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재근(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우리는 창업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가?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생산적 행위로 보는 것이 보편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전체 일자리는 48만6000개 증가했다. 5년 이상 존속기업체에서는 48만8000개 감소했지만, 5년 미만 존속기업체에서 97만4000개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굳이 통계를 들지 않더라고, 창업이 일자리의 보고라는 것은 상식으로 통한다. 미국의 오바마 전 대통령은 “더욱 많은 스타트업을 창업해야 한다”고 했다. 영국의 캐머런 전 총리도 “창업은 경제에 건강한 활력을 불어넣는 혈액과 같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창업 지원은 스테디셀러 정책이다.

다른 시각도 있다. 창업의 일자리 수치 해석에는 생존 편의(Survival bias)가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활동기업 555만4000개 중 직전 연도 소멸기업은 77만7000개이고 그해 신생기업은 81만3000개이다. 매년 창업하는 수만큼 폐업한다. 5년 생존율은 27%이다. 2015년에 소멸한 일자리 3297개 중 절반 이상인 1773개가 5년 미만 존속기업체이다.

2015년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기업가(entrepreneur)가 가장 많은 나라 1위는 우간다이다. 무려 인구의 28.1%이다. 2위는 태국, 3위는 브라질, 4위는 카메룬이다. 선진국을 압도한다. 국가별 기업가의 수와 국가경쟁력이 부(-)의 상관관계를 보인다.

카우프만 스타트업 지수에 따르면, 미국 내 창업활동이 가장 활발한 3개 지역은 ‘몬태나주, 와이오밍주, 노스다코타주’이다. 이들은 실리콘밸리나 아이비리그 대학과 동떨어진 중북부 지역이다. 숫자 게임 속의 창업은 별로 실속이 없다.

개념적으로도 창업이라는 말은 중의적이다. 심지어 창업기업과 스타트업도 맥락에 따라 의미 차이가 느껴진다. 단순히 새로 사업자등록을 한 회사가 떠오르는가 하면, 왓츠앱(WhatsApp)이나 스냅챗(Snapchat)과 같은 회사가 떠오르기도 한다.

벤처투자가 폴 그레이엄은 ‘빠르게 성장하도록 디자인된 회사’로 설명한다. 창업을 단순히 회사의 설립으로 보는 것은 단편적이라는 뜻이다. 링크드인(Linkedin)의 공동창업자 레이드 호프만은 “선두주자(First mover) 혜택은 처음으로 설립한 기업이 아니라, 처음으로 성장(Scale)을 이뤄낸 기업에 주어진다”고 했다. 창업 그 자체가 혁신과 성장의 의미까지 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창업이 성장을 지지하고 일자리 창출력을 높이려면 창업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우리는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이 아니라 달 그 자체를 보아야 한다. 통계와 숫자의 틀을 벗어나, 살아남아서 성장하는 기업의 이면을 보아야 한다.

시간에 따라 매출과 고용이 증가하는 우아한 S자형 성장곡선은 멀리서 본 풍경이다. 가까이서 본 현실은 땀과 눈물의 전쟁터이다.

회계시스템, 인력관리시스템 등 새로운 경영관리시스템을 도입하고 신제품을 출시하고 다른 시장으로 진입하는 변화는 점진적이라기보다는 계단식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창업(創業, Start-up)을 바라보는 시선에 계단식 승업(乘業, Scale-up)이라는 전략적 개념을 덧입혀야 하는 이유이다. 이를 통해 기술·인력 탈취 없는 공정 성장 기반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 창업·벤처기업에 대한 인수·합병과 투자를 저해하는 모호한 규제도 정비해야 한다.
나아가 기술인력·경영리더십·판로·자금·연구인프라 등 분야별 성장통을 효과적으로 해소하는 정책들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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