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용호(경북대학교 명예교수)

정부의 중소기업 육성정책에 힘입어 중소기업 지원 방책들은 시대를 넘어 다양하게 실시돼 왔다. 그러나 중구난방식 지원으로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의 여지가 있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먼저, 제도적으로 지원기관이 너무 많다는데 있다. 중앙정부에만도 중소기업청을 비롯해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등 14개 부처가 제각각 지원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들은 지역의 특수성을 내세우면서 독자적인 지원책을 마련해 중소기업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이렇다보니 중소기업 지원 사업의 수가 넘쳐난다. 예로써, 지난해 시행된 중소기업 지원사업만 봐도 무려 1287개에 이른다.

또한 중소기업 지원정책의 실효성 논의에 유독 지원제도의 양적인 지표로만 평가될 수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지원의 실체적 특성이라 할 수 있는 지원 내용에서도 사업이 중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름만 다를 뿐 내용이 대동소이한 시책이 수두룩해 사업의 중복성 문제가 불거지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나타났듯 중소기업을 위한 수출지원사업 하나에 무려 408개의 지원책이 있었다는 것이 이를 방증하는 것이다.

효율적 지원 ‘컨트롤타워’ 필요

결과적으로 정부의 각 부처가 경쟁적으로 지원사업을 떠벌리고 있으니 중소기업 예산이 해마다 크게 늘어난다. 2013년에 12조9710억원이던 것이 2014년에 13조6491억원, 지난해에는 15조2788억원으로 증가했다. 연평균 증가율이 8.5%로 국가 예산 증가율 4.8%의 두배에 가깝다.

그런데도 중소 제조기업의 적자기업 비중은 같은 기간 중 16.5%에서 20.8%로 오히려 높아졌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감당 못하는 한계기업 비율도 7.0%에서  9.2%로 높아졌다.

중앙 및 지방정부가 정성을 다하는 중소기업 지원정책과 궤를 달리하는 참으로 역설적인 통계치이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 지원책이 좀비기업만 대량생산했다고 비아냥거리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중소기업 지원정책의 복잡다기성과 비효율성을 시정하기 위해서는 먼저 각 부처에서 쏟아지는 수많은 관련 시책들을 종합·평가·조정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 있었던 ‘대통령직속 중소기업위원회’의 부활이나, 중소기업청의 부(部)승격을 통한 통합조정기능의 강화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동시에 구체적인 정책집행은 지방자치단체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좋을 줄 안다.

관 주도 성장정책은 한계

그리고 이 기회에 중소기업 지원 및 육성과 정책금융을 보는 시각을 전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경제적 약자인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은 많을수록 좋고,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금융은 다다익선(多多益善)이라는 편향된 사고와 인식은 고쳐져야 한다.

우리 경제는 이제 저성장체제에 들어서 있고, 정책금융과 같은 관주도의 성장정책은 한계에 이른 것으로 판단된다. 금융기관들끼리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우량기업들의 자금수요도 줄어들어 공적 금융기관에 대한 개혁요구가 증대하고 있음도 주목해야 한다.

앞으로는 설립 후 5년 이내의 기업, 특히 창업·벤처기업에 한해 정책금융을 공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외의 일반대출은 민간 금융기관을 통해 이뤄져야 될 것이다. 이밖에도 신용보증, 금리 문제 등 손봐야 할 분야가 꽤 많다.

KDI가 연말까지 각 부처가 시행 중인 중소기업 지원책을 전수 조사해서 효율성을 평가한 뒤, 보고서를 발표할 계획이라 한다. 새로운 경영환경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중소기업 정책방향을 제시해주길 기대한다. 정치판이 요동을 치더라도 경제는 힘차게 전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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