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효-북방경제정책연구원장

동북아정세가 어느 때 보다 엄중하다. 북한 리스크는 최고조에 달해 있고, 미·중 관계는 긴장관계로 변하고있다. 우리가 외교·안보·경제적으로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는 미·중은, 이들 관계의 좋고 나쁨에 따라 우리에게 바로 영향을 미치고 선택을 강요하기도 한다.
미·중·러 간의 힘의 삼각관계도 서로의 이해에 따라 기회주의적으로 변하고 있다. 이처럼 ‘북방’의 안보적 여건은 경직되고 있고, 미래가 걸린 유라시아 진출 기회도 북한 변수에 막혀 우리의 ‘섬’ 같은 지리적 한계도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뒷짐만 지고 있을 수는 없다. 냉전이 아직 끝나지 않았던 1988년 한국외교는 과감한 ‘북방정책’을 폈었다. “모스크바와 베이징을 돌아서 평양으로 가겠다”는 호기로운 슬로건 하에, 소련과 중국과 수교하면서 큰 획을 그었지만 북한을 열지는 못했다. 이제 30여년이 되는 시점에 다시 긴장이 높아지는 북방을 두고, 제3의 건설적 대안을 찾는 ‘신북방정책’이 필요하다. 현상 타파를 위한 우회로 또는 매개체로서 러시아를 활용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러시아는 2012년 푸틴대통령의 3기 집권이래, 러시아경제를 아·태경제권에 편입시키는 것에 미래를 걸면서 ‘동방정책’(pivot to the East)을 적극 펼치고 있다.
기존의 자원 의존형 경제구조에서 탈피, 자체 제조업 육성을 통해 수입대체를 도모하는 한편, 적극적인 외국투자 유치를 통해 극동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연해주의 블라디브스톡을 극동의 샌프란시스코로 육성하겠다는 의지가 높다.
지금 러시아는 달라지고 있다. 기존의 관료주의, 비시장적 행태, 부패와 무능의 요소들이 지난 수년간 제도적, 법률적, 정책적 변화가 뒷받침되면서 크게 변하고 있다. 투자환경과 기업 활동 여건이 크게 개선되고 있는데, 세계은행의 기업환경평가에서 러시아는 2010년의 120위에서 지난해엔 40위로 급상승한데서도 볼 수 있다.
이제 우리도 러시아의 극동개발 사업에 실질적인 플랫폼을 구축해야 할 시점이 됐다. 한·러간에는 1990년 수교 이래 역대 정부마다 상호협력을 위한 거대담론을 제시해 왔으나 아직까지 성공하지 못했다. 지금은 거대 담론보다 단기적으로 실현 가능한 산업협력 기반을 조성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극동의 연해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연해주에는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선도개발지구(TASED)와 블라디브스톡 자유항(FPV), 특별경제지구(SEZ) 등이 조성되고 있는데, 특히 블라디브스톡 인근의 나데진스키 선도개발지구엔 처음으로 경공업중심의 제조업을 유치·육성하는 공단을 조성 중에 있다.
250만평 규모로 올해 말까지 1단계 조성될 예정으로, 총 고용인력 5800명에 투자액이 7000억원에 달할 예상이다. 연방·지방법인세, 재산세, 사회보장세상의 특혜와, 외국인 고용 쿼터상의 특혜와, 감사업무와 통관상의 특혜 등 행정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투자 유망분야로는 의류, 타일 등 건축자재, 건설장비, 보일러, PVC랩, 위생용품, 고철가공, 조선용자재, 철제구조물, 의약품, 식품가공, 수산물 가공, 운송·물류 등이다.
이 공단 내에 우리 중소 제조기업들이 전용 단지 구축이나 클러스터 형태로 공동 진출해 극동개발정책에 부응하는 한편, 인접 중국 동북 3성의 1억명의 시장을 배후지로 활용하고, 부상하는 유라시아 시장의 진출 교두보로 삼아야 할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연해주 남부 하산지역에도 추가 진출해 북한을 우회적으로 포용해 나가면서, 경제협력을 통한 신정부의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축에 활용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산업협력의 성과를 바탕으로 한·러 간 메가 프로젝트 협력으로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당연히 투자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선행적 투자와 재정지원 수단의 확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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