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과 주52시간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인들이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와 요건 완화, 외국인 근로자 쿼터 확대 등 노동 유연성 향상을 주문했다. 궁극적으로 노동시장 개혁구조와 유연화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는 제언이다.

중소기업중앙회(회장 박성택)는 지난 15일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이재갑 고용부 장관 초청 중소기업인 간담회를 열고 현장 애로와 노동현안에 대한 정책 과제를 전달했다.

간담회는 이 장관과 박성택 중기중앙회장, 한무경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 전현경 IT여성기업인협회장, 김영윤 대한전문건설협회장, 김정태 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장, 업종별 협동조합 이사장 및 대표자 20여명이 참석했다.

주요국 대비 근로시간 단축 ‘과속’
중소기업계는 특히 ‘근로시간 제도 유연화’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근로시간 규제가 산업별 특성이나 직무·작업환경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적용돼 중소기업으로서는 대응할 방안이 부족하다”며 “현 상황에서는 유연근로시간제를 활용하기도 어렵고 연 4.6시간의 단축속도는 주요국과 대비해도 너무 빠르다”고 토로했다

업계는 초과근로 발생 사유를 근거로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모기업으로부터 주문물량이 변동될 경우 필연적으로 초과근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이유다.

여야는 최근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을 위한 관련법 개정안을 연내 처리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현행법상 최장 3개월인 단위 기간을 6개월로 확대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그동안 중소기업계는 업종에 따라 비수기와 성수기가 나뉘는 상황에서 생산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탄력근로 단위시간을 1년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계는 “고정적 성수기가 있는 업종은  성수기 기간이 평균 5.6개월 지속된다”며 “탄력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을 업종별·사업장별 상황에 맞게 1년 내에서 유연한 활용을 할 수 있도록 개선해달라”고 요청했다.

도입여건 역시 근로자 대표 서면합의가 아닌 근로자대표 협의 또는 개별근로자 동의로 개선해줄 것을 요청했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과반수 근로자가 찬성하지만 일부 근로자의 반대로 노조의 동의를 받지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탄력근로의 적용이 필요 없는 직무나 이해관계가 다른 직무 간 조정이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도입요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종·규모별 차등적용이 필연
최저임금 제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도 나왔다.
중소기업계는 “현행 최저임금 결정방식은 기업의 지불능력, 근로조건, 생산성에 있어 업종별·규모별로 다양한 차이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일괄적으로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 적용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경영이 어려운 업종, 소규모 기업의 최저임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게 되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저임금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최저임금 미만율은 상대적으로 ‘괜찮은 일자리’로 꼽히는 제조업의 경우 5.1%에 불과했으나, 도소매업(18.1%), 숙박음식업(34.4%), 기타개인서비스업(24.8%) 등 업종 간 격차가 큰 실정이다.

이에 중소기업계는 실태조사 통계 수집을 의무화하는 등 업종별·규모별로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의 결정구조 역시 노사 간 극심한 갈등으로 최저임금위원회가 심의기구로서 제기능을 못하고 있다며 최저임금 결정 구조와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외국 인력 도입 쿼터 확대와 임금 차등 적용 등 외국인 근로자 관련 건의도 이뤄졌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외국인 근로자가 내국인 일자리를 잠식하는 게 아니라 열악한 현장 수요를 뒷받침하는 보완관계인 만큼 쿼터 제한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올해 4만2300명인 외국인력 도입 쿼터를 내년 6만6100명까지 확대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외에도 중소기업계는 △건설현장의 합법적 외국인력 고용환경 마련 △스마트공장 산업 육성을 위한 인력지원 강화 △실업급여제도 개편 및 수급자 관리강화 대책 마련 △중장년 채용기업 지원 확대 △컨베이어벨트 안전검사 관련 규제 완화 및 적용 유예 등 20건의 노동 관련 애로 및 제도 개선을 건의했다.

정부, 합리적 개선안 도출 노력
이재갑 장관은 이날 간담회 모두발언을 통해 “장관 취임 후 중소기업 관련 단체장들이 많은 건의와 구두제안을 해줬다”며 “지금도 정부가 중소기업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우리나라 경제는 취업자 증가폭이 지난해에 비해 감소하고 민간 투자가 하락하는 등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통상마찰 등 대외적인 경제상황 역시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여건에서 가장 힘든 곳은 현장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시는 분들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많은 분들이 우려했던 탄력적 근로시간제 논의도 이번에 여야정 합의를 이룬 만큼, 정부도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합리적인 개선방안이 도출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중기중앙회는 앞서 지난 14일 박성택 회장과 중소기업 업종별 대표 1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정태호 청와대 일자리수석 초청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에서 중소기업계는 정태호 수석에게 ‘일자리 창출과 기업투자 활성화를 위한 정책제언’을 전달하고 중소기업 현안 및 정책과제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정책제언에는 △고용 안정 및 인력난 해소 △공정경쟁 환경 조성 △중소기업 사업환경 개선 및 경쟁력 강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정 수석은 “최근 경제동향과 관련, 일부언론에서는 정부에서 위기의식이 부족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지만, 실제로는 위기감을 갖고 최선을 다해 대응하고 있다”며 “오늘 나온 중소기업인들의 허심탄회한 의견들을 잘 듣고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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