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용호-경북대학교 명예교수

오는 7월1일부터 종업원 300인 이상 기업의 근로시간이 주당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된다. 50인 이상 300인 미만 기업은 2020년, 5인 이상 50인 미만 기업은 2021년부터 시행된다.
‘일과 삶의 균형(워라벨)’을 위해 일하는 시간을 줄이는 것은 세계적 추세인 만큼, 우리도 이 흐름을 피할 수는 없다. 다만 본격적인 시행에 앞서 이것이 가져올 문제점과 부작용을 예견해 이를 최소화하는 지혜와 슬기가 필요하다.
우려되는 부분은, 먼저 일하는 시간이 줄어들면 동일한 임금수준에서 근로자들의 임금이 줄어들고, 동일한 생산성 하에서 공급기한을 맞추느라 고용을 늘여야만 하는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분명히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대기업 보다는 중소기업, 정규직 보다는 비정규직의 월급 감소가 더 클 것이다. 대기업과 정규직은 노조의 압력에 의해 어떤 형태로든 보전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은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면서 이를 보전할 능력은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인력대체가 어려운 연구개발(R&D) 직군이나 창업 벤처기업에서는 서류상으로만 52시간 근무를 하고 실제는 60~70시간 일하는 ‘유령근무’와, 퇴근 후 ‘재택근무’ 등 비상식적 근무행태가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른 한편에서는 근로시간 단축이 추가채용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할 수 있다는 기대를 키우고 있다. 그러나 실제 기업에서는 추가 채용보다 자동화와 업무 효율과 집중도를 높이는 쪽에 방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업종별, 직종별 특성이 거의 무시되고 있기 때문에 연구소나 생산시설을 해외로 옮기는 사례도 늘어날 것으로 본다. 2017년에 중소기업들의 해외투자가 무려 74억5000만달러(약 8조원)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이런 추세가 가속화될지도 모른다.
위에서 든 문제점들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것 들이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개정안 입법과정에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나,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확대 등을 위한 장치를 거의 못해놓고 통과시킨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중소기업이 근로시간을 본격적으로 단축해야 할 2020년은 불과 2년 뒤이니 서둘러 보완책을 마련해야 될 줄 안다. 이 과정에 선진국들이 도입, 확대 적용하고 있는 시스템의 벤치마킹도 하나의 대안일 것이다.
근로시간 단축과 함께 중소기업과 근로자를 지원하는 조치를 취하고, 근로시간의 유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정책은 일본, 독일, 프랑스 등 선진 여러 나라에서는 오래전부터 시행되고 있다.
우리는 선진국에 비해 비록 출발은 늦었지만 근로시간 단축을 조기에 도입하거나 고용을 창출하는 중소기업에는 노무 진단 및 컨설팅을 지원하고, 추가 고용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좋을 것이다. 중소기업 근로자에게는 소득 감소분의 일부를 지원하거나 사회보험료를 감면하는 조치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이와 동시에 기업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정책을 과감하게 추진해야 될 줄 안다.
그리고 근로시간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단위기간을 3개월로 하고 있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최장 1년 범위 내에서 노사가 합의해 시행토록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또한 독일에서 시행하고 있는 ‘근로시간 저축 계좌 제도’도 큰 참고가 될 것 같다. 이 제도는 연장, 야간, 휴일 근로 등 초과 근로시간을 수당 대신에 계좌에 저축했다가 휴가로 쓰는 제도이다.
보다 장기적 관점에서는 여가시간이 크게 늘어나는 미래사회에 대비해 중소기업의 비전과 생존전략을 연구, 모색하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어나길 기대한다.

최용호-경북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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