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상춘(한국경제신문사 논설위원)

장기간 국정혼란 속에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다. 우리 대통령 선거 역사상 처음으로 ‘탄핵’이라는 특수한 사건을 계기로 태어나는 정부인만큼 모든 분야에서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성과 여부를 떠나 ‘탄핵’ 당했다는 그 사실만으로 박근혜 전 정부가 추진했던 경제정책은 ‘실패’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전 세계적으로도 최고통수권자를 뽑기 위한 선거가 유난히 많이 잡혀 있다. 지난 1월에는 트럼프 정부가 출범했다. 유럽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격변을 치르고 있다. 일본은 추진 5년차를 맞는 아베노믹스가 최대 고비를 맞고 있다. 중국도 ‘2년차 증후군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대내외 위상이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대외적으로 대변화 속에 그 어느 국가보다 격변을 치를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가 한국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우리 경제가 수출을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비관론이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는 때와 맞춰 나라 안팎에서 한국 경제에 대한 재평가 작업이 한창인 것도 이 때문이다.

그 중에서 우리 경제에 대해 비교적 밝은 해외기관일수록 ‘19대 대선 이후 한국 경제가 더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는 평가가 고개를 들면서 재차 불거지고 있는 ‘한국 경제 위기론’를 과연 새로운 정부가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주목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들어선 어떤 정부든 모두가 경제 안정성이 계속 흔들리고 위기론이 가시지 않는 것은 ‘통계수치의 위기’가 아니라 경제입법과 정책운용체제를 중심으로 한 ‘사회시스템의 위기’에 연유된다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경제 안정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경제현실에 대한 정확한 진단부터 선행돼야 한다.

정확한 현실 진단을 토대로 경제 시스템을 안정시킬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특히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수출이 세계경제 환경이나 환율이 조금만 불리하게 되면 크게 감소돼 곧바로 위기감이 닥치는 소위 ‘천수답 구조’를 ‘수리안전답 구조’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땜질식 단기 처방은 금물이다.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와 마찬가지로 문재인 정부도 경제우선 정책을 예산조기집행과 같은 단기 처방에 의존할 경우 ‘고비용-저효율’ 문제를 개선하는 일은 요원해 진다. 오히려 구조조정 노력을 지연시킴으로써 후손이 부담해야 할 사회적 비용은 엄청나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기업에게도 우리 경제 내에서 안정된 경영활동을 보장하고, 해외 진출한 기업도 국적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는 그것이 개혁정치이든 산업정책이든 간에 정책의 일관성과 명확한 기준이 전제돼 시행해야 한다.

규제 완화를 추진하면서 기득권 때문에 핵심규제 사항을 풀지 못하거나, 특정기업에게 막대한 이권이 보장되는 신규 사업을 허가해 주면서 뒷거래가 오가는 식의 뒷맛이 가시지 않는 정책이 계속될 경우 위기감만 키울 가능성이 높다.

국민에게도 경제현실을 올바르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각과 안정된 경제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 주는 것도 시급하다. 법규이든 사회규범이든 간에 정책당국이 마련하는 대로 쫓아가더라도 고위층에서 뇌물이다 떡값이다 해 부정부패가 발생할 경우 국민은 상대적인 박탈감과 허탈감에 휩싸여 위기감을 낳게 하는 원인이 된다.

지금은 우리 경제가 어렵다. 이럴 때 일수록 기본과 원칙을 지키면서 정치권과 정책당국은 진심으로 정책 수용층의 협조를 구해 나가는 자세가 중요하다. 조금만 뜻대로 안되면 ‘과거 정부와 언론, 국민 탓’ 하면서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또다시 싹이 돋고 있는 ‘한국 경제 위기론’이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