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동윤- 동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왜 중소기업을 지원해야 하는가? 오랫동안 이어진 논쟁이다. 연구기관, 교수, 학회가 논쟁에 참여했다. 그러나 저마다 보는 관점이 다르다. 관점의 다양성만큼 논쟁은 치열하다.

중소기업 연구의 출발은 경영학이다. 연구의 대상이 기업이기에 당연하다. 게다가 경영학은 기업을 회계, 생산관리, 마케팅, 기업가정신 등으로 세분화한다. 산업정책에 기반을 둔 중소기업 정책의 기능적 접근(금융, 기술, 인력, 판로 등)과 딱 들어맞는다. 오늘날 중소기업 연구의 기초가 됐다. 연구방법은 기업 사례 중심이다. 중소기업 숫자가 워낙 많다 보니 연구결과를 일반화시키기 어렵다. 각개전투는 강한데 종합 전략을 짜지 못했다.

경제학이 그 틈을 들어왔다. 중소기업의 정책수요가 늘고, 지원규모가 커지면서다. 경제학은 전체를 숫자로 보는 장점이 있다. 얼마를 지원하고, 효과는 얼마인지 숫자로 보여준다. 정책 결정자들이 좋아한다. 그러나 도출 과정은 온갖 수식이 난무한 보고서로 설명한다. 세상은 문자 해독을 못 한다. 그저 ‘결론이 뭔데?’만 자꾸 묻는다. 경제학은 대답한다. 중소기업 지원은 낭비라고.

경제학은 득의양양하다. 최소비용과 최대효용이라는 경제 원칙을 지켰기 때문이다. 합리적인 결정이 우선이라고 날을 세운다. 중소기업 지원과 사업이 많아질수록 이들의 목소리는 커진다. 경제 원칙을 내세워 사업의 통폐합만 줄기차게 주장한다. 그러나 경제학에 중소기업 정책을 맡길 수는 없다. 경제학은 종합 군사전략을 잘 짜지만, 칼날이 너무 예리하다.

중소기업 정책은 크게 지원(support)과 서비스(service)로 나뉜다. 기능적 접근을 이 기준으로 나누면, 금융, 기술, 인력은 지원이고, 판로는 서비스다.

지원은 주로 중소기업에 직접 건네진다. 정부는 예산을 마련하고, 사업을 공고하고, 신청 중소기업을 선별해 지원하는 체계다. 그렇다 보니 굳이 복수의 기관이 나설 필요가 없다. 오히려 하나의 기관이 큰 그림을 그리고 이를 수행할 때 지원 효과는 극대화된다. 기술 관련 사업을 여러 부처나 기관에서 나눠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금융도, 인력도 마찬가지다. 경제학이 주장하는 사업 통폐합이 설득력을 가진다.

그러나 판로는 서비스라서 지원과 다르다. 판로를 개별지원하면 공정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 판로는 시장에서 소비자와 만나는 마지막 지점이다. 판로 지원을 받은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은 가격에서 차이가 난다.

시장 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판로는 지원이 아닌 서비스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판로는 중소기업이 활용 가능한 인프라를 제공하는 체계가 적합한 이유다.

서비스는 경쟁을 통해 나아진다. 서비스는 다양성이 생명이다. 독점시장을 구축하고 손님을 푸대접하는 식당은 늘 불편하다. 그러나 경제학은 판로를 지원으로 인식한다. 자꾸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사업을 하나로 묶으려 한다. 대표적인 것이 코트라가 맡고 있는 수출 마케팅이다. 수출 마케팅은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한다. 그래서 하나로 묶으라는 주장은 일면 타당하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모든 후보는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 차이는 없었다. 중소기업계가 한목소리로 중소기업부 설립을 외친 탓이다. 아쉬운 것은 그렇다면 중소기업을 어떻게 성장시킬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부족했다는 점이다. 어차피 답은 수출이기에 그랬는지도 모른다. 

이번에 예정된 정부조직 개편을 보면, 가장 아쉬운 대목이 중소벤처기업부를 신설하되, 중소기업 수출 지원을 전담하는 코트라는 산업부 소관으로 남았다는 점이다. 여기에 수출 마케팅 사업 통합 논의는 여전히 유효하다. 중소기업 성장을 위해 수출이 필요하다는 전제 아래 중소기업 수출지원은 서비스라는 점, 경쟁을 통해 서비스 질을 높여야 한다는 점, 그런데도 지원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중소기업 정책은 경영학이나 경제학이 혼자 하기엔 벅찬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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