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라이벌]광고업계 1, 2위 다툼

요즘 사람들은 범람하는 영상 콘텐츠 속에 살고 있습니다. 거실 소파에 앉아서 수백개에 달하는 TV채널을 리모콘으로 돌려보는 일상은 이제 흔한 풍경이죠.
특히 0.5초 마다 채널을 돌려가며 자신에게 흡족한 채널을 선택하는 모습을 보면, 이제 웬만한 콘텐츠가 아니면 살아남기가 힘들겠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변덕이 심한 취향 같아 보이지만 막상 제대로 된 채널을 만나면 쉽게 빠져듭니다. 아무리 콘텐츠 홍수 속에 산다지만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킬러 콘텐츠들은 꼭 있기 마련이죠.
그래서 요즘 광고 업계에서는 변덕쟁이(?)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게 상당히 어려워졌다고 말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광고 시장이 매년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영상 콘텐츠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덩달아 마케팅 수단으로 영상 콘텐츠가 주목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한국에는 광고 회사가 몇개나 있을까요? 대략 80여개 회사가 있다고 합니다. ‘영원한 갑’이라고 불리는 광고주(기업 혹은 기관)가 이들 광고 회사에 집행하는 연간 광고예산은 무려 15조원이 넘습니다.
그렇지만 광고 업계만큼 약육강식의 세계도 없습니다. 10대 광고 회사들이 취급하는 광고 예산이 13조원 가량으로 전체 예산의 90% 가까이를 차지합니다. 독과점이 심한 시장이죠.
국내 광고 회사 가운데 선두는 단연 제일기획입니다. 지난해 광고 취급액은 5조3677억원이었습니다. 이노션은 3조9426억원으로 그 뒤를 따르고 있습니다.
이들 제일기획과 이노션이 수조원의 광고를 만질 수 있는 배경은 각각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의 계열사이면서 그룹 계열사들의 광고 일감을 대부분 따오고 있다는데 있습니다.
뭐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두 회사는 입찰을 통해 실력으로 일감을 따왔고, 해외 광고시장에서도 취급액이 전체 취급액의 절반 이상이라고 항변합니다. 상황이 어찌하든 제일기획과 이노션은 매년 최고의 성과를 기록하며 국제 광고제에서도 각종 상을 수상하며 글로벌 광고 회사로 도전을 하고 있습니다.
두 회사 모두 북미 시장은 물론 인도, 중남미 등 신흥시장에 진출해 다양한 광고주들의 일감 수주에 공을 쏟고 있습니다.
제일기획은 유정근 대표가 이끌고 있습니다. 그는 30년의 경력을 자랑하는 자타공인 광고 전문가입니다.
1988년 제일기획에 입사해 광고 관련 기획, 영업, 제작 등 모든 실무를 경험했습니다. 내부승진으로 2017년 12월 CEO의 자리에 올랐으며 사내 사정을 누구보다 꿰뚫는 경영진입니다.
유정근 대표는 프레젠테이션에 있어 능력자로 불립니다. 광고주를 설득하는 메시지 전달에 일가견이 있다는 겁니다.
그는 ‘커넥트 플러스’(Connect+)라는 개념으로 제일기획의 글로벌화를 준비하고 있는데요. 제일기획이 제작한 플랫폼 안에서 고객들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안건희 이노션 대표도 유정근 대표처럼 내부승진으로 수장이 됐습니다. 1985년 현대자동차 기획실에 입사해 현대차의 마케팅전략실장과 수출담당 임원을 지냈고 현대모비스의 기획실장까지 지냈습니다. 2009년 이노션 대표가 됐을 때 안 대표만큼 적임자가 없었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특히 현대차그룹에서는 계열사 전문경영인 임기가 보통 3년 정도로 수명이 비교적 짧습니다.
그런데도 그는 벌써 10년 가까이 이노션의 CEO를 지내고 있을 정도로 신뢰가 두터운 겁니다. 실적으로 보면 이노션을 맡을 당시 2009년 매출이 669억원이었는데, 2017년 기준 이노션 매출은 3932억원으로 5배 이상 커졌습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96억원에서 967억원으로 고속성장을 했고요.
무엇보다 우리가 TV나 길거리에서 만나는 한국의 제1, 2 기업인 삼성과 현대차의 광고는 이들 제일기획과 이노션의 손에 의해 탄생된다는 점입니다.
삼성과 현대차가 글로벌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고 완성하는 데에 있어 이들 광고 회사의 역할은 두말 하면 잔소리일 만큼 중요합니다.

- 장은정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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