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이슈] 빅3 게임사의 ‘새 전쟁’

한국의 게임 업계 빅3 지형도가 지난해 뒤바뀌었습니다. 오랫동안 1위를 고수했던 넥슨을 제치고 넷마블게임즈가 왕좌에 올랐는데요. 넷마블게임즈는 지난해 매출 2조4248억원을, 넥슨은 2조2987억원을 달성했습니다. 넷마블게임즈가 지난해 매출 면에서 넥슨을 앞서게 된 것은 단연 모바일 게임인 ‘리니지2 레볼루션’ 대박 때문이겠지요. 지난해 국내외 누적 매출이 1조원을 돌파했으니까요.
하지만 영업이익 면에서는 아직 넥슨이 1위입니다. 영업이익 8856억원을 달성해, 넷마블게임즈의 5096억원 보다 크게 앞섰습니다. 영업이익 면에서 넥슨에게 뒤처진 이유는 모바일 시장 보다 PC 게임 시장이 이익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넥마블게임즈는 모바일 게임으로 성장한 기업입니다. 반면 넥슨은 PC 게임으로 오랫동안 1위 수성을 해온 기업이고요.
1, 2위 순위 싸움에는 못 들어갔지만, 엔씨소프트도 지난해 매출 1조7587억원, 영업이익 5850억원을 기록하며 깜짝 성적표를 공개했습니다. 한국의 게임 빅3 지형도는 언제 순위가 뒤바뀌어도 모를 만큼 박진감 넘치는 한편의 게임과 같습니다.
용호상박의 경쟁 속에서 미래시장을 선점하려면, 특단의 전략들이 필요할 겁니다. 그래서인지 최근 들어 빅3 모두 인공지능(AI)을 미래 성장 동력을 삼고 전담 연구개발(R&D) 조직을 키우고 있습니다.
새롭게 1위로 등극한 넷마블게임즈의 경우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고 미래형 게임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요.
가칭 인공지능센터를 설립하고 초대 센터장으로 이준영 박사를 선임했습니다. 이준영 박사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출신으로 미국 IBM의 왓슨 연구소 등에서 약 20년간 인공지능을 비롯해 빅데이터, 클라우드, 블록체인 관련 기술 전략을 연구한 석학입니다. 넷마블게임즈의 인공지능센터는 글로벌 전략입니다. 북미 지역에 인공지능 연구소를 만들 계획인데요. 아무래도 글로벌 인재들이 모이는 미국시장에서 새롭게 게임의 미래 지형도를 그리고 싶은 모양입니다.
게임 업계 빅3 가운데 가장 먼저 AI 전략에 눈을 뜬 곳은 엔씨소프트입니다. 이미 2011년부터 인공지능 R&D 전담 조직을 준비하고 이듬해 AI랩을 출범시켰는데요. AI랩은 이후 AI 센터로 확대 개편됐습니다.
또 자연어처리 전문인력을 별도로 빼서 현재 AI 센터와 자연어처리(NLP) 센터 두개의 조직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엔씨의 AI 전문인력은 무려 100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넥슨은 지난해 12월부터 이 영역에 뛰어들었습니다. 인공지능 연구개발 조직인 인텔리전스랩스를 출범시켰는데요. 인텔리전스랩스는 지난해 5월 넥슨 사내 데이터분석팀과 라이브 서비스, 라이브 개발실 등 기술 기반 조직을 통합한 형태입니다.
여기에 새롭게 인공지능 연구개발 인력을 투입해 100명 규모로 조직을 확대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게임 빅3들이 AI 기반의 기술을 연구하는 것은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더 큰 재미를 주고자 하는 겁니다. 현재 모든 게임은 사용자가 게임 환경에 적응해서 즐기는 구조인데요. AI가 적용되기 시작하면 게임이 사용자를 파악하고 개별 사용자에게 맞춰 최적화된 게임환경을 제공하는 겁니다. 게임 프로그램이 사람을 알아보기 시작한다는 얘기죠. 어른들에게 단순히 오락으로만 치부될 줄만 알았던 게임 산업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AI 연구개발에 누구보다 열성이라는 점이 참 인상적인 부분입니다.

- 글 : 장은정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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