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용호(경북대학교 명예교수)

한국에서 공공부문은 공익과 공공성을 실현하는 주체라기보다 흔히 비능률과 철밥통을 상징해 왔으며, 특히 공기업은 방만 경영과 부패의 온상처럼 여겨져 왔다.
이 때문에 역대 정권이 공공부문 개혁을 소리 높이 외쳤지만, 어느 정권도 시원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현 정권은 아예 공공부문 개혁이라는 정책구호도 내걸지 않고 있다. 일자리 창출을 제1의 정책과제로 내세운 현 정부는 공공부문을 일자리를 만드는 선도 기관으로 삼고 있는 것 같다.

정부는 5년 동안에 공공부문 일자리를 81만개 창출하며, 공무원 수는 17만명 늘린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은 정규직으로 바꾼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결국 정부는 일자리와 소득주도성장 문제를 공공부문 정원의 획기적 확대, 최저임금의 신속한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주 52시간제 근로를 통해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일자리는 오히려 줄어들고, 그 질은 오히려 나빠진 것 같다.

실업자 수는 2000년 이후 최대로 늘어나 지난 9개월 연속 100만명을 웃돌고 있다. 전체 실업률이 4% 안팎으로 정체돼 있는 가운데 체감실업률을 나타내는 청년층의 확장실업률은 22.7%로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가장 높았다.
청와대와 기획재정부는 고용사정이 악화되자 공무원 수의 증원 이외에, 한국철도공사나 한국도로공사와 같은 공공기관들로 하여금 단기 일자리를 크게 늘리도록 독려하고 있다.

그 결과를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반영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338개 공공기관들이 ‘체험형 청년인턴’채용을 통해 단기 일자리 만들기 경쟁을 벌이고 있는 모습이다. ‘체험형 인턴’이란 ‘채용형 인턴’과 달리 정규직 전환의무가 없는, 고용기간이 1년에 못 미치는 임시직이나 인턴이 대부분이다.
공공부문을 통한 일자리 만들기는 고용증대에 일부 보완은 될지 모르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국민들의 세금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경제가 활성화되고 민간부문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않고는 지속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새로운 수요가 없는데도 추가인원만 대량으로 투입한다면, 공공부문의 효율성이 더 떨어지고 국민경제에 엄청난 부담만 주게 된다. 예컨대 공무원을 한번 뽑으면 60년간 임금과 연금을 줘야 하며, OECD의 추산에 따르면 공무원을 1명 늘릴 때마다 민간의 일자리가 1.5개 줄어든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젊은이들이 안정성이 높은 공무원이나 공기업만 선호하게 되면 국가의 장래가 매우 걱정스럽게 된다. 우수한 청년들이 4차 산업혁명시대에 걸맞은 인물이 되려는 꿈과 도전정신이 없다면 선진국 진입은 아득한 먼 얘기가 될 것이 분명하다.
일자리는 기본적으로 민간 기업이 만들어내는 만큼, 기업인의 창의와 도전정신이 샘솟도록 그 여건을 만드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 하겠다.

최저임금 1만원의 실현과 52시간 근무제 등은 방향은 옳다. 다만 의욕이 앞서 너무 성급했다고 생각된다. 목적이 옳다고 해서 결과가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지금이라도 정책의 실패를 솔직히 인정하는 동시에, 추진 시간표를 재정비하고, 규제 혁파와 기업의욕을 높이는 일에 정성을 쏟아야 한다.
‘국가가 최대의 고용주여야 한다’는 정부 만능주의적 사고를 벗어나, 기업과 시장을 존중하면서 금융·세제 면에서 국내투자가 일어날 수 있는 여건의 조성, 그리고 골칫덩어리인 노동부문과 공공부문 개혁에 일대 영단을 내려주길 기대하는 바이다.

- 최용호(경북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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