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챔프 스토리]빅솔론

술렁이던 소문이 사실로 드러났다. 지난 2002년 삼성전기가 미니 프린터 사업을 포기하기로 한 것이다. 삼성 전체로 보면 규모도 작고, 전망도 불투명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당시 미니 프린터 사업부를 이끌고 있던 김장환 빅솔론 대표는 프린터 개발을 계속하고자 하는 직원 30여명과 함께 창업을 결심했다.

빅솔론은 2002년 삼성에서 분사해 종업원 지주제도 형태로 설립됐다. 종업원 지주제도란 종업원이 자기 회사의 주식을 소유하는 형태다. 종업원이 모두 주인인 셈이다. 그러다 보니 회사의 성과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일한 만큼 보상이 주어지니 일에 대한 책임감도 클 수밖에 없다.

초기에는 어려움이 컸다. 삼성에서 미니 프린터를 담당하던 전체 직원 중 30여명밖에 나오지 않았기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신입사원들까지 바로 업무에 투입되다보니 품질이나 고객 응대 등에서 미숙한 부분이 나타날 수밖에 없었다. 자칫 빅솔론의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을 수도 있었다. 빅솔론 경영진은 ‘서두르면 일을 망친다’는 말을 되새기면서 내실을 다져나갔다.

혁신 제품 개발만이 유일한 생존법
경영진은 빅솔론이 경쟁 우위를 점하려면 타사에서 만드는 것과 비슷한 것을 만들어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다. 다른 회사에서 만들 수 없는 혁신적인 제품 개발만이 유일한 생존 방법이었다. 이렇게 해서 개발한 것이 바로 소형 모바일 영수증 프린터다.

하지만 태블릿 PC 출시가 늦어지면서 3~4년 동안 큰 폭의 적자를 감수해야 했다. 회사의 분위기는 급격히 위축됐고, 신제품 모델을 바꾸자는 의견도 제기됐다. 위기 속에 드라마틱한 반전이 숨어 있었다. 어려운 시절을 견뎌내자 어느 순간 스마트 기기가 급물살을 타면서 소형 프린터가 진가를 발휘하게 된 것이다. 일본과 미국 등 글로벌 기업에서 주문이 밀려들었다.

작고 가볍고 튼튼한 모바일 프린터
빅솔론은 세계 최초로 작고 가벼우면서도 튼튼한 소형 모바일 영수증 프린터를 시장에 내놓았다. 빅솔론 소형 프린터의 기술력은 빠르고 선명하게 출력되는 인쇄 원리에 있다. 프린터의 프린트 헤드 부분에서 열을 통해 화학 처리된 감열지를 태워 인쇄하는 기술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또한 빅솔론은 스마트 기기 시대에 중요한 기술인 호환성에 관한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모바일 프린터와 다양한 기기를 접속해서 손쉽게 연동이 가능하며, PDA는 물론 태블릿과 스마트폰도 블루투스나 와이파이로 연결해 출력이 가능하다. 튼튼하다는 점 역시 중요한 부분이다. 소형 프린터는 사용자가 휴대하고 다니며 결제를 하는 특성상 떨어트릴 경우가 많기 때문에 튼튼해야 한다.

빅솔론은 제품의 설계, 개발 단계부터 내구성을 고려해 2.1미터 높이에서 12번씩 낙하하는 시험을 거친다. 이 가혹한 시험에 통과해야 비로소 빅솔론 프린터의 자격을 얻는 것이다.

뛰어난 방수 기능도 빅솔론 제품의 자랑이다. 물이 유입되는 부위를 차단 설계하는 자체 기술로 보호 케이스 없이 제품 자체만으로 방수가 되기 때문에 비오는 날이나 눈 오는 날 야외에서 사용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

이렇게 뛰어난 품질을 생산해낼 수 있는 원동력은 본사의 90명 직원 중 절반이 넘는 50여명이 기술 개발 인력이라는데 있다. 또한 기획부터 설계, 개발, 생산 및 검증까지 전 과정을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어 고객의 불만이나 요구 사항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빅솔론 경영진은 세계 유수 기업들과 싸워서 이기려면 적진 한가운데로 들어가야 한다고 결심했다. 아직 해외 법인을 세울 만큼 회사의 재정 자립도가 높지 않았지만 과감히 결단을 내렸다. 창업한 지 3년째인 지난 2005년 유럽 법인과 미주 법인을 차례로 설립하며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했다.

창업 3년만에 유럽과 미주법인 설립
빅솔론은 유럽 법인을 독일의 뒤셀도르프에 세웠다. 독일의 까다로운 제품 선택 기준을 통과하면 다른 유럽 국가들에 진출하는 것도 문제없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빅솔론의 소형 프린터는 유럽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것은 뛰어난 품질과 더불어 시간 약속 엄수다. 빅솔론의 제품은 주문과 동시에 배송이 가능하다. 의사결정이 빠르고, 본사와 유럽 법인의 원활한 협업이 이뤄져 고객들에게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창업 초창기부터 해외 시장을 개척해온 빅솔론은 내수보다 수출이 훨씬 많은 글로벌 기업이 됐다. 전체 매출의 약 75%가 해외 수출에서 발생한다.

수출하는 국가만도 전 세계 120개국에 달한다. 지역도 어느 한군데 치우치지 않고 골고루 분포해 있어 오일쇼크나 환율 변동 등 세계 정세에 영향을 받지 않고 안정적인 매출을 유지할 수 있다.

최근에는 월드챔프 사업을 통해 법인이 있는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 활발한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있다. 또한 해외 시장 개척에 대한 마인드가 적극적으로 바뀌어 미개척 시장에 대한 영업활동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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