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필규-중소기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고도성장기의 우리나라 경제는 대기업이 성장하면 고용이 늘고 낙수효과로 중소기업도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경제였다.

그러나 외환위기를 전환점으로 저성장기조로 접어들면서 대기업이 성장해도 고용이 늘지 않는 ‘고용없는 성장’ 현상이 심화되고, 낙수효과도 사라져 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하지 못하고 낙후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가 확대됐다.

최근에는 대기업에 현저히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 때문에 낙수효과의 소멸을 넘어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마저 대기업의 이익으로 빨려 들어가는 ‘빨대효과’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낙수효과가 사라지고 빨대효과가 작동되기 시작하면 중소기업의 존립기반은 더욱 취약해지고 양극화는 한층 더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이런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제일 먼저 염두에 둬야 할 것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운 낙수효과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빨대효과에 대신해 성장동력이 밑바닥에서 솟아올라 주변으로 혜택이 퍼지는 ‘분수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의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이러한 분수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소득주도성장이 고용과 임금을 함께 늘릴 수 있다면 분수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최저임금 인상은 직장을 가진 근로자의 임금은 올렸지만 임금인상 부담으로 직장에서 해고되거나 새로 채용되지 못하는 결과로 생긴 고용감소로 소득(고용×임금) 증대를 통한 분수효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고용과 임금을 함께 늘려 제대로 된 분수효과를 누릴 수 있는 방법은 있을까?
제대로 된 창업이 활발하게 이뤄진다면 고용은 증가할 것이고 고용증가의 시장압력에 의해 임금도 상승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창업도 이처럼 고용과 임금을 함께 늘려 분수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을까?
창업기업의 생존율을 보면 이러한 기대가 아직은 실현되기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통계청의 ‘2016년 기준 기업생멸행정통계 결과’에 따르면 신생기업의 1년 생존율은 62.7%, 3년 생존율은 39.1%, 5년 생존율은 27.5%로 나타나 있다. 창업으로 어렵게 창출된 고용이 5년 내에 100개 기업당 72개 기업의 폐업으로 사라진다는 것이다.

왜 이렇게 생존율이 낮을까? 한마디로 부실한 창업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창업은 준비 안 된 창업, 생계형 창업, 나홀로창업이다. 치열한 경쟁시장에서 생존이 어렵고 살아남는다 하더라도 성장하지 못하고 영세기업에 머물러 고용도 창출하지 못하고 임금도 올리기 어려운 상황에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려면 창업의 질을 전면적으로 혁신해야 한다. 준비 안 된 창업은 준비된 창업으로, 생계형 창업은 혁신형 창업으로, 나홀로창업은 힘모아창업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준비된 창업을 위해서는 취업준비 이상의 창업준비가 될 수 있도록 일찍부터 창업교육을 의무화하고, 경험과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경력형 창업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혁신형 창업을 위해서는 대학이나 연구기관 등에서 기술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창업이 활발하게 이뤄지도록 하는 한편, 생계형 창업의 혁신형 창업으로의 전환을 위해 창업자의 경영능력 제고에 각별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힘모아창업을 위해서는 동업이나 협동조합형 창업, 청년과 장년의 협업형 창업등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창업패러다임의 전환이 있어야만 고용과 임금이 함께 늘면서 분수효과를 거둘 수 있는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주도성장의 선순환이 생겨날 수 있을 것이다.

백필규-중소기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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