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에게 듣는다]‘김치명인’ 1호 김순자 한성식품 대표

‘대한민국 명장’은 최고의 숙련기술을 보유하고 산업현장에 장기간 종사하면서 관련기술 발전에 기여한 국가가 공인하는 최고 기술인이다. 기계·재료·전기·통신·조선·항공 등 산업분야와 금속·도자기·목칠 등의 공예분야, 요리·제과 등 서비스분야를 합쳐 37개 분야 97개 직종에서 15년 이상 종사한 사람 중 선정된다. <중소기업뉴스>가 산업현장에서 최고의 실무능력을 자랑하는 대한민국 명장들의 성공 스토리를 들어봤다.

‘대한민국 김치명인 1호’. 김순자 한성식품 대표(사진)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김순자 대표에게 김치는 어쩌면 숙명일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부터 특이체질로 육류나 생선을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해 고생했는데, 유독 김치는 잘 먹었단다. 김장철이면 직접 김치를 담그게 되면서 집안에서 내려오는 노하우를 자연스럽게 전수받게 됐다.

그러다 1985년 한 호텔 음식점에 갔다가 우연히 “공급받는 김치 맛이 매번 달라 손님들의 불만이 나온다”는 관계자의 얘기를 들었다. 맛있는 김치를 만들어 공급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준비기간을 거쳐 이듬해 김치전문제조업체인 한성식품을 설립했다. 직원 1명으로 규모는 작았지만, 각종 유명호텔들에 김치를 납품하며 차츰 손맛을 인정받았고, 이후 서울아시안게임, 서울올림픽 등 국제행사에 김치를 공급하면서 김치 전도사로 유명해졌다.

지금은 한성식품을 종업원 300여명에 매출액 550억이 넘는 강소기업으로 일궈내 호텔을 비롯한 대형병원, 관공서, 학교, 백화점, 대형마트, 면세점 등 1만여곳에 김치를 공급한다. 김 대표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우리가 만든 김치를 한번쯤 먹어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성식품은 전통김치는 물론 김 대표가 특허를 낸 미니롤 보쌈김치, 깻잎양배추말이김치, 미역김치 등 30여종을 생산하고 있다.

김치 관련 특허만 26종에 달하는 것은 명인이 30년이 넘도록 김치만을 연구하고 개발한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김 대표의 김치는 2014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받았으며, 2016년 대한민국 우수문화상품으로 선정된 바 있다. 지난해에는 ‘제21회 여성경제인의 날’을 맞아 모범 여성 경영인으로 선정돼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한성식품의 김치는 ‘맛이 변함없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산 농산물만 사용하고 전통방식의 제조법을 고수하며 차별화된 깔끔한 맛을 내기 때문이다.

“동치미 같은 경우 무를 소금에 절여 하루 이상 수분을 제거하고, 다시 생강, 마늘, 고추 등을 베 보자기에 싸서 겨울 내내 3개월 이상 천천히 발효를 시켜야만 동치미 특유의 톡 쏘는 청량한 맛이 납니다. 사이다 같은 합성 첨가물을 사용해서 급속으로 발효시켜도 비슷한 맛을 낼 수 있겠지만, 전통방식으로 만든 김치와는 드시는 분의 건강과 원재료의 맛을 끌어내는데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김치는 한국인의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메뉴지만 ‘사먹는 김치’가 대세로 떠오른 요즘, 맛있는 김치를 만나기가 쉽지만은 않다. 소비자들은 “식당 김치는 맛이 없어 먹지 않는다”고 하고, 식당 주인들은 “어차피 버려질 김치, 저렴한 중국산으로 쓰는 것”이라고 항변한다. 이 같은 악순환이 김 대표가 중국산 김치의 범람을 우려하는 이유다.

“중국산 김치 수입량이 우리나라의 전 세계 김치 수출량보다 10배 이상 많은게 현실입니다. 김치 종주국이라는 자부심을 빼앗기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김치는 여러 엄격한 품질검사를 통해 생산되는데 반해 중국의 경우 이 절차가 투명하지 못해 소비자들의 건강도 염려스럽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소비자들이 꼼꼼히 따져보고 국내산 김치를 식당에 당당히 요구해야 합니다.”

김 대표는 수출을 통해 김치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데도 앞장서고 있다. 그는 해외에서 시식행사와 체험전 등을 개최해 김치 판매가 아닌 김치 문화를 알린다는 사명감을 갖고 신시장을 개척했다. 이에 대만 코스트코 전 지점에 입점하는 등 전 세계 2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2012년엔 부천시에 ‘김순자 명인 김치테마파크’를 개장했다. 김치의 세계화를 위해 기획한 관광 테마파크다. 어린 학생들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김치의 역사를 배운 뒤 김치를 직접 담가볼 수 있으며 전문가 과정도 운영중이다.

김 대표는 명장의 노하우를 전수하는데도 게을리하고 있지 않다. 현재 한성식품의 직원 6~7명을 대상으로 꾸준히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대한민국 명장으로서 김치 문화와 전통을 지키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특히 전수자들에게 전통적인 김치 제조 기법뿐만 아니라 김치의 세계화를 위해 현대화시킬 수 있는 기법도 알려주고 있죠. 김치가 ‘세계 1등 식품’으로 자리매김하는 그날까지 노력을 계속하겠습니다.” 

- 김도희 기자·사진=오명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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