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길재-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새 정부의 행보가 빠르고 신선하다. 헌정사 최초로 현직 대통령 탄핵에 따른 보궐선거로 등장한 문재인 정부는 일단 인사와 운영 스타일에서 합격점을 받을 만하다.

그러나 지금 한국이 직면한 국내외적 정책 환경은 녹녹치 않다. 특히 북한 문제는 우리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북한의 핵은 우리뿐만 아니라 미국을 겨냥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새 정부를 맞이한 안보 상황은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위기이다.

새 정부는 대북정책에서 성과를 거둬야 한다. 그 성과의 핵심은 두가지이다. 첫째, 북한 핵과 미사일 개발을 멈추게 하고 궁극적으로는 폐기하도록 하는 것이다. 둘째, 남북관계가 전쟁으로 가지 않고 평화와 협력, 통일로 들어서도록 이끌어 나가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정부가 이 문제들에 적극 개입하고 문제해결의 중심에 서야 한다. 요컨대, 우리 정부가 한반도 상황의 불확실성을 줄이면서 문제해결의 주도적 역할을 여하히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우선 핵의 폐기를 위해 우리 정부는 미, 중, 일, 러 등 강대국들과의 긴밀한 정책공조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모멘텀을 조성하기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한다.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와 위협수준이 높아지고 있는 지금 이 시점이 바로 주변국과 정책 공조를 이끌어낼 절호의 기회이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대화’와 ‘제재 및 압박’이라는 두가지 수단 모두 사용 가능하다는 분명한 입장을 갖고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유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북한에게 더 이상의 핵개발 시도를 멈추게 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설 수 있도록 공간을 조성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장기간 경색된 남북관계를 복원하는 것도 이러한 여건을 창출하는데 필수적이다. 지금의 남북관계는 1972년 남북대화가 시작됐던 그 시점 이전으로 후퇴했다고 말할 수 있는 지경이 됐다.

하지만 그 시작은 대화를 통해 풀어야 한다. 더디 가더라도 그 길이 남북관계의 복원의 정도이다. 남북관계는 다양한 층위의 교류와 협력이 이뤄질 때 개선되는 것이기도 하지만, 남북 양측의 냉철한 현실 인식과 정치적 결단에 의해서 그 물꼬가 터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통일부가 남북 민간교류 재개 방침을 발표하며 우선적으로 인도적 차원의 방북 승인을 유연하게 검토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것은 시의적절하다.

남북이 좀 더 진정성을 갖고 관계를 복원시키다보면 자연스럽게 경제교류협력으로 확대될 것이다. 이러한 교류협력의 공고화는 단지 정경분리의 원칙만으로 이뤄내기 어렵다. 더욱이 현실적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정경분리, 더 나아가 남북관계를 따로 떼놓고 풀어나가기란 불가능하다.

그래서 정민분리, 즉 정치와 민간, 정부와 민간의 분리가 시급하다. 남북관계에 정부와 민간이 다른 목소리를 내자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같은 곳을 바라보며 각자의 제 역할을 수행해 남북관계를 개선하는데 이바지하자는 것이다.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우리가 지켜야할 원칙은 흔들림 없어야 한다.

북한의 도발이 멈추지 않는 한 남북관계는 항상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이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민간은 남북의 안정적 관계에 가교역할을 할 뿐이다.

이제 새롭게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게 당장 북핵문제의 해결과 남북관계의 복원이라는 가시적 성과를 요구하기란 무리이다. 그렇지만 과거의 실패를 또 다시 답습해서는 안 된다. 우리에게 그럴 시간과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국민적 합의에 기초한 확고한 원칙과 과감한 실행 모두가 필요한 시점이다. 북핵문제를 더 이상 방치해서도 안 되고, 단절된 남북관계를 이대로 나두고 미래를 열어가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것이 안보와 통일이 별개의 문제가 아닌 분명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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