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동길- 숭실대학교 명예교수

중소기업 천국을 만들겠다는 문재인 정부에서 중소기업을 어렵게 하는 정책이 즐비하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등 일련의 정책은 본래의 취지가 어떻든 결과적으로 그 부담이 중소기업에 집중된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95%가 중소기업에 몰려있다.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시행되면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중소기업에 영향을 미친다. 기업마다 또한 업종에 따라 고용형태는 당연히 다르다. 예컨대 계절적으로 또는 일시적으로 일감이 많으면 임시·계약직을 쓰는 게 합리적이다. 구글은 하도급 근로자를 7만명이나 고용하고 있다. BMW 라이프치히공장 근로자의 절반 이상이 사내 하도급 근로자다. 나이키는 생산의 거의 대부분을 외주(外注)에 의존한다.
근로시간의 단축이 일자리를 늘릴 것이라는 기대는 허상에 가깝다. 근로시간 단축은 노조 등 특정 계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지 중소기업을 살리는 길이 아니다.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중소기업의 인건비는 증가할 것이고 그렇지 않아도 일손이 부족하고 구인난을 겪는 중소업의 어려움은 가중될 것이다.
최저임금 시급을 현재의 6470원에서 2020년까지 1만원으로 인상하겠다는 정부의 정책 역시 자영업·영세중소기업에 큰 부담을 줄 것이다.
현재 최저임금 적용대상의 90% 정도는 자영업자와 영세중소기업이다. 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근로자는 2015년 91만5000명, 2016년에는 1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고 노동계는 200만명에 이른다고 주장한다.
따지고 보면 이들은 불법 고용인 셈이다. 그렇다고 최저임금조차 지급하지 못하는 기업은 문을 닫으라고 해야 하는가. 높은 생산성에 따른 높은 임금은 모두가 바라는 바이지만 자영업과 영세기업 현장의 사정은 그러하지 못하다. 그래도 근로자는 밝은 미래를 꿈꾸며 버틴다. 그들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도록 배려하는 게 우리 사회 모두의 책무다.
노동비용이 높아지는 경우 기업은 폐업하거나 근로시간 단축 또는 기계로의 대체를 선택한다. 이럴 경우 보호돼야 할 취약계층인 비숙련·저임금 근로자가 최대 피해자가 된다. 이들을 위해서라도 기업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의 임금을 지속적으로 높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이미 우리 곁에 와있다. 정규직 중심의 일자리 정책은 4차 산업혁명시대에 역행한다. 앞으로는 기술의 일자리 파괴효과와 자동화로 인해 노동을 자본이 대체하는 현상이 촉진된다. 기업과 근로자는 지속적 관계가 아닌 일련의 거래관계로 바뀐다.
노동의 제공자는 더 이상 전통적 의미의 피고용자가 아닌 특정업무만을 수행하는 독립형 노동자가 된다. 기업은 원하는 자를 원하는 때에 원하는 방식으로 고용한다. 모든 근로자가 계약직이 된다. 클라우드 슈밥 세계경제포럼회장이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책에서 하는 이야기다. 그런 세상이 우리 곁에 오고 있는 것이다. 변화의 폭과 속도가 상상을 초월하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낙후되지 않아야 살아남는다.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려면 노동유연성 확보가 필수적이다. 노동개혁이 진정한 중소기업 지원책이란 건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더 이상 강조할 까닭도 없다. 대기업 정규직 노조에 대한 과보호의 결과가 대·중소기업의 임금격차확대로 이어져 중소기업을 어렵게 한다는 점도 강조돼야한다.
이제 인공지능(AI)과 로봇이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거나 경쟁하고 있는데 정규직화와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시장의 낡은 틀에 사로잡혀있을 때가 아니다.
중소기업을 돕는 또 하나의 길은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가중시키는 약속어음제도부터 바로잡는 일이다. 상환청구권 없는 팩토링제도 도입 등 약속어음 대체방안을 강구하지 못할 까닭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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