다는 것을 보면 한국은 불쌍한 나라”라고 폄하했다.

오마에는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인 관광객이 많으니 단교를 하는 등의 극단적인 조치는 되려 일본에 손해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은 “고마운 손님”이니 관망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빈정대기도 했다.

오마에는 한국 국민들은 일본 관광을 즐기며 ‘친일’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일부에선 한국에 대해 국교 단절이나 무비자 여행 제한을 주장하는 것 같지만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며 한국의 국민수준에서는 ‘친일’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일본이 정론으로 대응하거나 아픈 곳을 찌르면 쉽게 분노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미 1999년에도 경제전문지를 통해 한국경제의 지나친 미국 추종 경향을 비판하고, 한국에는 장기적인 산업정책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지도자가 없으며, ‘한국경제는 금융제국주의, 미국의 백년 하도급’이라고 직격탄을 날린 바 있다.

미국 하버드대 교수였으며 일본·한국 등 아시아통으로 알려졌던 에드윈 라이샤워 박사는 한국과 일본은 문화적 배경이 비슷하고 양국의 언어와 고대사는 매우 유사하므로 양국 국민들은 동질성이 강하다고 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한국과 일본은 앙숙의 관계에 놓여 있으며, 국민들도 서로에게 좋은 감정보다는 나쁜 감정을 갖고 있다고 봤다. 또 역사적으로 볼 때 양국은 우호와 선린보다는 투쟁과 원한 속에서 살아왔으며, 현재에 이르러서도 대한해협을 사이에 두고서 가장 인접국이면서도 동시에 가장 먼 나라의 하나로서 인식돼 오고 있다. 

미국 MIT대의 투디거 돈부시 교수는 오마에의 한국경제 평론에서 한일 양국 간의 오래된 편견과 컴플렉스가 지나치게 강하게 드러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오마에는 일본이 경제·기술대국이라는 둥의 오만과 방자를 떨쳐버리고 공존공영의 범세계적인 시야와 인식을 가져야 한다. 세계적 학자답게 냉철한 이성적 판단과 비판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한국에 대한 객관적이고 올바른 역사관을 갖출 때 일본은 소위 ‘일본주식회사’의 왜곡된 틀을 벗어나게 될 것이다.

 

- 최성용(서울여자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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