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윤재-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지금 대한민국은 일자리가 화두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대통령 직속의 일자리위원회를 두고 대통령이 직접 챙긴다고 한다. 그럼 어디서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흔히 중소기업이 고용의 원천이라고 주장한다. 그 근거로 중소기업부문의 고용비중이 88%에 이르고 지난 수십년간 중소기업은 꾸준히 고용을 늘려왔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도 중소기업의 고용 비중은 76.6%에 이르렀다. 반면에 1997년에 대기업의 고용비중은 약 24%에 달했는데, 최근엔  12%까지 떨어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중소기업이 일자리 창출의 원천이라고 한다. 지금까지는 중소기업부문에서 많은 일자리가 창출됐다.

최근 중소기업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새로운 일자리 100개 중에 중소기업이 98.1개를 만들었다. 대기업은 고작 2개 밖에 만들지 못했다.

대기업은 이익이 늘어도 고용을 늘리지 않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중소기업은 일자리 창출의 매우 중요한 원천이다. 그런데 제4차 산업혁명의 미래시대에도 중소기업에서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창출될 수 있을까? 향후 중소기업의 고용비중이 계속 늘어나는 것이 바람직한가?

OECD 선진국의 경우와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중소기업 부문의 고용비중은 매우 높은 편이다. 일자리 창출의 개수도 중요하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일자리의 질이다.

통계청의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임금근로자의 32.8%인 664만명이 비정규직이고, 비정규직의 대부분(90% 이상)이 중소기업에 속해 있다. 또한 중소기업 비정규직의 임금은 대기업 정규직의 66%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러한 고용양극화가 소득양극화를 초래해 현재 정부 주도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추진되고 있다. 그동안 중소기업부문의 고용비중이 증가됐다고 미래에도 중소기업이 지속적으로 고용의 원천이 될 수 있을까? 고용비중의 통계만으로는 착시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중소기업의 고용비중이 약 76%에 이르렀던 1997년도 중소기업의 생산(제조업 기준) 비중은 약 46.5%(부가가치 기준46.3%)였다.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난 현재 중소기업의 고용비중은 약 88%에 이르는데, 생산 비중은 여전히 48.3%(부가가치기준 48.2%)에 머무르고 있다.

중소기업부문에 노동력은 12%포인트 대폭 늘어났는데, 생산(부가가치)은 고작 1.8%포인트(1.9%포인트) 늘어났을 뿐이다. 이는 그만큼 중소기업의 생산성이 정체됐음을 시사한다.

생산성이 증가되지 않는 경우 지속적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없고 그나마 만들어진 일자리도 저임금일 수밖에 없다. 향후 20~30년 후에도 중소기업이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원천이 되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려면 무엇보다도 중소기업의 생산성 증대가 중요하다.

지난 수십년간 중소기업에 엄청난 자금이 투입됐음에도 불구하고 대기업 대비 생산성 및 임금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중소기업의 경쟁력은 돈이나 각종 지원정책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음을 시사하고 있다.

실력 있는 중소기업이 시장에서 살아남고 성장할 수 있는 토대, 즉 공정경쟁시장이 작동되는 생태계를 조성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동안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 주는 인프라 정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았다.

중소기업인들도 뼈를 깎는 구조조정 및 혁신을 해야 한다. 정부의 정책도 새로운 산업시대에 걸맞은 정책혁신이 필요하다.

신설되는 중소벤처기업부에 대해 많은 중소기업인들 및 중소기업 관계자들이 기대하는 바가 크다.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현장감 있는 정책발굴 및 혁신적인 지원책이 뒤따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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