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동길(숭실대학교 명예교수)

한국경제 위기신호가 곳곳에서 울린다. 물가는 뛰었고 성장둔화·분배악화·고용참사 등으로 일반 국민의 삶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전망이 흐리다는 건 더 큰 고통이다.

주력산업은 물론 대기업·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 가릴 것 없이 무너지고 있다. 모든 국민은 위기를 느끼는데 정부는 위기가 아니라고 하니 대응책이 나올 리가 없다.

세계경제가 좋을 때 그 흐름을 타지 못하고 한국만 홀로 나빴다. 잘못된 정책 때문이다. 경쟁력을 잃은 경제와 기업과 상품은 견딜 방법이 없다.

경직적 노동시장과 각종 규제, 지급여건 안 따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은 고비용·저효율을 가중시켜 경쟁력을 떨어뜨렸다.
특히 중소기업과 자영업은 빈사상태로 몰렸다. 얼마 있으면 해가 바뀌고 최저임금은 또 10.9% 오른다. 2년간 최저임금이 무려 29% 오르는 것이다.

중소기업은 인건비 급등에 감원 외엔 살 길이 없다고 비명을 지른다. 자동화·무인화 도입 가능성은 커진다. 그러면 일자리는 또 사라진다. 이제 세계경제도 하강국면이다. 어떻게 버틸 것인가.

근로시간을 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크게 단축하면서 탄력근로제 기간단위를 3개월로 정한 것은 성급했을 뿐 아니라 현실을 무시한 잘못된 결정이었다. 이를 바로잡고자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를 위한 입법을 연내에 마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민노총이 이에 반대하자 문 대통령은 노동계 동의 없는 국회처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은 연내 입법을 강행하지 않기로 방향을 바꿨다. 민노총의 반대에 여·야·정 합의는 물거품이 된 것이다. 정부 위에 민노총이 있다는 이야기가 그래서 나온다.

고용세습은 일자리 도둑인데 노동계는 고용세습을 하지 말라는 정부의 권고를 거부한다. 이제는 민노총 노조원이 기업인을 폭행하는 야만적인 일까지 벌인다. 기업인이 노조원을 폭행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얼마 전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민노총의 대검찰청 불법 점거에 대해 “어떤 집단도 법 위에 군림할 수 없다”고 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불법·무법을 사실상 방치하면서 법치를 강조하는 건 허공의 메아리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기업인들은 “기업할 마음 생기게 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최근 주한 유럽상의는 “한국, 유례없는 갈라파고스 규제국가”라고 했다.
자율주행차를 국내에서 처음 만든 서승우 서울대 교수는 한국을 떠나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했다고 한다. 규제가 일자리를 해외로 쫓아낸 것은 이 뿐만은 아니다.

또한 해외에 공장을 가진 기업의 절대다수는 “한국에 다시 돌아올 계획이 없다”고 한다. 한국이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임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일자리 정부를 자처한 정부라면 기업의 발을 묶는 환경을 개선, 기업을 뛰게 해야 한다.
공무원 증원이나 재정을 투입하면서 인턴 또는 단기 일자리 만들기는 접어야한다. 노동단체에 끌려 다니지 말고 노동개혁 하고 친 시장·친 기업 정책으로 선회하라.

소득주도 정책으로는 한국경제 살릴 수 없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소득주도정책의 보완과 개선을 약속했지만 정책기조를 바꿀 것 같지 않다.
완벽한 정책은 없다. 경제와 산업현장의 상황을 살펴 펴는 게 제대로 된 정책이다. 신념으로 밀고나가서 안 되는 것이다. 효과가 없는 약을 투입하며 병이 낫기를 바랄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 류동길(숭실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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